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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 심판실로 와주시길 바랍니다”, 연속된 긴장 속 휴머니즘
스튜어드(Steward)와 져지(Judge)의 차이를 아시는가. 둘 다 한국말로는 ‘심판’이라는 뜻이지만 <체육학사전>에서 스튜어드는 져지보다 상위개념으로 다른 관계자보다 많은 권한을 가지고 있으며 선수들의 위반 행위나 파울에 대해 제재를 주장할 권리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 스튜어드는 보통 심판보다 공정성에 대한 책임을 더 많이 가지고 있으며 경마심판은 ‘레이싱 스튜어드(Racing Steward)’라 불린다.
7월 25일 본지 기자는 일일명예심판위원이 되어 하루 동안 심판위원들이 무슨 일을 하는 지, 매 경주마다 공정성을 기하고 있는지 등을 확인했다.
경주가 시작하기 전 심판들은 6층에서 경주진행을 밖에서 직접 쌍안경으로 감시하거나 영상을 통해 관찰한다. 맨눈으로는 출발에 이상이 없는지 확인하고 전체적인 경주를 파악하며 영상으로는 세부적인 사항을 체크한다. 서울 심판팀은 전면, 후면, 측면카메라에 12대의 CCTV, 필요한 영상만 볼 수 있는 추적카메라까지 외국에서 놀랄 정도로 한 경주의 모든 순간을 담는 심의 영상을 자랑한다. 심판들은 매 경주를 감시하면서 예상지에서 인기마 데이터를 뽑은 리포트로 실제 도착순위보다 심하게 다를 경우 마체·도핑 검사가 필요한 말을 결정한다.
경주가 끝난 직후 심판팀은 기수, 조교사들이 있는 지하로 내려간다. 지하 심판실에서 전검량과 후검량에 차이가 없으며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것을 심판위원이 확인하고 확정버튼에 불을 켜야 환급이 시작된다. 이외에도 경기 내용의 의문을 풀기 위해 지하에 설치된 TV로 몇 번씩 돌려보면서 경기를 분석하고 기수와 조교사들의 진술을 듣기도 한다.
2경주에 들어가기 직전, 3번마 ‘리얼히어로’의 말 가면이 공지된 것과 달라 문의가 들어왔다. 본래 망사 가면을 쓰기로 했는데 일반 눈가면을 쓰기로 한 것이다. 단순히 조교사의 착각으로 일어난 해프닝이지만 박장열 심판위원은 “사소해 보일 수 있는 말 장구 착용도 경마팬과의 약속이기 때문에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신뢰를 깨면 안 된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한편, 심판위원은 정의의 여신처럼 엄격하면서도 동시에 자애로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서울 3경주에서는 1번마 ‘달려라루키’가 주행중지를 해 김옥성 기수가 심판실에 불려 왔다. 김옥성 기수는 “가야 하는데 말이 안 갔다. 머릿속으로 어떻게 해야 할 지 계속 고민했다. 최대한 갈 수 있으면 가려고 했는데 못 갔다”며 울분을 터뜨렸다. 정형석 심판위원은 “할 만큼 한 것이다. 적절한 수준으로 잘 대처한 것 같다”고 김옥성 기수를 독려했다.
이외에도 지하 심판실에서는 기수들의 교육과 계도, 주행방식의 이유, 주행방해가 고의였는지에 대한 논평, 주로에 떨어뜨린 채찍 관리까지 다양한 업무를 했고 다음 경주 마감 5분 전까지 다시 6층으로 올라가는 상황을 반복했다. 정신 차릴 새가 없다며 힘들어하는 기자에게 이영우 심판위원은 “이 일이 힘들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그래도 보람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며 웃었다.
심판이 하는 일도 사람이 하는 일이라 오차가 있을 수 있다. 특히 경마는 다른 스포츠에 비해 예측할 수 없는 말, 배당금 등 민감한 부분이 많아 심의에 의문을 갖는 경마팬이 많다. 허나 자신의 일에 보람을 느끼고 고객과의 신뢰를 깨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심판들이 있기에 한국 경마가 점차 발전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지하 심판실의 내용은 ‘심판위원 리포트’로 한국마사회 홈페이지에 게재된다. 기수가 진술했던 내용, 수석들의 코멘트, 경주중 어떤 상황이 발생했는지 등의 내용을 밝혀 경마팬에게 최대한 경주에 대한 의문이 남지 않도록 하고 있다.
일일명예심판위원은 한국마사회 홈페이지 서울경마정보>심판정보>명예심판위원에서 신청할 수 있다. 공정경마의 최후보루라는 본연의 임무로 인해 연간 선착순 60명 인원에 대해서만 일일명예심판위원 제도를 운영하고 있어, 하루 동안 명예심판위원이 되고 싶은 독자는 빠른 신청을 해야 한다.
황수인 기자
▲일일명예심판제도로 위촉장을 받은 본지 기자.
▲망원경으로 경기 현장을 보는 박장열 심판.
▲ 지하 심판실에서 의문스러운 경기 장면을 지켜보는 심판위원들.
▲ (좌측부터) 윤성욱 과장, 진세영 통역관, 스캇 토마스 매튜 전문위원, 김종국 본부장, 정형석 처장, 이영우 과장, 박장열 팀장
작 성 자 : 황수인 nius103@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