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렛츠런파크 서울은 2015년 본격적인 외국인 조교사 모집을 시작했고, 다양한 자격 검증 끝에 최종적으로 선정된 이가 바로 브라이언 윌리엄 딘 조교사다. 제2회 아시아챌린지컵 당시 싱가폴 대표로 ‘베일볼’과 함께 한국을 찾은 바 있어 국내팬들에게는 낯설지 않은 얼굴이다. 그는 이제 원정조교사가 아닌 한국 경마 관계자의 일원으로서 첫 테이프를 끊기 위한 준비단계에 있다. 한국 경마를 둘러보며 개업 준비에 한창인 브라이언 조교사를 만나 그에 대한 이야기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어보았다.
-만나서 반갑다. 한국행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최근 싱가폴에 한국경마가 수출되고, 베팅도 할 수 있게 되면서 관심을 가지게 됐다. 결정적으로 지난해 아시아챌린지컵 당시 ‘베일볼’과 함께 한국을 방문했던 것이 발단이 되어서 이렇게까지 인연이 닿게 됐다.
-2016년 1월부터 한국에 들어와 경주와 전반적인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지켜봐왔다고 들었다. 한국 경마에 대해 느낀 바가 있다면?
경주내용이나 말 상태가 특별하게 떨어진다거나 하는 것은 없다고 본다. 경주마 자체의 체구나 주를 이루는 특성은 나라마다 다른 것이 당연하다. 지켜보며 인상깊었던 것은 관계자들이 한 단계 높은 곳으로 발전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야기가 나온 김에, 한국 경마 관계자들에 대한 인상은 어떠했나?
이번 연휴에 싱가폴을 다녀왔는데, 그곳의 관계자들도 내게 같은 질문을 했다. 한국 관계자들은 어떠하냐고. 앞서 언급했듯, 한국 경마관계자들은 한마디로 열정이 넘쳤다. 사실 "나는 모든 것을 알고 있고, 당신의 조언이나 도움은 필요없다."라는 완고한 태도였다면, 나는 매우 절망스러웠을지도 모른다. 기쁘게도 한국 관계자들은 질문도 많이 하고, 도움을 주고받는 것에 스스럼이 없었고 배우려는 의지가 강했다. 이처럼 의지가 뛰어난 사람들이라면, 나 뿐만 아니라 경마와 관련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데려와 함께 일을 해보는 것을 적극 추천하고 싶다. 분명 한국 경마는 충분히 비약적인 발전을 할 수 있으리라 본다.
-시설적인 부분은 어떠했나? 부대시설이나 마방 환경 같은 것 말이다.
여기 오기 전까지는 인터넷이나 미디어 매체를 통해서만 한국경마를 접할 수 있었다. 한정된 정보만 보다 직접 와서 살펴본 한국경마는 생각보다 훨씬 많은 잠재력을 지니고 있었다. 특히 말 동물병원이나 수영장과 같은 부대시설은 기대 이상으로 잘 되어있더라.
마방의 경우는 사실상 싱가폴과 비교했을 때 개별 면적이 더 좁긴 하다. 싱가폴 역시 한국과 마찬가지로 땅덩이가 좁은 국가다. 그래서 2층으로 된 마방을 구축해 면적을 확보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한국 경마의 뜨거운 감자가 바로 주로 문제인데, 본인이 판단하는 한국 주로의 상태는 어떠한지?
잔디주로와 인공주로, 더트주로 모두 각자의 문제를 안고 있다. 사실 현재 상황에서 주로를 완전히 바꾼다거나 하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나. 주어진 주로 사정에 따라 내 경주마의 상태를 파악해 훈련이나 실전에서 다른 작전을 구사해야한다고 본다. 만약 가능하다면, 모래주로만 있는 것 보다는 다른 종류의 주로가 하나 더 있다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번에는 본인의 이야기를 좀 해보자. 한국 경마팬들은 당신에 대한 정보가 많이 없을텐데, 말과 함께한지는 얼마나 되었는지?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한 평생을 말과 함께 했다. 나는 호주에서 태어났는데, 아버지가 호주에서 조교사 일을 하셨다. 우리 집 역시 작은 목장을 갖고 있다. 그래서 아주 어렸을 때부터 말과 함께 뛰어놀고, 자랐다.
