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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포쪽은 남고 주암은 부족, 비효율적 배치
―최근 신마 입사 몰리며 마방 포화 상태, 30여두 대기
―관계자 전향적인 대책 마련 촉구 나서
최근 서울경마장은 마방 부족으로 조금 과장해서 말한다면 공황상태에 직면해 있다.
제주에서 올라온 경매마들이 제자리를 못찾아 엉뚱한 조, 엉뚱한 마방에 둥지를 트는가 하면 벌써 능력검사를 마치고 주로 데뷔를 했어야 할 2세마들이 아직도 목장에서 한가로이 풀이나 뜯고 있는 경우도 있다.
서울경마장의 마방수는 총 1천4백72개다.
삼포와 주암으로 나눠진 마사지역은 52개 조 가운데 27개가 주암에, 그리고 25개가 삼포에 자리잡아 각 조당 평균 28칸의 마방을 보유할 수 있다.
하지만 조별로 보유 두수가 천차만별이라 많게는 40두까지, 적게는 10여두에 불과한 조도 함께 섞여 있다. 하지만 이들은 마방을 일률적으로 분배받아 운영하다보니 보유두수가 많은 조는 마방이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조에 말을 맡겨 놓기도 하고, 또 때로는 외부 목장에 위탁 관리시키기도 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또한 일부 보유 두수가 많은 조교사들은 소속조의 부진마들을 하루 빨리 퇴사시키고 예정된 신마를 들여올 계획을 세우기도 하지만 경주마가 마주의 개인재산인 관계로 위탁관리자에 불과한 조교사로서는 이또한 여의치 않다며 호소하고 있다.
연간 경주마 생산 및 도입은 규모가 어느 정도 짐작되는 계획 사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방 수가 이런 공급 계획에 발을 맞추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마방임대제 자체의 문제는 없는지 진단해 보도록 하겠다.
<현 마방임대 시스템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
―개업 조교사에게 무상 임대
―4년차 이상에게는 최대 40칸까지 제공
현재 서울경마장의 마방임대는 신규 개업 조교사에게 고정 16개 마방에 예비 4칸을 제공하며 그 이후 각 연차별로 수를 늘리고 있다. 4년차 이상은 40칸까지 풀로 무상 제공되며 2년차와 3년차는 각각 25칸과 30칸에 예비 마방을 보유할 수 있다.
물론 처음에 조교사 개업을 하게되면 보유두수가 많지 않아 16∼20칸 가량되는 마방 수는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하지만 4년차 이상은 무조건 40개 마방이 한정되면서 보유두수가 늘어났을 때를 대비한 예비 마방이나 그 외 대안이 전무한 실정이라 문제다.
특히 신마가 대거 도입되는 시기에는 각 마방 별로 연차에 관계 없이 마방 수 부족을 호소해 앞으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말 수급 계획과 마방 운영 계획에는 어떤 문제점이 있나>
―서울경마장 평균 보유두수 1400여두 육박, 가용두수 매년 빠른 폭 성장
―마방 시설 및 수는 10년 전 그대로
서울경마장이 보유하고 있는 경주마 수는 지난해까지 1200∼1300여두에 불과했으나 매년 국산마 생산이 확장일로에 놓이면서 빠른 성장을 보이고 있다.
올 해만 해도 벌써 1차 경매로 들여 온 말이 90두인데다 개별거래마와 오는 6월, 9월 중에 열릴 추가 경매를 감안하면 앞으로 2백여두 가량은 더 추가 도입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이시기에는 외산마 도입도 함께 이뤄져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이런데 반해 경주마 도태율은 별 차이가 없고 특히 마방 수는 한정돼 있어 제때 나갈 말과 들어올 말이 타이밍을 맞추지 못하므로 마방 수 부족이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는 것이다.
경주마 도입과 생산은 이미 연간 추진 계획으로 일관성 있게 진행되는 사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용 마방수를 고려하지 않은채 무리한 생산과 도입이 이뤄졌을 리는 없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인가?
일단 계획된 마필 도입 일정이 예정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차질을 빚는다는 점이 마방수 부족을 더욱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은 것으로 진단할 수 있다.
지난해의 경우 외산마 도입도 일정대로 이뤄지지 못하며 시기적으로 늦춰졌고 특히 국산마의 경우는 예정된 경매가 두 차례나 무산되면서 연말에 한꺼번에 2백여두에 달하는 경매마가 경마장에 입사, 올 초부터 마방 부족을 예고했다.
또한 제2 육성목장 건설 계획이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는 것도 향후 문제를 더욱 커지게 할 위험 요소로 지적된다.
대규모 트레이닝센터가 함께 건립될 예정이므로 이번 사업만 완성이 되면 지금 서울경마장이 겪고 있는 마방 부족사태는 한시적인 문제일 뿐 심각한 지경에까지 이르지는 않을 전망이지만 지금처럼 여전히 지지부진하다면 사태는 더욱 확산될 수 있다.
이밖에 부진마의 도태율이 지나치게 낮다는 점도 마방 부족을 부채질하고 있는 요소다.
