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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 지원 첫 사업…한·중·일 참석 공인 대회 성격
“한라마는 우리 민족에게 내린 하늘의 축복이라고 생각합니다. 여성과 아동, 노인에게 적합할 뿐 아니라 재활승마, 지구력대회 등 다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비용과 관리비도 적게 듭니다.”
제주승마공원 서명운 대표도 ‘말에 미쳤다’는 소리를 자주 들었다. 1988년 삼성전자 승마단 창단에 기여하고 전 세계를 돌며 승마를 포함한 스포츠 마케팅을 업으로 삼아 활동할 때는 대기업 간부로 평범하게(?) 살았다. 낯선 타지인 제주에 내려올 때만 해도 단지 기마민족이라는 한국 사람이 쉽고 편하게 탈 수 있는 말을 보고자 했을 뿐, 눌러 살 생각은 아니었다.
그러던 서 대표는 운명처럼 제주산마(한라마)를 만나게 됐다. 천연기념물 제주마만 귀하게 대접받고 혼혈인 제주산마는 방치되거나 고기로만 팔리는 상황을 목도한 것. 당시는 서명운 대표가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전 세계 승마 시장의 트렌트이자 장애물 대회보다 더 많이 개최되는 지구력대회와 관련한 내용들에 몰두하고 있을 때였다.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승마산업 트렌드, 경기 내용 등을 보고 배웠는데 당시 한국은 병아리 수준이었습니다. 되려 말 두수는 줄어들었고, 종사자들은 ‘공수표’만 날렸습니다. 승마대회는 마장마술과 장애물 경기만 열렸습니다. 무언가 잘못 돌아가고 있었죠.”
그래서 승마산업 컨설팅과 마케팅 전문가로 활동한 서명운 대표는 ‘미친놈’ 소리를 들어가며 자비 3천만 원을 들여 2008년에 제주에서 전국지구력승마대회를 개최했다. 말의 고장 제주에서조차 승마대회 개념이 없었던 때였다. 또 제주산마에게는 ‘한라마’라는 이름을 지어줬고, 한라마를 사들여 지금의 제주승마공원을 2010년에 개장했다. 애월읍 장전리의 공동 목장 땅을 임대받아 33만 평의 초지에 목장을 운영하고 말똥도 직접 치우며 한라마를 육성 순치하기 시작했다.
“제 말에 책임지기 위해서였습니다. 한라마의 우수성과 진짜 가치는 선수들도 다 인정하는데 일부는 외형만 보고 외면하는 현실이 안타까웠습니다. 현장가로서 말과 소프트웨어에 투자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 것이죠.”
서명운 대표는 이런 가운데 말산업에 대한 “사명감, 소명의식과 같은 힘이 생겼다”고 했다. 그러자 서서히 그의 뜻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나타났고 함께 여러 사업을 진행하며 결실을 맺게 됐다. 일본 엘란초 그란데 승마장(토시미 세토 대표)와 승마장 및 승마상품개발 업무 협약도 체결하고 지난해에도 지구력승마대회를 성공리에 개최했다. 국제승마연맹 관계자들을 꾸준히 초청해 제주의 승마 인프라에 대해 알렸고 ‘합격점’도 받았다. 세대를 지날수록 한라마의 유전적 성격도 안정화되고 있다. 또 작년에는 일본 말고기 매출 2위 업체와 국내 최초로 비육마 기술·수출 계약도 맺었다. 평소 서명운 대표가 주창하는 제주의 승마 활성화와 한라마의 세계화를 위해 노력한 결실이 서서히 맺고 있는 것.
성과는 또 있다. 한국과 중국 일본 등 세계 각국의 말과 선수가 참여하는 국제지구력승마대회가 오는 11월 15일부터 17일까지 제주승마공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무엇보다 국제대회답게 문화체육관광부(유진룡 장관)가 지원하는 국내 첫 사업이자 한라마가 100% 출전하는 대회라는 의의가 있다. 현재 제주승마공원에 있는 한라마들은 체고가 152cm로 아랍종과 비슷해 지구력대회에 적합하다.
국제승마연맹(FEI)이 인정하는 100㎞ 이상 장거리 대회는 아니지만, 이번 대회는 80km 엘리트 종목을 포함, 생활체육 승마인들도 참여할 수 있는 40·20·10km 종목도 열린다. 행사 전날에는 지구력대회 관련 심포지엄을 열고 자전거대회 개최 등 지역 관광 레저 스포츠 대회로 정착시킬 만반의 준비를 했다.
이는 한라마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과정이자 한국 관광 승마 활성화를 위한 시도다. 따라서 정책적 판단을 하는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들도 말산업의 3차 산업을 담당하고자 이 사업을 수락했고, 장관과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 이번 대회가 열리게 됐다. 또 내년 인천에서 개최될 2014아시안게임에서도 지구력대회를 개최하기 위해 백방으로 알아보고 있다. 서 대표는 인천아시안게임 승마 자문 위원이기도 한데, 인천시장과 협의를 마친 상태로 10월 중에 아시안게임 지구력대회 개최 여부를 판가름할 예정이라고 했다. 국내 유수의 승마협회나 단체, 기관이 하지 못한 일을 말에 ‘미친’ 한 개인이 이뤄낸 크나큰 결실이다.
서명운 대표는 승마산업을 포함한 말산업이 블루오션임을 확신한다고 했다. 5년 내에는 경마산업과 승마산업이 같은 매출 규모를 올려 국내 축산업의 한 축을 담당할 것이라고도 했다. 이를 위해서는 국제무대로 눈을 넓혀 국내 말산업을 세계화하는 연구과 실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말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종사자들이 성실하고 진실성이 통해야 합니다. 알을 깨고 나오려는 태동기인 우리나라 현재 말산업 현장에서는 지구력승마대회와 같은 소프트웨어 지원이 가장 필요합니다. 객관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 실체 인프라 구축 또한 시급합니다. 또 안전과 재미, 합리적 가격으로 승마 대중화도 이끌고 이에 적합한 말을 생산 육성하는 일도 필수입니다.”
이용준 기자 cromlee21@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