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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마팬 범죄자로 모는 행위, 더 큰 범죄이자 횡포” 지적
팬 입장에서 실전 베팅 방식 다룬 『경마의 재발견』 발간해
일류대 출신으로 한국산업은행 지점장, 대우차 재무담당 전무이사 등을 역임한 사회 지도층 인사가 현재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렛츠런CCC 용산 문제에 대해 입을 열었다. 지난 7월 28일자 <한겨레> 사설 칼럼면에 ‘경마 고객은 잠재적 범죄자인가’란 글을 발표한 허대영(62) 씨가 그 주인공이다. 본지 <말산업저널>은 『경마의 재발견』이라는 책을 발표한 저자이기도 한 허대영 씨를 8월 7일 경기도 분당 오리역 인근 커피숍에서 만났다. <기자 말>
- ‘경마 고객은 잠재적 범죄자인가’란 인상 깊은 칼럼을 <한겨레>에 발표하셨습니다.
평소 경마를 즐기는 팬의 입장에서 경마팬들을 도박꾼이자 잠재적 범죄자로 몰아가는 문제를 심각하게 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경마팬을 범죄자로 모는 행위가 더 큰 범죄이자 압력 단체의 횡포라고 생각합니다.
경마는 국가가 장려해야 할 중요한 산업입니다. 베팅으로만 이해해서도, 극소수 팬들의 지엽적인 행태를 침소봉대해서도 안 됩니다. 일부 경마팬의 적폐가 영향을 준 것도 일부분일 뿐입니다. 우리나라 경마와 경마산업에 대해 일부 시민과 인기영합주의에 매달린 정치권이 왜곡된 시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증명됐고, 이를 바로 잡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렛츠런CCC 용산 사태를 어떻게 보십니까.
과거 일부분을 확대해 사실과 다른 주장을 반대 측이 하는 건 참 잘못된 일입니다. 2천 년대 들어 경마산업은 더욱 발전했고 사회에 좋은 영향을 줬지만 다 무시됐습니다. 레저 관람 스포츠이자 산업적 측면의 효과도 무시됐습니다.
일부 사람들은 ‘경마를 왜 장외발매소에서 하느냐, 경마장(렛츠런파크)에나 가서 하라’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경마장은 다양한 시설을 갖춘 생산 공장이고 장외발매소는 동네 마트와 같은 경마산업의 최종 소비처입니다. 이런 장외발매소를 개장하지 말라는 것은 경마를 하지 말라는 말과 똑같다고 봅니다.
현재 시범 운영 중인 렛츠런CCC 용산이 개장 취소되면 경마 시행체인 KRA뿐 아니라 마주협회와 같은 유관 단체, 직원들, 기수와 조교사들, 목장들 모두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입니다. 일부 언론이 호도하는 문제도 심각합니다. 말산업계가 적극 나서서 마이크를 들고 시위라도 해야 합니다.
- 렛츠런CCC 용산에 직접 가보셨습니다. 분위기는 어땠나요.
인근 학교와 주택가와는 6차선, 8차선 대로에 고가 차도까지 있어 완전히 분리된 상업지구에 위치하고 있었습니다. 건물 자체도 깨끗하고 내부 시설도 훌륭했습니다. 이곳을 이용하는 경마팬들은 매너도 좋고 스스로 조심하는 분위기였습니다. 반대 측 주장은 말 그대로 ‘억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사실 경마팬들은 아직까지 가족에게 경마한다고 말 못 하는 분위기가 여전합니다. 사회 지도층 인사로서 이번 칼럼을 통해 경마를 즐기는 시민임을 ‘커밍아웃’하시기도 했는데요. 우리네 경마문화에 대한 평소 지론은 무엇입니까.
저도 주말이면 가족과 경마를 합니다. ‘커밍아웃’이라는 표현도 잘못됐다고 봅니다. 가족과 같이, 은퇴 후에, 연인과 친구와 함께 즐기는 경마가 돼야 합니다.
과거 뚝섬경마장 시절, 각종 비리 문제들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고 잘못된 점도 분명 있었습니다. 하지만 1993년 개인마주제가 시행되면서 큰 변화가 시작됐다고 봅니다. 무엇보다 2천 년 대 들어 우리 경마산업은 발전했고, 과거와 확연히 달라졌습니다. 경마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바꾸는 데 각계의 모두가 노력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 1986년 봄 친구를 따라 뚝섬경마장을 찾으면서 경마와 인연을 시작하셨습니다. ‘특별한 느낌이 드는 새로운 세상’을 만나시면서 30년 가까이 경마와 함께하셨는데요, 당시와 지금의 분위기는 어떻게 달라졌습니까.
