추억 페이지 - ‘내가 거둔 첫 승’
화룡점정(畵龍點睛), 김동철 기수  
최고의 행운마,‘훌라밍고’

사람이 살아가면서 평생 잊지 못할 추억들을 한두가지씩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그런 추억중에서도 특히 가슴속에서 떠나지 않는 것이 있다면 바로 ‘처음’이라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재 서울경마공원에는 80명의 기수들이 매주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으로 승부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20년을 훌쩍 넘긴 고참부터 이제 경주로에 데뷔한 신인까지 각기 경주로에서 보낸 시간들은 다르겠지만, 첫 우승에 대한 추억은 비슷할 것이다.
이번 호에서는 최근 하루가 다르게 실력이 배양되고 있는 김동철 기수의 첫 승에 대해 알아보자. 〈편집자 주〉

‘댄디보이’ 김동철이 드디어 첫 경마대회 우승을 안았다. 성적이 향상되면서 항상 마음 한구석에 자신을 믿음으로 대하는 지용철 조교사에게 고마운 마음이 있었는데, 이제야 조금이나마 보답을 한 것이다.
하얀 백지에서 새롭게 출발하는 신인들의 기량을 비교하기는 쉽지 않다. 때문에 신인들이 경주로에 데뷔하면 가장 먼저 관심이 되는 것이 기수양성소 수료 성적일 것이다.
15기와 긴 터울을 두고 경주로에 데뷔한 16기에 대한 경마팬들의 관심은 남달랐다. 특히 수석졸업을 한 김동철 기수는 주위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하지만 ‘학교 우등생이 사회 우등생은 아니다’라는 말을 실감해야 했다. 부푼 꿈을 안고 데뷔를 했지만 그 해 김이 올린 최고 성적은 12월 중순에 기승했던 ‘영각사’로 2위 단 한번을 기록한 것이 최고.
해가 지나고 그가 마음고생을 하는 것을 지켜보던 선임기수 최봉주 선배가 첫 승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데뷔전에서 2위를 기록한 ‘훌라밍고’에 기승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것. 하지만 너무 긴장을 해서일까 2위에 그치고 말았다.
두달 후 결국 ‘훌라밍고’로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다. 경주전 우승에 대한 기대보다는 ‘못 들어오면 어쩌나’라는 걱정이 더 컸었다고 한다. 우승이 확정되고 김은 화장실에서 진한 눈물을 쏟아야 했다.
첫 승은 기수생활을 계속해야 하는 혼란한 마음을 가지고 있던 그에게 한줄기 빛으로 다가온 것이다.
행운은 꼬리를 물고 찾아왔다. 그날 12경주에 ‘동화당’이란 마필로 우승을 차지하면서, 첫 승과 함께 하루 2승을 거두는 기염을 토한 것이다.
첫 승 이후 비교적 수월한 생활이 지속되었다. 지금 생각하면 아마도 큰 기쁨을 알도록 시련을 준 것이 아닌가 생각될 정도였다.
‘동화당’이란 마필은 1군까지 승군을 했지만 그다지 뛰어난 마필은 아니었다. 하지만 김이 지금까지 기승한 마필중에서 자신과 가장 호흡이 잘 맞았다고 생각되는 마필이다. 훈련에 크게 좌우되지 않고 까불지도 않아 기승하기 편했고, 생각한대로 레이스를 뛰어주었다.
그가 최근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은 자신감이 붙었기 때문이다. 큰 경주와 인기마에 기승하면 불안감 때문에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한 적이 많았지만 이제는 오히려 적당한 긴장감을 즐기게 되었다.
특별경주에 이어 경마대회까지 분위기를 타기 시작한 49조, 선임기수인 김은 김훈 기수와 힘을 모아 소속조 조교사인 지용철 조교사에게 월간 MVP를 안겨주는 것이 현재로선 최우선 목표라고 말한다.
【권순옥 기자margo@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