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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교사 면허시험? 허울 뿐인 영예기수?
영예기수를 영예기수답게 만들어야
2015년 영예기수 선발을 위한 온라인 고객 평가가 시작됐다. 하지만 올해도 1100승의 주역 문세영 기수의 이름은 보이지 않는다. 다른 이도 아니고 문세영이다. 2001년 데뷔 이후 매년 경마계의 신기록을 경신하고, 최근 5년 연속 시즌 100승 이상을 달성 중인 문세영 기수는 왜 몇 년째 영예기수에 신청서 한 번 내보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영예기수 선발과정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영예기수를 선발하는 과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영예기수는 1차 기본요건 심사과정을 거쳐 2차에서 후보자 평가 및 선정과정을 거친 뒤, 마지막 3차 면접 평가의 과정을 거쳐 최종 선발 및 시상이 이루어진다. 단계별 충족자가 없을 시에는 당해년도의 영예기수 선발 절차가 자동 종료된다.
1차에서 요구되는 기본 요건은 아래와 같다.
1. 기승경력 10년 이상/ 기승횟수 3,000회 이상/ 우승횟수 500승 이상
2. 최근 3년 이내에 통산 30일 이상의 기승정지 제재처분(심판위원처분 포함)을 받지 아니할 것
3. 개업 이후 면허 정지 이상의 제재 처분을 받지 아니할 것
위 세 가지 요건에 모두 부합되는 기수만이 2차 후보자 평가 및 선정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 데뷔 만 14년을 향해 달려가고, 기승횟수 5727회에 우승횟수 1137번(2015년 5월 25일 기준)의 문세영 기수에게 1번 요건은 그야말로 “차고 넘치는” 항목이다. 발목을 잡는 것은 2번이다. 2번에서 말하는 최근 3년은 2015년 기준으로 2012년 1월 1일 부터 2014년 12월 31일을 뜻한다. 문세영 기수는 2012년 2일, 2013년 11일, 2014년 17일의 기승정지를 받아 딱 30일을 완성하게(?) 됐다. 일전에도 영예기수 도전을 노렸으나 같은 항목으로 인해 번번이 뒤돌아서야만 했다는 후문도 들려온다. 이 부분에 대한 이야기는 나머지 선발 과정을 한 번씩 훑어보고 온 후에 자세히 이야기 하겠다.
3번 항목은 영예 기수라는 이름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 보인다. 면허 정지 이상의 제재처분을 받았다는 것은 경마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 모종의 행위―경주 전개 부적절 및 준수사항위반 등―로 인한 것이다. 당초 “최근 3년”에 한하던 것이 2013년 부로 “개업 이후”로 변경되며 강도가 높아졌다.
기본요건을 모두 충족시킨 기수는 2차 평가 및 선정에 나서게 되는데, 사실상 본격적인 선발 과정이 시작된다고 볼 수 있다.
2차 평가는 적량평가 25점·규정준수도 45점·관계자 및 팬투표 20점까지 총 90점 만점으로 구성된다. 점수 채점은 통상적으로 각 부분별 만점을 부여한 뒤 감점하는 방식으로 계산된다.
적량평가는 쉽게 말해 통산 복승률이다. 2015년 개정안에 따라 통산 복승률 27% 이상의 기수는 만점인 25점이 부여되고 모자랄 경우 그 차이를 배점 25점에서 감점하게 된다. 가령, 통산 복승률이 25%인 기수는 25점에서 2점이 감해진 23점을 부여받게 되는 것이다.
가장 비율이 큰 규정 준수도는 기승정지 일수에 따라 점수가 감해지는 방식이다. 경주전개 부적절이나 전 능력 불발휘를 사유로 처분 받은 기승정지 일수는 2일당 1점이 감점되며, 그 밖의 제재 사유에 따른 기승정지에는 4일당 1점이 감점된다.
지지도 투표는 경마팬/ 조교사/ 기수/ 심판위원으로 다시 나뉘어지며 각 주체당 5점 만점으로 총 20점의 점수가 매겨진다.
도합 90점의 2차 평가에서 총점 80점 이상을 획득한 기수만이 마지막 관문인 3차 평가에 임할 자격이 주어진다. 경마처와 심판처 등 10인의 경마관계자 심사위원단이 해당기수와의 면접 및 심사를 거쳐 나머지 10점의 점수를 결정짓는다.
만약 이 과정에서 선발되지 않은 기수의 경우 2회(1년 1회)에 한하여 재신청이 가능하다. 다시 말해, 한 기수에게는 총 3번의 영예기수 도전 기회가 주어지는 셈이다.