-자연스럽게 말과 관계된 직업을 갖게 된 것인가? 기수 출신이라고 들었는데?
지금 몸 상태가 전혀 그렇지 않아 보이겠지만 사실 기수 출신이다. (웃음) 1973년 빅토리아 레이싱 클럽에서 견습기수로 시작해 1979년부터 정식 기수 면허를 부여받아 활동했다. 그러던 중 싱가폴에서 열리는 국제 경주에 몇 차례 출전하게 됐고, 나를 눈여겨 본 싱가폴의 마주가 싱가폴에서 활동해보지 않겠냐고 제안해왔다. 나름대로 싱가폴에서 명망있는 마주의 제안이었고, 많은 고민 끝에 호주를 떠나 싱가폴과 말레이시아에서 기수 활동을 시작했다.
-왕성한 활동을 접고 조교사로 전향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90년대 후반에는 트랙라이더로도 활동했는데, 60두에 가까운 말들을 모두 내가 관리했다. 체중 조절도 힘들고 막판엔 체력문제도 있어, 조교사로 전향하게 됐다.
-싱가폴 역시 동양국가인데, 외국인이 조교사를 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은 없었나?
일단 당시 호주, 뉴질랜드, 일본, 남아공, 미국 출신의 외국인 조교사가 7~8명 정도 활동 중이었다. 하지만 당시 나는 다른 외국인 조교사들보다 훨씬 좋은 환경과 지원 속에 활동했는데, 아무래도 오랜 기간 기수로서 싱가폴에서 활동해왔던 것이 크게 작용했다. 기수 생활을 하면서 사귀었던 친구들과 도움을 드렸던 분들이 내가 조교사가 되니 손을 내밀어 주시더라.
-조교사로서 성적은 어느 정도였나?
470승 이상 기록했다. 2007년에는 EW 베이커 트로피(G2)와 2008년에 3세마 스프린트 대회에서 우승한 이력이 있다.
-싱가폴에서 마방 정리를 하고 오기가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본다. 듣기로는 조교사 겸 마주였다고 들었는데?
확실히 쉽지 않았다. 나를 믿고 국제적으로 활동하는 마주들이 일부러 싱가폴로 경주마를 보낸 경우들이 있었으니까. 책임지고 믿을만한 사람들에게 위탁을 맡기고 왔다. 내가 소유하고 있는 경주마들은 지금 한창 전성기를 맞이한 상태다. 한국에서의 활동에 주력하기 위해 마주로서의 경주마 구매는 더는 하지 않을 예정이다.
-조교사로 활동하며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는지? 나 조교사로서 이런 것도 해봤다, 하는 자랑 같은 것 말이다.
마필관리 부문에서 내가 강조하는 것은 “결코 우승할 수 없다 단정 짓지 말라”는 것이다. 싱가폴에서 조교사 활동을 하던 당시 부상이나 질병으로 인해 경주마로는 끝이 났다고 평가 받았던 말들이 있었다. 내가 보기엔 적절한 조치를 취한다면 분명 다시 뛸 수 있는 말이라 보여서 마주를 설득해 결국 그 말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줄 수 있게 됐다. 결국 그 말은 짧게든 길게든 나와 함께 하며 회복 기간을 가졌고, 결국 경주에 나가 우승을 거뒀다. 나는 말 각자의 능력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말에 따라 사료배합부터 훈련 방법까지 모두 다르게 적용한다.
-쉽게 포기하지 않는 근성, 조교사로서의 강점이라고 본다. 이 밖에도 본인이 갖고 있는 강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마필 구매나 정서적인 측면에서 강점이 있으리라 본다. 마필구매 중에서도 특히 호주말의 경우는 유리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 나는 호주에서 목장을 경영하고 있고, 아버지를 따라 경매도 많이 참여해봤기에 호주에서 열리는 크고 작은 경매들을 모두 알고 있다. 한국 마주들이 호주에서 말을 구매할 때면 구매상한선 탓에 제대로 된 말을 구하지 못한다거나, 능력에 비해 지나치게 비싼 값에 말을 구매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들었다. 저렴한 가격에 구매해 최대의 수득상금을 내는 것이 중요하지 않나. 실제로도 싱가폴에서도 그렇게 해왔고, 마주들에게 투자에 대한 보람을 느낄 수 있게 했다고 자부한다.
