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
|||
―마사회 등록·비등록지로 구분해 공정거래행위에도 저촉
―경마전문지 판매 유통에도 관여해 경영권 간섭이라는 시각도
우리 사회 전 분야는 최근 몇 년간 급진적인 개방 흐름을 타고 각종 규제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분위기다.
요지부동의 법률로 인식되던 국가보안법마저 폐지되리라는 전망 속에 국민의 정부는 지난 98년부터 규제개혁위원회를 설치하고 사회 전반의 분위기 쇄신을 유도하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경마계는 어떤 대응을 하고 있는가?
이제부터 경마와 관련한 각종 규제와 시대 흐름을 역행하는 제도 등을 살펴보고 어떤 점이 개선되어야 하는 지 진단해 본다.
이번호에서는 40여개사가 난립해 연간 2백50억원대의 시장규모를 형성하고 있는 경마전문지와 이를 규제하려는 한국마사회의 전문지관리 규정에 관해 살펴보기로 하자.
<전문지관리규정이란 무엇인가?>
―마사회 판매 등록 전문지 관리 위한 규정
―게재해야 하는 기사 및 발행인의 자격 엄격히 규제
등록지란 한국마사회가 장내에서 판매토록 허용한 전문지를 지칭하며 현재 등록지는 모두 22개사다.
이들 등록전문지에게는 마사회가 출입증을 발급해 마사지역에 대한 출입을 허용, 경주마 및 기수, 조교사에 관한 자유로운 취재를 돕고 있다.
출입증을 발급하고 장내에서 판매를 승인하는 조건으로 마사회는 해당 전문지의 발행인 자격을 제한하는 한편, 특히 전문지 내에서 다루는 기사 내용과 유통 체계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 기사 내용이라는 것은 ▲경주결과의 예상에 필요한 당해 경주 출전마의 최근 경주 성적, ▲출전마 관리 조교사 및 기승 기수에 관한 사항, ▲출전마와 기수가 해당 경주에서 부담하는 중량, ▲해당 경주의 분석 및 예상, ▲출전마의 습성, ▲출전마들에 대한 조교사 인터뷰 기사, ▲전주 경주결과에 대한 분석 기사, ▲경주관련 뉴스, ▲경마시행제도 및 마사회 정책 등 공지사항, 그리고 마사회 등록번호 및 등록연월일 등이다.
이밖에 전문지관리규정에는 전문지 발행인 및 직원에 대한 규제도 명시돼 있는데 ▲첫째 마권을 구매하거나 알선하는 행위, ▲둘째 마사회 규정 및 지시사항을 위반하는 행위, ▲셋째 마사회의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 ▲넷째 마사회 대외보안사항을 누설하는 행위, ▲다섯째 출입제한구역에 무단으로 출입하는 행위, ▲여섯째 경마공정에 반하거나 마사회 위신을 실추시키는 행위, ▲일곱째 등록받은 권리를 타인에게 양도하거나 타인에게 행사토록 하는 행위(단, 전문지사업자가 사망하거나 불가피한 사유가 있는 경우는 예외), ▲여덟째 건전한 경마시행을 저해하는 기사 및 광고 게재, ▲아홉째 정당한 사유없이 전문지 판매를 중단하거나 허위 또는 과장광고 등으로 판매질서를 문란케 하는 행위 등이다.
마사회로부터 판매등록을 받은 전문지는 위 규정을 준수해야하며 어길 시에는 3개월 이내의 판매정지에서부터 판매등록 취소까지 제재를 받을 수 있다.
마사회는 지난해부터 장내 판매등록 자격을 완화해 판매등록한지 3년이 경과한 자에 한해 결격 사유가 없는 한 등록증을 교부해주고 있으며 올 해들어서만 3개사가 등록지로 편입됐다.
한편, 전문지관리규정에 따른 영향 및 간섭은 유통체계에도 심각한 폐단을 끼치고 있는데 유통업체 및 개인판매자와 전문지업체간 갈등은 전문지의 등록 여부까지 연관돼 있어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
<전문지의 역할과 중요성 인정해야 한다>
―언론 아닌 ‘예상지’로 폄하하는 풍토 시정돼야
전문지관리규정에 관해 전문지 업계 종사자는 물론이고 대다수 경마관계자들이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사회·국가적으로도 언론에 관한 통제, 규제 등이 자취를 감추고 있는 마당에 한국마사회가 전문지의 기사와 광고 내용, 심지어 유통망까지 규제할 수 있느냐는 시각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전문지 시장이 지나치게 어지럽고 과열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또 경마팬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이같은 관리규정을 정한 것이라고 마사회 관계자는 밝히고 있지만 전문지관리규정은 말 그대로 전문지를 예상지로 폄하, 일률적으로 통제하기 위한 수단일 수 밖에 없다.
그 일례로 전문지에 대해서는 마사회 발급 출입증이 무색하게 경마일 기수대기실이나 심판실 출입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전문지도 언론 매체다. 어쩌면 경마분야에서만큼은 그 어떤 매체보다 정확하고 날카로운 현장 정보를 제공한다고 볼 수 있다.
과거에 전문지 형태나 시장질서가 어땠든지 간에 앞으로 발전적인 방향으로 유도해 나가는 것이 시행체로서 공정경마시행을 위한 마사회의 몫일뿐, 규제와 간섭 일변도의 정책은 곤란하다.
