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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행·악순환 깨기 위해서 승마장 측 솔선수범 필요 지적
주먹구구식 운영 탈피·내륙 지역 승마장 협동조합 필요 주장
KRA한국마사회와 국민생활체육 전국승마연합회가 3월 31일 KRA한국마사회에서 개최한 ‘2014 전 국민 말 사랑 운동 간담회’ 도중 승마장 측 입장을 대변한 목소리가 있었다. 그러나 그 목소리는 ‘승마장이 어려우니 지원해 달라’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먼저 솔선수범해야 한다’라는 취지의 신선하고도 정직한 목소리였다.
그 주인공은 박경남 트리플밸리 대표(53). 무역회사를 운영하며 20년간 승마를 하다가 승마계의 관행을 목도하고 이를 깨고자 직접 승마장을 운영한 지 3년째다. 4월 13일 일요일,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 수암동에 위치한 트리플밸리에서 박경남 대표를 만나 승마계의 관행 문제와 대안 등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편집자 주>
- 트리플밸리를 소개해 달라.
서울에서 가장 근접해 있는 승마장이다. ‘안전·친절·청결’ 3대 사훈을 내걸고 있는 트리플밸리는 100% 철저한 예약 시스템을 통해 운영한다. 그냥 지나가다가 말 타러 온 사람은 일절 받지 않는다. 배우려는 의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이는 안전 문제와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또 구보·속보 등의 방식 대신 3단계로 나눠 원형마장과 실내마장 오픈마장에서 단계별로 승마를 배우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그러다 보니 입소문을 타고 우리의 진정성을 알아주는 회원들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승마는 예복을 갖춰 입는 등 예의를 갖추고 말을 사랑하는 건강한 운동이다. 우리는 단지 말 타는 기술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건강을 위한 승마를 전파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 마방을 둘러보니 말들이 순치도 잘 됐고 톱밥을 많이 까는 등 관리 상태가 훌륭하다. 또 마분 관리 시스템도 자랑할 만하다던데.
현재 국4군 경주마인 ‘포트카’도 우리 마방에 휴양차 와 있다. 또 마분 관리에 특히 신경써서 한여름에도 냄새가 안 나고 파리도 없다. 마분에 파리가 끼는 이유는 그때그때 치우지 않고 하루 이상 이를 적재하기 때문이다.
마분은 친환경 퇴비다. 그냥 버릴 게 아니라 지자체에서 각 시군별로 청소차를 한 대씩 지원한다면 퇴비로 활용될 수 있다. 하지만 현행 규정상 마분은 마방 옆에 14일이나 둔 다음에 버리게 하는 등 규제 문제도 걸려 있는 만큼 이를 해소하는 문제도 시급하다.
- 말 사랑 운동 간담회에서 한 발언이 인상적이었다.
‘승마장 원장들부터 반성하자’, ‘주먹구구식 말고 공정하게 사업하자’는 취지의 발언이었다. 간담회 당일 언급된 보험 문제나 예방 접종 문제, 교관 구하기 어려운 문제 등은 사실 우리 승마계의 그간 관행이 빚어낸 문제와 무관치 않다고 생각한다. 지원해 달라기 이전에 우리부터 투명하게 운영하고 말 등록을 잘 한다면 문제는 하나씩 해결될 것이라 본다.
- 말 사랑 운동의 참가자 자부담을 70%로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이채롭다.
이는 우리 승마문화와 관련이 있다. 자부담이 30%면 싸니까 사람들은 예약한 것도 쉽게 어기는 등 출석 체크 문제가 발생한다. 가격이 싸니까 말을 정말 사랑하고, 배우려는 의지보다 폼 잡고 자랑하려고 오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서로 싸우기도 하고 승마장을 욕하기도 한다. 피해는 승마장만 고스란히 떠안는 구조적 문제의 대표적인 예다. 실제 지난해 우리는 자부담 비율 5:5와 3:7 두 경우를 다 진행했는데 자부담이 높은 층(50% 자부담)에서만 회원 등록을 했다.