-정서적인 측면이란 것은 한국 경마에 대한 적응력과도 연계되는 부분인지?
그렇다. 만약 내가 호주에서만 쭉 조교사를 하다 곧바로 한국에 들어왔다면 오랫동안 적응하지 못하고 고전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같은 동양권인 싱가폴에서 오랜기간 기수생활을 했고, 조교사로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아나갔다. 싱가폴과 한국이 결코 같지 않지만, 자연스럽게 연착륙할 수 있는 경험이 있다고 생각한다. 싱가폴에서 활동할 당시 거의 모든 나라의 말을 다뤄봤고, 반대로 내가 보유한 말을 데리고 한국을 포함한 다양한 나라에 원정을 다녔다. 당연히 그 나라들은 각자 다른 주로와, 경마 시스템을 갖고 있었고, 그것에 적응하는 과정을 셀 수 없이 많이 해봤다. 이러한 경험들이 어우러져 한국에서 적응할 수 있는 힘을 줄 것이라 본다. 목표를 두고 최선을 다한다면 어떠한 여건에서도 반드시 성과를 이뤄낼 수 있다는 믿음을 그간의 경험을 통해 갖게 됐다.
-한국에서 마방 개업은 언제로 예정돼 있는지?
사업비자와 사업자등록, 개업마사조정 등에 따라 3월 중에 개업하게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의 경주 흐름을 쭉 지켜봤을텐데, 한국경마에 맞는 작전을 준비하고 있는지?
우선 모든 작전 구사는 말의 능력에 따라서 준비하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여기에 한국 경주의 흐름을 적용시켜야 할텐데, 지금까지 지켜본 바로는 선행 전개가 유리하다고 보인다. 아무래도 모래주로이다보니 경주 진행 시 발생하는 킥백, 즉 모래가 튀는 것이 심해 따라가는 말들의 능력발휘에 영향이 끼치는 것 같더라. 하지만 어디까지나 참고할 사안일 뿐이고, 말의 특성이 최우선이 될 것이다.
-기수 기용은 어떤 식으로 할 생각인지?
앞서 말했듯 나는 오랜 기간 기수로서 활동해 왔다. 때문에 말 마다 어떤 기승스타일의 기수가 어울리는지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기수들을 지켜보았는데, 체계적인 교육 덕분인지 경력있는 기수들은 물론 수습기수인데도 훌륭한 능력을 지닌 기수들이 많았다. 말의 스타일과 기승 스타일이 가장 잘 접목되는 접점에 있는 기수를 기용하고자 한다.
-한국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개인적으로는 당연히 한국에서 잘 자리 잡고 싶은 욕심이 있다. 그와는 별개로 내가 그동안 해외에서 쌓아온 경험들이 한국 경마 발전에 도움이 되는 요소가 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지금 내가 이곳에서 마방을 개업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그동안 내가 인연을 맺어온 해외의 경마관계자들에게는 한국에 관심을 갖게 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일종의 광고효과라고 할까.
-한국 관계자들이 궁금한 점이 있다면 언제든지 정보를 공개할 의향이 있다는 것인지?
물론이다. 그들이 원한다면 언제든지 내가 갖고 있는 지식이나 경험 등을 알려드리고 싶다. 내가 감히 이것은 이렇게 해야한다고 단언하거나 코치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지만, 다양한 사례를 제시해줄 수는 있기 때문이다. 언제든지 나는 열려있고, 마주든, 조교사든, 관리사든, 심지어 경마 관계자가 아니라 하더라도 내게 궁금한 점이 있다면 언제든 물어주었으면 좋겠다.
-브라이언 조교사에게 `호스맨`이란?
`호스맨`이란 말을 이해하는 사람이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말에 대해 연구하고, 지켜보고 공부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머리로 이해하는 것과 말을 한 번이라도 만져보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고 본다. 말은 살아있는 생명체이고, 사람과 마찬가지로 이해하고 소통해야하는 대상이다. 아무리 많은 비디오를 보고, 책을 봤더라도 지금 이 말이 겁을 내고 있구나, 이것을 싫어하는구나, 를 알아챌 수 없다면 진정한 호스맨이 될 수 없다고 본다.
작 성 자 : 조지영 llspongell@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