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주꾼 함완식(23세)이 수습해지했다.
데뷔 후 1년 10개월만의 쾌거다. 물론 이미 41승 고지를 넘어선 동기들도 몇 있지만 선례에 비춰봤을 때 18기들의 약진은 주목할 만했다. 그 태풍의 눈에는 분명히 함완식의 눈부신 활약도 있었음을 부인하기 어려우며 따라서 앞으로 그의 활약에 더 큰 기대가 모아진다.
그가 지난주 일요일 신예 ‘소리마당’으로 41승째를 기록하자 매사 낙천적이고 밝은 성격 탓에 유난히 축하의 물결이 많다.
스스로를 ‘진짜 덤벙대고 우유부단’하다 말하는 함완식을 만나 그가 생각하는 더 큰 미래를 엿본다.

“별로 다를 게 없어요. 다른 때랑 똑같죠(웃음)”
기수들의 단합 축구대회로 한창이던 17일(수) 그를 만나 소감을 전해들었다. 마흔한번째 우승이건만 별다를 게 없다고 털어놓는다. 사실은 더 큰 것을 바라기 때문인걸까…?
“우승하는 순간은 어떤 말로 어떤 무대에 서건 기쁜 게 사실이에요. 그래서 이번에도 더 특별할 건 없죠”
그가 기억하는 가장 짜릿한 순간은 ‘영롱에이스’로 첫 승을 이뤘을 때도 아니고, 정식기수로 발돋움케 했던 이번 경주도 아니다. 지난 4월에 있었던 스포츠투데이배에서 소속조(14조)의 대들보 ‘클래식리절트’로 준우승을 차지했을 때가 바로 그것이다. 임대규 기수가 기승정지로 출전할 수 없게되자 김일성 조교사는 새파란(?) 그에게 ‘클래식리절트’를 덜컥 맡겨 버렸다. 하지만 좋은 기회였다.
경마대회 첫 출전이었지만 어깨너머로 선배와 조교사에게 배워온 것들을 맘껏 드러내며 작전대로 멋진 경주를 연출해 비록 우승은 아니었지만 준우승을 엮어냈으니 말이다.
데뷔 때부터 연일 폭탄 배당을 선사하며 경마공원에 새바람을 일으킨 함완식의 가장 큰 강점은 바로 꾸준함이다. 몰아치기에도 능하지만 항상 그 만큼의 몫은 해내기 때문에 경마팬들에게도 인기가 높은 게 사실이다. 마사회 홈페이지를 비롯해 얼마전 개설한 그의 홈페이지에도 연일 팬들과 동료들의 축하 메시지가 끊이질 않는다.
치열한 승부의 세계 한가운데 서있는 기수에게 있어 슬럼프는 가장 가까이에 있는 적이라 할 수 있다. 짧은 시간이든 장기간 동안이든 모든 기수는 슬럼프를 겪게 마련이고 그에 대한 부담도 적지 않으리라 짐작된다. 그동안 쉼없이 앞만보고 달려온 그는 어떨까?
“작년에 기승정지 8일을 당하고 실의에 빠져있던 저에게 대규 선배가 해주신 말씀인데요… 슬럼프는 항상 자신에게서 비롯되는 거라더군요. 안 좋은 일을 마음 한구석에 두고 자꾸만 되새기면 플레이가 소극적으로 변하고 그 때문에 또다시 마음이 흔들려 실수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는 전 경주에서의 실수를 다음 경주까지 이어가지 않는다. 안좋은 일은 되도록 빨리 잊고 좋은 일만 기억하라는 선배의 충고가 좋은 약이 된 듯 싶다.
이제 2년도 못채운 기수생활이지만 그에게도 징크스는 있다.
“경주 출전을 앞두고 그날 입을 기수복이 딱 맞지 않으면 이상하게 신경 쓰여요. 물론 깨끗해야 하구요. 또 훈련시에 항상 신는 고무장화를 경주 때도 착용해야 하는데 미처 준비가 안되는 날은 경주 진행이 산만한 편이에요”
슬럼프, 징크스… 이런 것들은 항상 프로선수에게 따라다는 꼬리표다. 따라서 그는 오랜 기수생활을 위해 겪어야 할 것들을 하나하나 배워가는 셈이다.
물론 처음보다 기승술이나 경주중 임기응변 능력도 많이 향상됐다.
“경주 중 발생하는 의외의 상황에서 순간적으로 임기응변하는 능력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아직까지 미숙한 편인데 긴박한 순간의 선택은 코차이 승리와 패배를 판가름 짓는다는 걸 많이 느꼈어요”
경주중 동기들의 플레이를 지켜보며 배우는 것도 많다. “그런 게 있어요. 비록 동기기는 하지만 나보다 잘 하면 꼭 따라하고 그렇게 되기 위해 숨어서라도 연습하는 거요. 그러다보면 어느 순간에 다른 사람의 기술이나 작전이 내것이 될 때도 있지요”
승부욕이 강한 이들 사이에서도 분명 시너지 효과는 있다. 서로가 거울이 되어 잘못된 점은 바로잡고 배워야 할 점은 본보기가 되어 발전적인 방향으로 이끌기 때문이다.
“많이 노력해야 할 겁니다. 이제부터 진짜 실력이 드러날 거에요”
담담하게 수습해지한 소감을 말했던 그의 눈이 빛나기 시작했다.
진정한 실력으로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겠다는 그의 약속을 믿어보자. 지금까지도 그랬지만 이제부터는 두배, 세배로 노력하는 모습을 기대해도 좋을 것같다.
【이희경 기자 pinklady@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