<마방 수 부족, 일시적 현상인가? 근본적 문제인가?>
―예년 비해 올 해 특히 심화, 각 조마다 “아우성”
―경주마 수준 전반적으로 향상되면서 마방 수는 물론 시설 노후도 문제로 지적
서울경마장에서 마방이 부족했던 적은 비단 이번 뿐만은 아니다. 해마다 신마가 도입되는 봄철과 가을철에는 일부 조에서 마방 부족을 겪곤 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처럼 대규모로 대다수 조가 마방 부족을 호소했던 예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즉, 꾸준히 국산마 생산이 확대되면서 전반적인 경주마 수가 늘어나고 있는데 반해 그린벨트 지역인 서울경마장은 시설 확장에 막대한 어려움을 겪음으로써 이제 마방 부족은 일회성이 아니라 앞으로 지속될 심각한 문제로 대두될 전망이다.
이런 사태를 예측해 마사회는 지난 97년부터 익산에 대규모 트레이닝 센터를 갖춘 제2육성목장을 건설할 계획을 세웠었다.
이미 올초부터 착공에 돌입해 연말 쯤이면 완공될 계획이었지만 토지매입 과정에서 지역주민의 반발로 지금까지 건설 여부조차 결정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지속적인 신마 유입이 예정돼 있는 서울경마장 각 조는 앞으로도 마방 부족에 시달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
<‘마방 빌리기와 빌려주기’>
―“본 마방 점거 당했다”…빌려준 조들 참담한 표정
―효율적인 관리에 어려움 따라…빌린 조도 이 눈치 저 눈치
각 조마다 마방 운영 방식이 다양하고 이에 따른 성적도 천차만별이라 보유두수도 각양각색일 수 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상대적인 박탈감에서 비롯되는 크고작은 사건이 발생해 빌려주는 조나 빌린 조나 마음 고생이 따른다고 관계자는 토로하고 있다.
서울경마장 52개 조 가운데는 연중 40두 이상 꾸준히 보유하고 있는 마방이 있는가 하면 10두 안팎으로 최소한의 마방 운영을 하고 있는 조도 있다.
하지만 조별로 할당된 마방수는 일정하기 때문에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
이에 따라 보유두수 초과로 마방이 부족한 조는 상대적으로 남는 조에서 한시적으로 마방을 빌려 사용하고 있는데 이것이 서로간 많은 불편을 초래하고 때로는 웃지 못할 헤프닝까지 연출하기도 한다.
즉, 마방을 빌려준 조는 본 마방을 점거 당했다고 해서 사기가 침체되고 반대로 빌린 조는 새벽부터 남의 조에 먼저 가 자기 조의 말만 관리할 수 없어 해당 조 관리사들이 업무를 시작할 때까지 마방 앞에 대기하고 있다가 눈치껏 일해야 한다고 나름대로의 입장을 설명한다.
<전향적인 대안은 무엇인가>
―장기적인 생산 및 수급 계획 차질 없이 진행되는 것이 1차 과제
―마방대부제에 관한 근본적인 재검토 따라야…마방대부료도 상금에 반영해 유료화
―제2육성목장 건설 사업 서둘러 매듭지는 것 급선무
―당장 부족한 마방은 승마훈련원 보유 마방 임시 가용도 고려
현재 서울경마장이 겪고 있는 마방부족 사태을 일시적인 현상으로 봤을 때 두가지 대안이 떠오른다.
먼저 각조마다 부진마를 대거 퇴사시키는 방법이 있을 수 있고, 두 번째는 승마훈련원이 승용마 전용으로 보유하고 있는 마방을 임시 가용하는 방법이 그것이다.
부진마의 퇴사는 장기적인 관점에서도 앞으로 추진해 나가야 하는 과제며, 특히 이번처럼 마방 부족이 심화되는 경우에는 더욱 절실하다.
이는 조교사나 소유주인 마주의 선택이므로 이들의 의식 전환이 요구되고 있으며, 부진마의 도태율이 높아지면 신마 수급이 그만큼 원활해 질 수 있고 또한 경주질도 향상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마방부족사태를 일시에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는 승마훈련원의 마방을 경주마용으로 한시 대체하자는 쪽이 더 설득력을 갖고 있다.
물론 승마훈련원의 마방도 그 나름대로 충분히 이용 목적이 있겠지만 당장 경주마의 거취가 불투명한 지금의 상황에서 그 방법만이 숨통을 트여줄 대안으로 떠오른다.
장기적으로는 지금의 마방임대제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게 일고 있다.
즉, 선진 경마시행국처럼 마방임대를 일정 수준 유료화해 일률적으로 각 조마다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조교사별로 필요한 만큼만 임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는 의미다.
물론 지금 상태에서는 마필가를 상금에 반영하는 것처럼 마방임대료도 어느 정도 상금에 포함시켜야 제도 운영의 묘를 살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매달 50여만원 가량 소요되는 사양관리비 외에 마방 임대료가 추가되면 마주나 조교사는 성적이 시원찮은 경주마에 대해 투자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것이므로 부진마의 퇴출이 훨씬 용이해 질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런 장·단기적인 대안 마련에 앞서 마사회는 제2육성목장 건설 사업을 서둘러 매듭짓는 것이 급선무며, 부산경남경마장 건설이 착공에 돌입한 시점에서 육성목장 및 트레이닝센터 건립이 더 이상 늦어진다면 앞으로 문제는 일파만파 확산될 소지가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이희경 기자 pinklady@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