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말이 소녀에게 준 3가지 선물

↑	▲‘유소년 승마사례 공모전’ 시상식에 참여한 7명의 수상자들 모습.

대중에게 진솔한 승마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한국마사회는 올해 ‘유소년 승마사례 공모전’을 열었습니다. 공모 결과 최우수상부터 장려상까지 총 19편이 선정됐습니다. <말산업저널>은 이번 호부터 19편을 연재합니다. 그 첫 번째 순서로 장려상을 받은 김연지 학생(남정초등학교)의 ‘말이 소녀에게 준 3가지 선물’을 소개합니다. 수상자들에게 축하와 함께 한국마사회 말산업진흥처에도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 편집자 주

“동물 농장만 보고 말 가방만 들고 다니는 나,
제주도에서 처음 본 말, 예기치 못한 선물 줘
까칠한 성격은 명랑하게 바뀌고 건강한 몸도
끈기와 용기로 학습 습관 들여… 사랑한다 말아.”

▲ 장려상을 받은 김연지 학생(남정초등학교)의 ‘말이 소녀에게 준 3가지 선물’을 소개합니다.

저는 동물이 너무 좋아 TV동물 농장 보기를 즐겨하며, 여러 가방 중에서도 말이 그려진 책가방을 들고 학교를 다니며, 장래에 말을 치료하고 옆에서 돌보아 줄 수 있는 수의사가 꿈인 초등학교 4학년 김연지입니다.

제가 처음으로 말을 만났을 때는 가족과 제주도 여행을 갔을 때입니다. 그때의 흥분과 설렘은 아직도 잊을 수 없습니다. ‘푸드득’ 숨소리를 내며 걸어가는 실제 동물을 내가 직접 만져보고 타 볼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신기했습니다. 아빠와 같이 탔는데 아빠 말은 힘든지 자꾸 ‘히히잉’ 거렸고 나의 말은 나에게 ‘네가 내 등에 타서 난 참 좋아’라고 말을 하듯 ‘히이잉’ 거렸습니다. 말을 다 타고 내려서 저는 한참을 쓰다듬고 예뻐해 주고 말도 저에게 뽀뽀를 하려는 듯 다가와 주어서 너무나 기뻤습니다. 말을 그곳에 두고 떠나는 저를 바라보는 말의 커다랗고 반짝이는 눈을 아직도 기억합니다.

그 후 어느 날 엄마가 공부 열심히 하고 엄마 말 잘 들으면 말 타는 걸 배울 수 있는 곳에 데려다 준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엄마가 시키는 공부가하기 싫었지만 말을 탈 수 있다는 말에 영어 단어도 열심히 외우고, 수학 문제집도 밀리지 않고 풀었고, 학교에서 시험도 100점을 맞기 위해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저는 말을 타러 가는 시간이 가장 행복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말을 가까이에서 보고 교감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승마를 위해 숙제도 밀리지 않고 열심히 했고, 시험공부도 열심히 했습니다. 그렇게 숙제를 다 하고 승마장 가는 길은 정말 날아갈 듯이 좋습니다. 말 타는 것을 배우는 것도 좋고, 다 타고 말을 씻겨줄 때 고마워 말하는 듯 고개를 끄덕거리며 나에게로 와 비비적대는 것도 좋습니다. 마방에 가서 당근을 주며 말들의 이름을 불러주면 나를 알아보며 고개 짓 해주는 것도 좋고, 가끔 풀 뜯기러 나갈 때 강아지 같이 나를 졸졸 따라 나오는 말이 너무나 귀엽습니다.

한번은 엄마가 말 타러 다니는 것이 공부시간 빼앗긴다며 이제 그만 타고 공부하자는 말을 하여 저는 너무 슬펐습니다. 그래서 제가 좋아하는 말을 타기 위해 아빠가 제일 약한 뽀뽀를 하루에 100번씩 하고 애교를 부려서 말을 계속 탈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그리고 아빠는 자주 “세상에서 누가 제일 좋아?”라고 물으시면 나는 “말을 태워주는 아빠요”라고 대답해서 아빠가 호탕한 웃음을 지으신 적이 많았습니다.

저는 승마를 하면서 성격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예전에는 조금 까칠해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지 못하고 자주 싸웠습니다. 그러나 승마를 시작하면서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나랑 친하지 않던 친구에게도 내가 먼저 다가가고, 친구들과 많은 이야기를 하며 친구들의 이야기에도 귀 기울이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성격의 변화는 마방에서 말 못하는 말에게 다가가 내가 쓰다듬으며 예쁜 말을 해 주면 마치 그 말을 알아듣는 듯 고갯짓을 하며 반응하는 말을 보면서부터입니다. 내가 말에게 대하듯 친구에게 다정하게 대하면 친구들도 내 마음을 알아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것을 실천해 보았더니 정말 친구들의 반응이 달라지는 것을 경험했을 때 저는 너무 기뻤습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 아빠가 동네 국회의원이라고 할 만큼 친구가 많답니다.

저는 어려서부터 아토피가 있었습니다. 특히 동물 털 알레르기가 있어서 가끔 눈이 팅팅 붓고 얼굴이 울긋불긋 해지며 온몸이 가려워져 긁을 때가 많았습니다. 눈과 입술이 많이 부어 밤늦게 병원에 간적도 많았습니다. 엄마와 아빠는 제가 이런 모습을 보일 때 마다 “말을 계속 탈 수 있겠니?”라며 많은 걱정을 하셨습니다. 그러나 저는 항상 “괜찮아요, 이 정도는. 말들은 아무 죄가 없어요! 씻고 약 바르고 나면 금방 좋아져요”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일이 자주 있은 후에 저에게는 놀라운 변화가 생겼습니다. 말을 자주 접하고 매주 한 번씩 만나니 몸이 적응을 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완벽하지는 않지만 아토피가 거의 나았답니다. 피부과도 이제 거의 가지 않습니다. 이런 말을 제가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겠죠?

마지막으로 제가 말을 타며 가장 달라진 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끈기와 오기가 생겼다는 것입니다. 처음에 저는 승마를 배우며 아주 많이 낙마를 했습니다. 낙마를 하고 나면 두렵고 무서워서 다시 말에 오르기 싫었습니다. 그런데 잠깐 울고 나면 ‘내가 왜 떨어졌지?’, ‘다음에는 꼭 저 말과 완전히 호흡을 맞춰 코치님과 엄마 아빠에게 멋진 모습을 보여줘야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용기를 내어 다시 떨어진 말에 올라서 저의 생각대로 말을 잘 탔을 때 ‘역시 열심히 하니까 되는 구나’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교훈을 공부하는데 자주 사용합니다. 공부하다가 막히거나 모르는 문제가 있으면 그전에는 지루해하며 책을 덮었는데 지금은 포기하지 않고 이해가 될 때까지 계속 반복하고, 그래도 이해가 되지 않으면 엄마나 선생님에게 질문하여 반드시 이해를 하고 넘어가려고 합니다. 그래서 저는 3학년 회장, 4학년 회장도 되었답니다.

이처럼 말은 저에게 커다란 선물을 준 존재입니다.

말은 저에게 좋은 성격을 주었고,
말은 저에게 건강한 육체를 주었고,
말은 저에게 좋은 학습 습관을 주었습니다.

이런 말을 저는 앞으로도 계속 사랑하며 아껴줄 것입니다. 그리고 말을 모르는 친구에게도 저의 이런 경험을 꼭 알려 주고 싶습니다.

사랑한다. 말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