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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고추·파프리카 등 60여 종 품종 개발 농가 보급 공로
잘 깨지지 않는 ‘달고나수박’과 깎아 먹는 ‘복수박’을 만든 품종 전문가 권오열(56) 농협종묘센터 육종연구사업단장이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으로부터 농업 분야 대한민국 명장(名匠)으로 선정됐다. 지난 30여 년간 수박과 고추·파프리카 등 종자 육성과 연구에 힘써오며 신품종만 60여 종을 넘게 개발해 농가에 보급한 공로다.
한여름에는 60도가 넘을 정도로 푹푹 찌는 비닐하우스를 집 삼아 일궈온 성과다. 선정 당일인 지난달 28일, 권 단장은 섭씨 30도가 넘는 무더위에도 경기 안성의 비닐하우스에서 하루 종일 고추를 돌보고 있었다.
권오열 단장의 대표작 달고나수박은 1987년 세상에 나왔다. 달고나수박은 일반 수박보다 크고 당도가 높다. 권 단장은 “보통 수박보다 훨씬 단단하기도 해서 수박으로 축구를 해도 되겠다는 얘기도 많았다”며, “비포장도로를 달려도 깨지는 일이 적어 농장에서 인기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런 장점 덕분에 당시 종자(種子) 회사가 달고나수박 종자를 팔아 올린 매출이 연 100억 원이 넘었다.
껍질이 얇아 깎아 먹을 수 있는 복수박도 권 단장이 같은 해 개발했다. 지금은 경남 거창의 명물로도 유명한 복수박은 무게가 2㎏ 정도로 일반 수박의 5분의 1밖에 안 되지만, 육즙이 부드러워 해외에서 인기가 높다. 권 단장은 “복수박은 당시 가족 구조가 대가족에서 핵가족으로 바뀌는 흐름을 반영한 것”이라며 “처음엔 수박같이 생기지 않아서 인기가 없었다”고 말했다.
새 품종을 만드는 데는 보통 6~10년이 걸린다. 권오열 단장은 “흙은 절대로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정성을 쏟은 만큼 되돌려 준다”며, “품종 개발은 미치지 않고선 안 된다”고 했다.
권오열 단장은 경북 예천에서 수박을 재배하는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영남대 원예학과를 졸업한 뒤 줄곧 종자를 기르고 연구해왔다. 1996년 종자기술사를 거쳐 2006년 대전 배재대에서 농학 박사 학위도 땄다.
농업 분야 대한민국 명장이 된 권 단장은 국내 최초로 파프리카 품종 6종을 개발하고 수출 길을 찾고 있다. “국내에서 재배되는 파프리카는 전부 수입품이에요. 우리도 이제는 새 품종을 개발해 해외로 수출해야 합니다.”
작 성 자 : 이용준 cromlee21@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