자부담도 높이고 기승비를 현실적으로 책정하는 일은 승마장 경영과 연관된 중요한 사안이다. 6년 전 기승비가 3만 원이었는데 지금도 여전히 3만 원이다. 사료비, 인건비 등은 10배 가까이 올랐는데 기승 비용도 현실적으로 책정할 필요가 있다.
- 처우에 따른 교관의 잦은 이동 등 교관 구하기 문제, 자격시험의 난이도 문제 등에 대한 언급도 간담회에서 나왔다.
승마장에서 현실적으로 필요한 실질적 지원은 중요하다. 특히 지방의 경우 환경이나 재정 문제가 심각해 교관 구하기가 어려운 것으로 안다. 하지만 실제 생활체육 3급 자격증 등 자격을 갖춘 교관은 남아돈다. 근본 문제는 교관을 마방관리사처럼 부리고 대우를 제대로 하지 않는 데 있다. 특히 지방의 경우 숙식 문제도 신경 써야 한다. 우리는 마방관리사에게도 독방을 따로 내주고 환경도 깨끗이 관리하는 등 등 처우 문제에도 신경 쓰고 있다.
또 예약 문화가 정착돼 일과표에 따라 승마장을 경영해 교관들이 제때제때 일하는 방식도 중요하다. 월급은 적게 주면서 아무 때나 일을 시키고 환경을 갖추지 않는다면 누가 버텨내겠는가. 또 대회 출전을 원하는 등 교관의 바람과 비전이 승마장의 특성과도 맞아야 한다.
- 승마계가 선진화되기 위해 예약 문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이유는?
골프장을 갈 때는 부모가 죽지 않는 한 예약을 지키려고 하면서 승마장은 그렇지 않다. 말 사랑 운동을 할 때 특히 그렇다. 경영하는 입장에서도 예약 문화에 대한 인식을 높여야 한다. 그렇게 하면 강습하는 입장의 레벨에 따라 말도 구별해 준비하고, 시간 낭비가 되지 않으며 무엇보다 안전성이 보장된다는 장점이 있다.
승마장에서는 사고가 안 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보험회사가 보험을 안 받아준다고 하기에 앞서 사고의 위험을 원천 차단하고, 거짓으로 보험금을 타 먹는 등 속이는 일이 없어야 하지 않겠나. 그간의 관행 때문에 자기부담금이 증가하는 등 일부 승마장의 문제 때문에 전체 승마장 경영이 어렵게 됐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각 승마장마다 조금씩 신경을 더 써서 기본을 갖춘다면 함께 발전할 수 있는 틀이 마련될 것이라 본다.
- 승마장의 또 다른 관행들로는 무엇이 있을까. 5월 12일에 농축산부가 전국 승마장 대표들과 간담회를 한다는데 사전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다들 알다시피 말을 팔면서 바가지를 씌우고 거짓말하며 서로를 속이는 관행이 큰 문제다. 지금 생각해보면, 운영이 안 되니까 그렇게 한 것이고 악순환이 반복됐다고 보는데 그 심정이 이해는 된다. 오죽 운영하기 어려우면 그랬겠나.
또 말의 수급과 이동에 따른 등록을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 신고를 제대로 해야 관리를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없는 말이 있다고 속이거나 등록은 제때 하지 않으면서 무작정 지원만 해달라고 해서는 안 된다. 예방 접종도 마찬가지다. 환경이 깨끗하지 못한데 무료로 예방 접종만 한다고 근본 문제가 해결되겠는가.
지원해 달라고 주장하기에 앞서 우리부터 적정 마진만 보고, 투명하게 운영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현장에서 밑받침이 안 되는데 무슨 정책 지원이 가능하고 도움을 줄 수 있겠는가.
또 협동조합 같이 승마장을 지원하면서도 옳은 소리를 낼 수 있는 단체가 필요하다. 승마장 운영 및 경영 문제와 대회 등 생활체육 활성화를 위한 행정적 구분을 이원화해 투명하게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이 시급하다. 자기 자리 지키기에 급급해 현장의 소리를 외면하거나 관행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면 승마계 발전은 요원하다.
이용준 기자 cromlee21@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