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페이지 - ‘내가 거둔 첫 승’
경마대회의 사나이, 안병기 기수  
‘모닥불’, 영예기수의 첫 불씨를 심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평생 잊지 못할 추억들을 한두가지씩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그런 추억중에서도 특히 가슴속에서 떠나지 않는 것이 있다면 바로 ‘처음’이라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재 서울경마공원에는 80여명의 기수들이 매주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으로 승부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20년을 훌쩍 넘긴 고참부터 이제 2년차를 보내고 있는 신인까지 각기 경주로에서 보낸 시간들은 다르겠지만, 첫 우승에 대한 추억은 비슷할 것이다.
이번 호에서는 84년 데뷔해 99년이란 영예기수가 된 안병기 기수를 만나 그의 첫 승에 대해 들어보자. 〈편집자 주〉

99년 한국경마는 두명의 영예기수를 탄생시켰다. 바로 안병기 기수와 박태종 기수였다.
84년 10월 경주로에 첫 발을 내딛은 안병기 기수는 이후 16년의 세월을 한결같이 경주마와 함께 하면서 5백승을 넘어서 영예기수가 되는 영광을 안았다.
그런 그에게 첫 승을 안겨준 말은 ‘모닥불’이다. 11월 10일 날짜도 잊지못할 첫 승은 4전만에 그에게 찾아왔다. ‘모닥불’이 신마로 입사했을 때부터 훈련을 담당했지만 그에게 바로 기회가 주어지진 않았다. 선임기수가 기승해 별다른 성적을 못내고, 그에게 차례가 돌아왔다.
안은 ‘모닥불’ 첫 기승에서 시원스럽게 선행에 나서 결승선을 두려움 없이 통과해 버렸다. 결승선을 통과하면서 그는 첫 우승을 했다는 기쁨보다는 언제 41승을 해서 수습딱지를 뗄까 하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렇게 첫 승을 안겨준 ‘모닥불’은 85년 1월 또다시 그에게 우승을 안겨주며 첫 승과 두 번째 우승을 거두게 해주었다. 하지만 그것으로 ‘모닥불’과의 인연은 끝이었다.
점차 전력 상승세를 보이면서 신인인 그에게 기승기회가 오지 않은 것이다.
‘모닥불’은 이후 승승장구하면서 1군까지 승군을 했고 한·일챌린저컵 특별경주에 나서 일본기수와 호흡을 맞추며 우승을 하기도 했다.
안병기 기수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바로 ‘경마대회 사나이’라는 닉네임이다.
93년 스포츠 조선배에서 경마대회 첫 우승을 차지한 그는 이후 97,98년 두해동안 한해에 5승, 총 10승을 올리며 큰 경주에 강한 면모를 유감없이 드러냈다.
여기에 대해 그는 경마대회에 나서면 더 긴장이 된다는 다른 기수들과 달리 자신은 오히려 부담이 덜 느끼는 것이 좋은 성적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밝힌다.
盡人事待天命(진인사대천명)이란 말이 있듯 경마대회까지 최선을 다했다면 말의 실력에 맡기고 최선을 다할 뿐이라는 것이다.
97,98년 너무 몰아치기를 해서일까? 이후 ‘경마대회 사나이’라는 닉네임에 걸맞지 않게 단한번의 경마대회 우승도 거두질 못했다. 물론 2,3위는 많았다.
하지만 기수라면 꿈에도 열망하는 영예기수답게 그는 욕심을 버리고 여유를 가지고 경주에 임한다고 한다. 그렇지만 무리한 욕심을 버렸다는 것이지 기수로서 갖춰야할 승부근성은 여전히 그를 지탱하고 있다.  
【권순옥 기자margo@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