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휴장을 앞둔 지난달 30일(일) 제11경주에서 경마공원 메인 전산시스템이 고장을 일으켜 배당률 게시대가 정상 운용되지 못하고 잘못된 배당률이 게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로인해 경마공원을 찾은 대부분의 경마팬들이 제대로된 배당률을 보지 못하고 마권을 구입, 막대한 혼선을 빚어 문제가 확대되고 있다.
이날 메인 전산시스템의 고장은 10경주 마감 결과 발매 건수가 평소보다 30여만건 많은 1백54만건에 달해 과부하가 불가피했다는 데서 발생했다.
특히 메인컴퓨터의 경우 발매보다 환급절차가 더 복잡해 11경주 발매 직전에 10경주 적중마권을 환급받으려는 경마팬들이 한꺼번에 몰리며 이와같은 사태가 초래됐다고 한국마사회 전산처는 밝히고 있다.
이에따라 11경주 마권 발매는 오후 4시 28분 12초에 시작됐으나 곧바로 22초뒤인 4시 28분 34초에 과부하로 작동이 정지, 이때부터 배당률 게시대는 멈춰있었고 대다수의 경마팬들은 잘못된 배당률 게시대만 보고 마권을 구매, 마사회 민원실을 포함해 각 집무부서, 본사에 빗발친 항의를 보내왔다.
특히 발매 시작 직후 메인컴퓨터 과부하로 배당률 게시대가 멈춰있었지만 이보다 무려 17분 늦은 4시 45분경에야 안내방송이 제공됨으로써 대다수의 경마팬들이 잘못된 배당률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는 것이 주요 쟁점 사항으로 대두되고 있다.
전산 시스템의 정상 운영이 어렵다고 판단되자 마사회는 오후 4시 45분에 안내방송과 함께 과거에 사용하던 컴퓨터를 가동시켜 장내 모니터를 통해 배당률을 게시했으며 4시 50분에 마권발매를 마감했다.
발매 마감 시각은 정상적으로 이뤄졌지만 매출액 집계에 많은 시간이 소요돼 발주는 당초보다 9분 지연된 4시 59분에야 이뤄졌다.
그러나 경주 직후 경마팬 60여명은 관람대 2층 서비스센터(구 민원실)로 몰려 들어 거세게 항의한 것은 물론 경마공원과 각 지점을 찾은 경마팬들도 해당경주 취소 및 마권 환급, 환불을 요구하는 등 문제가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사고 발생 후 하루가 지난 지난달 31일(월)에는 경마팬대표단이 마사회 총무이사실을 방문한데 이어 지난 2일에도 대표단 2명이 마사회를 방문해 해당경주 환불과 대안마련을 촉구했다. 또한 「1·30 불공정 경마배상 투쟁위원회」의 윤만희(42세,자영업) 위원장은 관할 경찰서인 과천경찰서에 집회를 신고, 이것이 통과됨에 따라 오는 12일과 13일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까지 경마공원 내에서 집회를 열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고를 접한 경마팬들의 움직임이 점차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거세지자 마사회는 대응방안을 마련키 위해 지난 2일 박희송 총무이사 주재로 경마비상대책위원회를 열어 이번 사고에 대한 대책안을 수립했고 9일에는 언론대책회의를 통해 사과 성명서와 해명서를 확정, 발표했다.
한편, 조문행 마사회 전산처장을 비롯해 류근창 경마협력팀장, 박양태 경마팀장, 박정진 경마과장 등은 8일(화) 나우누리 경마동호회 회원들을 만나 입장을 설명하고 내주중으로 하이텔과 천리안 등 각 통신동호회원들을 만날 계획이며 이번 주 경마일에는 이번 사고와 관련해 마사회장을 비롯한 임직원들의 사과발표가 있을 예정이다.
마사회가 발표한 대책안을 보면 일단 현재 시행규정에 명시돼 있는 경주 취소 기준이 불명확해 이에 대한 세부적인 시행 규칙을 마련, 제도적인 부분을 보완하는 한편, 중앙컴퓨터의 용량을 늘려 전산사고의 방지를 도모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그리고 조만간 사고원인을 정확히 규명하고 경주 시행에 있어 잘못된 점이 없었는지 세부 조사를 벌여 이 과정에서 실무진의 실수가 인정되면 해당자에 대해 엄격한 조치가 따를 것으로 알려져 해당자들의 문책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전산 관련자 1명은 사의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앞으로 그 파장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배당률 게시대 오작동으로 인한 피해를 입은 경마팬들은 차후 이런 사고가 재발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물론 당연히 환불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한결같이 주장하고 있다.
전산시스템 고장 후 안내방송이 제공된 시간 즉, 오후 4시 28분 12초부터 오후 4시 44분까지 걸린 총매출액은 29억8천2백58만4천1백원. 통계적으로 경마팬 1인당 1경주 평균 베팅액이 대략 3만원인 것을 고려했을 때, 정상적인 배당률을 알지 못한 채 마권을 구입한 경마팬의 수는 1만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대해 본사에 항의를 해 온 경마팬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배상이 이뤄져야 하는 것은 물론 정상적인 배당률을 게시하지 못하는 상태에서는 경주를 취소하거나 발매된 마권을 전부 교환, 환불해 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마사회는 ‘환불 대상자와 범위의 공정성 확보가 어려우며 그 근거가 뒷받침되지 않아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한편, ‘제도적·기술적 보완을 통해 차후 재발을 방지하고 이번주 경마일에 경마팬들에게 사과를 표할 예정이며 전체 경마팬을 대상으로 물질적인 위로 방법을 심도있게 연구하겠다’고 밝혔다.
이에따라 마사회는 이번주 토요일 경마공원 및 지점에 입장하는 모든 경마팬들에게 3천원상당의 사은품을 지급할 예정이다.
【이희경 기자 pinklady＠krj.co.kr】

작 성 자 : 이희경 violet@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