-바뀐 규정에 울고 웃는 기수들
국내 서러브레드 경마가 시행되는 서울과 부경에서 영예기수가 마지막으로 배출된 것은 2007년 김효섭 前기수가 마지막이다.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는 문세영 기수마저 기승정지에 매년 발목을 잡히고 있으니 기수협회 측에서는 답답할 노릇이다. 특히 최근 들어 급증한 기승정지 처분으로 인해 대부분의 기수들이 기본 요건은 물론 규정준수도 부분에서도 막대한 감점을 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안전을 최우선시 하는 것은 중요한 부분이며 상습적인 것은 지양해야겠지만, 경주 중 가벼운 몸싸움에도 기승정지를 턱하고 때려버리면 위축된 기수들이 100%의 경주력을 발휘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심판실은 2013년 9월부로 바뀐 제도로 인해 기승정지가 소폭 상승했을 뿐이라고 답했다. 당초 주행방해에 대한 심판 처분은 견책·과태금·기승정지까지 세 가지의 제도로 구성돼있었다. 견책이 3회 누적될 경우 1회 과태금이 부여되고, 3회 과태금이 누적될 경우는 1회의 기승정지가 주어지는 연차적 구조였다.
헌데 위와 같은 방식에는 허점이 다수 존재했다. 대표적으로 한 기수가 작은 실수로 견책 처분을 받았는데, 누적된 처분들 탓에 밀리고 밀려 기승정지를 받게 되는 경우가 왕왕 발생한 것이다. 비록 일전의 과오나 아쉬움이 누적된 결과이나 아주 작은 실수가 기승정지로 돌아와 버리니 반발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여기다 과태금의 경우 아무래도 돈이다 보니 흥정이 돼버릴 가능성이 농후했다. 심판결과를 놓고 흥정이 오간다는 것은 신뢰와 공정성을 해칠 수도 있다는 판단 하에 결국 과태금 제도를 없애게 됐다고. 대신 과거 과태금 5만 원에 해당됐던 부분은 견책으로, 20만 원에 해당하는 경우는 기승정지로 전환을 했다. 게다가 최근 100M 내 진로변경 및 채찍 사용 금지 제도가 시행되다보니 기승정지가 많은 것처럼 보이나, 실제 과태금 항목이 견책으로 감해진 부분까지 생각한다면 실질적으로 큰 차는 없다는 것이다.
한편, 기수협회는 이처럼 기승정지 빈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전 기수에게 동일한 규정준수도 평가를 내리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주장해왔다. 2007년 이후 프리기수 제도가 시행됨에 따라 일부 기수들은 압도적인 기승횟수를 자랑하게 됐는데, 자연히 기승정지 횟수도 비례해 증가했다. 협회 측의 지속적인 요구에 따라 경마관리팀은 올해부터 규정 준수도 배점 시, 최근 3년간 기승횟수가 900회 이상일 경우 기승횟수 구간별로 기승정지일 반영 비율을 차등 부여하겠다고 밝혔다. 기승횟수와 기승정지 일자를 반영한 비율을 통해 유동적인 평가를 내리겠다는 것이다. 문세영 기수를 필두로 한 다수의 프리기수에게는 낭보가 아닐 수 없다.
반면, 경마관리팀에서 발표한 두 번째 항목은 일부 영예기수를 희망하던 이들에게 당혹감을 주었다. 당초 적량평가에서 요구됐던 복승률은 25%. 올해 영예기수 신청을 마친 함완식·최범현·유현명 기수(서러브레드 경마)의 복승률은 각각 24.51%, 23.59%, 26.97%다. 일전의 기준에 따르면 함완식 기수나 최범현 기수의 경우 많아야 2점이 안 되는 감점이 가해졌을테고, 유현명 기수의 경우 만점도 가능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개정안에 따라 올라간 27%의 복승률 기준으로 인해 두 배에 가까운 감점을 얻게 됐다. 경마관리팀에서는 최근 늘어나는 기수들의 기승술은 물론 프리기수제의 정착으로 일부 기수들의 성적이 수직상승함에 따라 기준을 좀 더 높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기수협회 측은 차라리 기본 요건인 통산 승수를 높이는 것이 더욱 바람직할 것이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영예 기수를 판단하는 기준에서 입상률의 기준을 계속해서 높이는 것이 과연 올바른가 하는 것이다. 가령 故임대규 기수의 경우 관계자들과 팬들의 존경을 두루 받았으며 기승술도 못지않았으나, 흔히들 똥말이라 불리는 기복마와 악벽마를 도맡아 기승하며 꾸준히 능력을 신장시켜냈다. 비록 복승률은 뛰어나게 높지 않을지라도 그가 훌륭한 기수임에는 틀림이 없다는 것이다. 만약 현 제도가 유지된다면 차라리 가감제도를 시행해 기준을 넘어서는 경우, 가령 복승률 30%의 기수인 경우 25점 만점에 플러스로 3점을 더 추가하자고 주장한다. 이에 경마관리팀은 엄격한 기준을 통해 선발되어야 할 영예기수의 과정에서 플러스 알파 식의 점수는 지양해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미국과 일본의 영예기수
이들의 주장은 한 곳으로 모이지 못하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매년 시행되며 한 명도 나오지 않는 뜨거운 감자. 해외에서는 과연 어떠한 방식으로 영예기수를 선정하고 있을까.
가까운 나라인 일본을 살펴보자. 일본은 영예 기수 외에도 영예 조교사를 뽑는다. 다만 우리나라처럼 매년 선발하는 것이 아니라 지난 2004년 JRA 50주년 기념사업과 2014년 JRA 60주년 기념사업에 의해 실시됐다. 2014년 영예 기수 선출 조건은 다음과 같다.