당시에는 국민들이 즐길거리가 없었습니다. 뚝섬경마장을 갔을 때 정신적으로 강한 임팩트가 있었습니다. 골프와 바둑 등 여러 취미 생활을 했지만 말을 태우고 달리는 경마라는 게임의 모습, 추리 과정 모두 재미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시와 지금이나 경마팬들 90%가 경마를 모르고 기본 없이 하는 모습, 옛날 잘못된 인식 그대로 일확천금을 노리는 모습 들은 여전합니다. 우리나라 경마팬들은 경마를 무엇으로 배우는가 질문해 봅니다. 정확하게 배우고 무리하지 않으면서 게임을 즐겨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골프나 바둑은 관련 서적이 많지만 경마 베팅에 관한 이론서는 전무합니다. 바둑은 하다가 막히면 책을 통해 이론을 배우고, 골프는 코치를 통해 교정을 받지만 경마는 그렇지 못합니다. 그러니 친구 따라서, 잘못된 정보에 기대서 돈을 잃기만 합니다.
- 그래서 정보가 부재한 경마계와 팬을 위해 베팅 전문 서적, 『경마의 재발견』이라는 책을 발간하셨습니다. 책은 어떤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까.
크게 네 파트로 나뉩니다. 배당과 관련해 배당판을 어떻게 보고 해석할지를 다루는 배당률, 경마는 말의 상태를 보는 일이 중요하기에 말 보는 법을 양대 축으로 두고 경마의 중요한 이론들 그리고 경마장 내에서 겪은 에피소드와 칼럼을 묶었습니다.
경마는 인간이 창출한 최고의 유희입니다. 경마를 제대로 이해해야 경제적 타격 없이 즐길 수 있습니다.
- 『경마의 재발견』을 집필하기 위해 2008년부터 2013년까지 대부분 경주 결과를 살피고 해외 경주 분석 등 검증된 사실만 기술하시는 등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셨습니다.
우리나라에는 경마와 관련해 정확한 자료조차 없는 상황입니다. 일본과 홍콩에서도 사양과 질병, 혈통, 조교 방식을 다룬 책이 있지만 베팅을 전문적으로 다룬 책은 전무합니다. 현직에 있을 때 자료를 틈틈이 모으며 공부했고, 은퇴 후 6개월 간 전체 내용을 기술했습니다. 이후 6년 가까이 경주 동영상과 경주 결과를 분석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특히 일본 경마에서 많이 배웠습니다. 마학과 상식, 법규를 다룬 국가 말산업 자격 시험 교재도 3~4번 정독했습니다.
- “분석은 기술이고, 베팅은 예술이다”라는 말처럼 책에서 소개하는 베팅에 관한 조언, 실질적인 노하우가 있다면 소개해 주십시오.
경마는 준비된 말이 이긴다는 제1원칙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말은 사람과 달리 있는 그대로를 보여 줍니다. 예를 들어, 인기마는 상태의 좋고 나쁨을 떠나 가장 많이 팔리기 마련입니다. 대체로 준비된 말은 ‘제일 후착마’, 즉 여러 후착마 중 가장 강한 배당률을 나타내는 말입니다. 경주 전 배당 움직임과 평소 훈련, 예시장에서의 움직임 등을 종합하고, 최고 인기마가 확신이 가지 않고 애매할 때 반드시 제일 후착마를 모든 베팅의 중심으로 삼아야 한다는 이론입니다.
말이 준비됐다면 어떤 경로를 통해서든 시장에 전달되기 마련입니다. 경마의 속성이 그럴뿐더러 선진국일수록 시장으로의 전달은 더 잘 됩니다. 따라서 경마의 본질이 녹아든 배당 이론도 반드시 알아야 합니다. 배당 이론은 주식과도 비슷합니다. 차이가 있다면 주식은 1년여 정도 투자 회사의 가능성 등을 분석한다는 점, 경마는 한 달여 정도 그 말을 보고 ‘좋아졌다’는 판단이 돼야 합니다.
