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페이지 - ‘내가 거둔 첫 승’
늦바람 난 사나이, 강명준 기수  
기수생활 어려움 알려준 ‘향토’

사람이 살아가면서 평생 잊지 못할 추억들을 한두가지씩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그런 추억중에서도 특히 가슴속에서 떠나지 않는 것이 있다면 바로 ‘처음’이라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재 서울경마공원에는 80명의 기수들이 매주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으로 승부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20년을 훌쩍 넘긴 고참부터 이제 경주로에 데뷔한 신인까지 각기 경주로에서 보낸 시간들은 다르겠지만, 첫 우승에 대한 추억은 비슷할 것이다.
이번 호에서는 소속조 변경이후 신명난 늦바람을 보여주는 강명준 기수가 기억하는 첫 승을 살펴보도록 하자. 〈편집자 주〉

현재 과천 서울경마공원에서 14기 기수들을 꼽자면 얼마되지 않는다. 강명준, 고홍석, 박윤규 등 단 3인에 불과하다. 물론 조교사가 된 김윤섭 조교사도 14기 출신이지만 그래도 4명에 불과하다.
그 중 하나인 강명준 기수는 중고참 이상에서는 드문 서울출신이다.
14기로 데뷔한 그는 동기생에 비해 나이가 많은 편이다. 군복무까지 확실하게(?) 마치고서 기수양성소를 찾았기 때문.
그가 처음 기수라는 직업을 알게 된 것은 군제대를 하던 85년이었다. 신문에 난 공고를 보고서 문의를 했지만 이미 모집기간이 지난 뒤였기 때문에 1년을 기다렸다. 시간만 맞았더라면 그도 과천벌 최고 집단(?)을 이루고 있는 13기중 하나가 되었을 것이다.
비록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는 못하고 있지는 특별히 기수생활에서 힘든 점은 없다. 물론 초기에는 체력이 뒤쳐져 고생을 하기도 했지만 꾸준하게 운동을 계속한 결과 이제는 힘든 것이 없다.
그에게 첫 승을 안겨준 마필은 ‘향토’라는 마필이다. 데뷔부터 3년간 인연을 맺었던 47조(김병용 조교사) 소속 마필로 선행력이 뛰어났었다. 당시 신인이던 그에게 소속조에서 기대를 걸고 있던 ‘향토’에 기승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지만 3∼4번 기승해 계속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부진을 보였다.
그러던중 폭탄배당을 터트리면서 2위 입상을 기록하게 됐고, 그 다음 기승에서 선행에 나서서 여유있는 우승을 차지했다. 그것이 바로 그가 거둔 첫 승.
이후에도 ‘향토’는 그에게 4번의 우승과 많은 준우승을 안겨주었다.
14년을 보내고 있는 기수생활중 가장 기억에 남는 마필은 ‘향토’와 ‘용마’다.
‘용마’는 기억상으로 그 당시 가장 빨랐던 마필인데, 일본기수들이 방문을 해서 경합을 벌였던 경주(특별경주로 기억된다고 함)에서 일본기수들을 당당히(?) 물리치고 우승을 안겨주었다.
강명준 기수는 최근 소속조를 옮기면서 그동안 보여주지 못했던 기량을 한꺼번에 쏟아붓는 듯한 늦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묵묵히 자신이 할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은 언젠가 빛이 나게 마련이다. 단점이 너무 많다는 강기수는 욕심보다는 자신을 알아주는 팬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다.
【권순옥 기자margo@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