1. 중앙경마의 통산 우승횟수가 2,000승 이상
(과거 경마 시스템 정착 이전의 기수에 한해 1000승~1500승 조건 인하)
2. GⅠ경주에서 총 10회 이상 우승
3. 연간 최다승 등 발군의 성적을 기록한 경우
위 세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시키는 조건의 기수를 영예기수로 선정했으며, 대부분 아주 연식이 오래된 기수들이 선정됐다고 알려진다. 일본 현지 관계자에 따르면 위와 같은 영예기수 선정을 통해 오래된 팬에게는 추억의 향수를, 젊은 팬에게는 전설을 소개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경마를 아는 팬들에게는 존경하는 정도로 위력이 있으나, 경마를 모르는 일반 대중에게까지 어필이 될 정도는 아니라고.
북미의 경우는 그 규모가 성대하다. 오로지 경마를 위한 명예의 전당(National Museum of Racing and Hall of Fame)이 존재하며 그 명성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북미에서 영예기수에 선정되기 위해서는 기승경력이 20년 이상이거나 은퇴한지 적어도 5년은 되어야 한다. 명예의 전당 심사위원회는 8~10명가량의 후보를 선정한 뒤 경마전문가·기자단 등으로 구성된 이들의 투표를 통해 영예기수를 선정한다. 선정 기준은 성적·경력·명성·모범도·인기도 등으로 이뤄진다.
-서 있는 곳의 차이 : 인식의 다름
평행선을 달리는 것은 결국 “영예기수”라는 존재에 대한 인식 차이에서 기인한다. 영예기수는 명예로운 것이다. 오랜 기간 배출이 되지 않는 것이 당연할 만큼, 도전하는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영광스러운 그런 것 말이다. 하지만 지금의 영예 기수는 조교사가 되기 위한 하나의 도구로 인식되는 것이 사실이다. ―영예 기수 특전 중 하나는 조교사 필기시험 면제다―현재 경마사랑방에도 ‘유현명 조교사 만들기 운동’과 같은 제목을 단 경마팬들의 글이 이어지고 있다. 이렇게 의미 없이 영예기수에 선정된 후 불미스러운 일로 경마계를 떠난 경우가 허다한 것은 부끄러운 일임에 틀림없다. 차라리 조교사 면제 시험이라는 명칭이 어울리는 상황이다. 경마관리팀 역시 지금의, 마치 시험을 치는 듯한 세세한 기준과 일련의 과정들은 “영예기수”라는 타이틀과 맞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어떠한 조건 때문에 꿈꾸는 영예기수가 아닌 한 직업군의 이상이 될 수 있는 존재가 되어야 마땅하다는 입장이다.
반면에 다른 각도에서 봤을 때, 현재의 영예기수가 조교사의 특전을 제외하면 남는 게 무엇이 있을까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다시 말해, 과연 영예가 있는가를 되짚어야 하겠다. 영예 기수의 손바닥이 프린팅 된 현판은 일반인들은 볼 수도 없다. 사실 관심이 있어서 홈페이지를 찾아보지 않는 이상 누가 영예기수였는지도 알 길이 없다.
사실 명예를 살리는 것은 일종의 마케팅과 같다고 생각한다. 한 마디로, 시끄러워야 한다는 것이다. 영예기수 선발과정이 너무나 조용하다. 관심도 없다가 팬 투표가 시작되고서야 “영예기수를 뽑는구나”라고 생각하게 된다. 인식하고 자각하는 존재가 늘어날수록 명예는 반등하게 돼있다. 무형의 존재가 으레 그렇듯 말이다.
시끄러워지기 위해서는 우리 언론지는 물론 마사회와 기수협회에서도 속된말로 “오그라드는” 홍보가 필요하다고 본다. 영예기수에 신청할 정도면 이미 오랜 기간 경주로를 내달려온 사람들이다. 그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그들을 최대한 노출시켜야 한다.
더불어 선정과정 역시 변화가 필요하다. 위에서 언급하지 않았던 3차 면접이자 선정과정인 10점의 주체가 옮겨져야 한다고 본다. 현재의 과정에서는 아무리 대대적으로 홍보를 하여도 마지막 결정권이 시행체에 있다는 점에서 폭발적인 호응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투표주체의 범위를 넓히고, 투명하게 공개돼야만 신뢰가 생기고 권위가 생긴다고 본다. 물론 투표 조작 등의 문제점을 최대한 방지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Hall of Fame이다. 명예의 전당이다. 아직 우리는 전당이 만들어지지 못했다. 하지만 서 있는 곳이 다를 뿐 결국 우리는 말과 경마라는 하나의 지점을 바라보고 있다. 모든 일이 평화롭고 평탄하게만 풀리지는 않지 않는가. 지지고 볶으며 육탄전을 벌이면서도 결국 한 발짝 나아간 지점에 서게 된다면 탁상공론보다는 낫지 않을까. 경마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외침을 나는 사랑한다.
작 성 자 : 조지영 llspongell@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