- 오랜 경마팬으로서 KRA와 한국 경마계에 대한 소감이나 바라시는 점이 있으시다면요.
경제 규모에 비춰볼 때 우리 경마산업은 더 성장해야 합니다. 말산업의 주요 재원인 경마산업은 향후 10년간 매출 10조 원대를 넘어 안정화돼야 승마산업과 관련 부대산업이 발전한다고 봅니다. 현재 매출 8조 원이 안 되는데 이마저도 억지로 하고 있다고 봅니다. 경마산업은 이대로 죽으면 안 됩니다. 관련 세제를 개편하고 사회적 인식을 바꾸기 위해 KRA가 장기적으로 태스크포스팀(T/F)을 구성하는 등 적극 나서야 합니다.
경주 편성도 최하 30분 간격으로 운영될 수 있는 묘가 필요합니다. 일본의 경우 3~40분 간격으로 편성하고 있습니다. 우리 경마팬들이 커피 한잔 하고 밥을 먹을 시간도 없이, 숨 돌릴 틈 없이 경주가 편성되는데 이 부분도 달라져야 합니다.
경마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관련 언론인들의 인식도 변해야 한다고 봅니다. 시행체의 잘못을 견제하고 팬들의 불만을 전하는 일을 출입 기자들이 감당해 주기를 바랍니다.
또한 KRA는 경마팬에게 경마의 기본, 정석을 가르칠 수 있는 방법도 강구해야 합니다. 초보자 교실과 전문가 강의를 하고 있지만 경마 초보자를 위한 안내 책자를 초·중·급 과정으로 만드는 일도 필요합니다. 이는 고객의 저변 확대와 공급에 도움이 되는 일입니다. 신규 젊은 고객을 창출하지 못하면 우리 경마산업은 고사될 것입니다.
- 향후 계획이 있다면요.
개인적으로 경마산업이 발전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이번에 쓴 『경마의 재발견』을 기반으로 실제 베팅하는 방식, 예를 들어 중상급자를 위한 ‘경마 Q&A’와 같은 책을 쓰려고 합니다. 또 ‘만화로 배우는 경마’처럼 초보자들이 쉽게 배울 수 있는 책을 과정별로 써보고 싶습니다.
- 끝으로 <경마문화신문>과 <말산업저널> 독자들께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16년 전 경마문화신문이 처음 시작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정말 어려운 시기에 척박한 우리나라 경마문화 발전과 대안을 제시하는 등 선구자적 역할을 하며 각고의 노력을 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사람은 습관의 지배를 받는 노예입니다. 한번 잘못된 습관을 들이면 바꾸기 어렵습니다. 일부 잘못된 부분들이 누적돼 있는 우리 경마문화를 바꾸는데 앞으로도 더 많은 노력을 해 주시길 바랍니다.
※ “경마의 블랙박스를 열다”…『경마의 재발견』 (해드림출판사: 2014, 15,000원) 톺아보기
경마의 본질
경마는 어린 경주마가 완전한 경주마가 되어 가는 과정 사이에 시행되는 경기이다. 당연히 매 경주에 출전하는 모든 경주마가 지난번 경주와는 다르게 변한다는 사실이 경마의 핵심이다. 이것을 간과하는 모든 경마 관련 공부는 무용지물이고 오히려 적중하지 못하는 길로 안내하는 길잡이가 될 뿐이다.
경마를 오래할수록 더 잘 안되는 이유
대부분 경마 팬은 정확한 경마 지식과 이론을 알지 못하고 사실과 다르게 쌓인 지식이 고정관념화되어 일정한 틀에 갇혀 있다. 이러한 틀은 굉장히 견고해서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깨뜨릴 수 없다. 정확한 경마 지식과 이론을 체계적으로 배워야만 이런 틀을 깰 수 있다.
베팅 방법상의 고수와 하수의 차이점
베팅의 중심마로 삼고 싶은 출전마가 2두 이상일 때는 반드시 상대적으로 비인기마를 베팅의 축으로 삼아야 한다. 경마 베팅 방법상의 핵심 사항으로 그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고 이것이야말로 경마의 ‘고수’와 ‘하수’를 가르는 분수령이라 할 수 있다.
책 구입은 렛츠런파크 서울 내 그랑프리 매장과 인터넷 서점에서 가능하다.
이용준 기자 cromlee21@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