우선 전문지에 대한 언론으로써의 역할을 인정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며, 억압을 위한 통제가 아닌 동반자적 관계에서 발전을 위한 정책 제시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일반신문과 전문지 구분 관장 인력낭비 >
―관장부서 이원화 노동강도 더욱 높여
지난해부터 마사회는 홍보실에서 관장하던 경마전문지에 대한 업무를 경마처로 넘겼다. 이로인해 경마전문지와 기존의 예상지는 경마처가 관장하고 일반대중매체는 홍보실에서 관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마전문지에 대해서는 판매 등록 및 출입증 발급 등 전반적인 관리 업무가 경마처 소관으로 넘어간데 반해 전문지 기자들은 취재와 관련된 부분을 별도로 홍보실로부터 협조 받고 있는 실정이다.
굳이 전문지와 일반매체의 관장부서를 경마처와 홍보실로 분리하는 것은 조직관리에 있어서도 합리적이지 못하며 효율성을 저하시킨다고 볼 수 있다.
경영적인 측면에서 경마처의 업무와 전문지 관리는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지만 기사와 경마관련정보 제공이 핵심인 전문지에서는 홍보실과의 업무협조가 보다 요긴하며 일간 신문의 그것과 크게 벗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마사회는 얼마전 조직 개편을 통해 업무의 효율성을 극대화, ‘고효율저비용’을 실천하겠다고 회장이 직접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당장 전문지 관장부서만 봐도 실제와 오히려 고비용저효율의 구조로 돼있어 개선되어야할 정책임을 알 수 있다. 마사회는 업무의 효율성을 확보하고 혼선을 빚지 않기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전문지와 일반 신문에 관한 창구를 일원화해야 한다. 굳이 경마처와 홍보실로 이원화해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전문지 시장도 자유경쟁체제 도입 필요하다>
―비등록지도 취재 및 기사 게재, 통제 기능 “유명무실”
마사회가 전문지를 등록·비등록지로 구분함에 따라 비등록지는 본장과 지점내에서 판매할 수 없어 유통체계의 다양성을 꾀할 수 없고 더욱이 출입증이 발급되지 않는 관계로 마사지역 출입이 불가능해 정보 수집 및 제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뭔가 공평하지 못한 경쟁 체제다.
시장경쟁원리는 어느 분야에나 공평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시장이 혼탁하고 어지럽더라도 시장경제에서의 경쟁을 통해 수요자의 냉철한 심판과 선택이 따르면 자연스럽게 정리될 수 있는 것이다.
언제까지 규제와 통제로 일관할 것인가?
지금 전문지 시장에서는 일대 혁신 바람이 불고 있다. 그동안 폭리를 취해왔던 일부 판매업자에 맞서 새로운 유통체계가 움트고 있으며, 향후 지방경마장 시대를 대비해 전문지와 유통회사는 경쟁력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마사회의 전문지관리규정이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초래해서는 안되며 빠른 시일내에 폐지됨은 물론 모든 전문지들에게 문을 열어 이들간 자유로운 경쟁이 가능토록 해야 할 것이다.
전문지관리규정 폐지에 따른 출입증 발급에의 제한은 마사회가 별도로 고민해야 할 사항이며 공정한 경마시행 분위기를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전문지의 활동 영역을 확대하도록 도와야 한다.
현재 마사회가 출입증을 발급한 22개 전문지들은 매주 조교사작전공개와 마방탐방을 위해 마사지역을 출입하고 있다. 이들은 거의 비슷한 내용을 게재함으로써 팬들의 높은 불만을 사고 있는데, 앞으로 심도 있는 정보 제공을 위해서는 마사회의 협조가 적극 강화되어야 하며 취재 영역의 확대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한편, 마사지역 출입이 불가능한 일부 전문지들이 마치 직접 조교사와 기수를 만나고 취재한 것처럼 기사를 게재하고 있는 것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한쪽에서는 과도하게 규제를 가하면서도 또 한쪽에서는 규정이 지켜지지않고 그 기능이 유명무실해지고 있는 현실을 마사회는 직시해야 한다.
<전문지만의 특성과 전문성 적극 살려야>
―전문지 시장 지나치게 폐쇄…자유로운 경쟁, 발전 방향 모색해야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 경마시행국에서 경마전문지의 역할은 실로 막대하다. 이들 나라에서 경마전문지는 경마계의 정론을 이끌면서 발전 방향을 끊임없이 모색, 개척 활로를 제공하는 순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또한 경마시행의 엄격한 감시자면서 경마팬, 관계자의 거침없는 언로이기도 하다. 경마시행을 주관하는 정부기관이나 시행체로부터 일체의 간섭, 영향도 받지 않는 것은 물론 당연한 일이다.
그러면 79년 역사의 한국 경마 현실에서 전문지의 위상과 역할은 왜 이렇게 축소될 수 밖에 없었는가? 우승마번만 찍어주는 ‘예상지’라는 폄하된 시선 속에 스스로를 옭아매고 스스로를 작아지게 만든 것은 아닌지 뒤돌아 봐야 한다.
또한 같은 업계의 타사에 대한 배타적인 경영 정책도 그동안 전문지들이 범한 오류의 범주에 속한다.
수요가 지나치게 많은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어느 수준 이상의 경쟁 업체는 존재해야 하며 이들간 건전한 경쟁이야말로 경마산업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현대 사회는 끊임없는 경쟁을 요구한다. 전문지라는 이름이 무색하지 않게 경쟁에 뛰어든 업체들은 저마다 정보의 질을 높이는데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한다.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고 마사회가 외치고 온갖 규제와 통제를 가하는 것보다 서로간 합법적인 자유 경쟁을 통해 우열 순위를 매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경마팬들의 판단과 선택은 냉철하다.
‘누가 더 좋은 전문지를 만드느냐’, 이점이 바로 핵심이다. 전문지관리규정은 득보다 실이 더 많은 악법이다. 하루 빨리 폐지돼야 한다.
<다음호에서는 ‘이상한 제도, 마권구매상한선제’를 다룬다>
【이희경 기자 pinklady@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