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마방경영으로 정상에 우뚝선

서울경마장의 호빵맨, 지용철 조교사.
바른 생활 사나이(?)이기도 한 그가 끝없는 비상(飛上)을 준비하고 있다. 평범한 기수, 김정년·김훈과 함께 그가 준비한 깜짝쇼는 연일 경마팬들의 탄성을 자아낸다. 치밀한 계산과 정확한 흐름파악으로 최상의 승부를 엮어내는 그에게 있어 「최고 조교사」라는 찬사는 값비싸 보이지 않는다. 조교사 생활 13년간 단 한 번의 슬럼프없이 성공적인 마방경영을 하고 있는 그에게 성공비결을 듣는다.

1%의 행운 뒤에 가려진 99%의 노력이
공정경마 시행에 앞장서는 묵묵한 일꾼 … 정도(正道)를 벗어나는 것은 하지도, 시키지도 않는 바른생활 사나이
바로 성공비결

지용철 조교사는 요즘…
지용철 조교사의 새로운 취미생활, 바로 주식투자다.
경마에서의 베팅과 주식투자와는 크게 다르지 않다고도 하는데, 경마 시행의 주체에서 베팅(주식투자)자의 입장으로 돌아선 그는 역시 ‘행운의 사나이’인가 보다.
‘난다, 긴다’하는 증권브로커들도 폭삭 무너져 내렸던 지난해에도 그는 초짜배기 주제에(?) 적게나마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니, 이것만큼은 운이라고 말해도 좋지 않을까?
“경마나 주식이나 전문가가 필요없어요. 아무리 많은 지식을 가져도 실전에서는 아무도 모르는 게 바로 경마의 베팅이고 주식에서의 투자 아니겠습니까?”
주식삼매경에 빠진 그가 밝히는 경마와 주식의 공통점이다.
어려운 가정형편을 걱정하던 젊은 지용철이 경마장에 고개를 내민 것은 지난 75년. 형인 지용훈 조교사는 이미 기수로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고 지용철 조교사 역시 대단한 야심보다는 경제력을 갖춰야겠다는 일념하에 경마라는 낯선 분야에 뛰어들게 됐다.
스스로를 “억세게 운이 좋은 편”이라고 말하는 그는 순탄한 기수생활을 보낼 수 있었다. 지난 86년 처음 창설된 스포츠서울배에서 ‘수호신’으로 우승을 차지하며 경마대회 우승과 인연을 맺게 된 그는 당대를 주름잡았던 ‘포경선’과의 만남을 통해 일류 기수로서 발돋움했다.
12년간의 기수생활을 끝내고 지난 87년, 조교사로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한 그. 처음엔 다 어렵기 마련이라는데 그에게는 도통 어려움이 따라다니지 않았다. 여느 조교사들의 가장 큰 시름이라고 할 수 있는 경주마 확보도 어렵지 않게 이뤄져 펄펄 뛰는 경주마들이 마방을 꽉 채웠고 과천벌을 떠들석하게 만들만한 명마는 없지만 마방 상금은 늘 상위권을 유지하며 기쁨을 안겨주었다. 이것이 지용철 조교사가 경마장에서 보낸 25년간의 파노라마다.
이쯤되면 모든 인생이 다 그와 같다면 좋을텐데…라며 부러워할 만 하다. 그러나 영광과 기쁨의 순간뒤에 가려지는 그늘이 왜 없을까?
지용철 조교사는 자신과 그를 둘러싼 일상들에 엄격하다. 한 번 한 약속이면 ‘하늘이 두 쪽 나도 지켜야 하는 것’이 그의 신념이고 평생을 그렇게 살아왔다. 운이 좋았다고 스스로는 겸손을 보이지만 매번 운이 따를 수는 없다. 1년 365일을 항상 말과 함께 시작하는 그에게 있어 새벽훈련은 엄숙한 의식과 같다. 그래서 기수들은 그를 두고 “까다롭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또한 “가장 인간적”이라는 말도 덧붙인다.
요즘 지용철 조교사는 정말 신바람난다. 지난해에는 다소 정체된 듯 한계를 보였던 마필들로 어려운 살림을 꾸려갔던 그가 99년 들어서는 성공적인 세대교체를 통해 신·구가 적절히 조화된 잘나가는 마방으로 도약의 시기를 맞이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소속조의 김정년·김훈, 두 기수의 활약도 컸다. 부진마로 평가받았던 ‘젊은태양’‘바이퍼’‘용운천’등으로 연거푸 우승을 차지, 깜짝쇼를 연출할 수 있었던 건 이들의 성실과 노력이 뒷받침된 결과였기 때문이다.
지용철 조교사는 김정년 기수를 좋아한다. 기수로서 그저 평범하다고 느꼈던 그가 피눈물나는 노력으로 정상에 다가서는 모습이 좋다.
지난해 처음으로 김정년 기수를 소속조에 데려올 때까지만 해도 큰 기대는 가지지 못했다는 지용철 조교사. 기승계약을 앞두고 어려움을 겪는다는 김 기수의 토로를 무시하지 못해 선뜻 데려오기는 했지만 얼만큼 버틸 수 있을까 스스로도 관망하기만 했었단다.
그런데 김정년 기수는 기대 이상으로 노력했고 자만하지도 않았다. 새벽이면 제일 먼저 마방문을 여는 김의 노력에, 신바람 나는 듯 즐겁게 일하는 그의 모습에 마음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고 이제는 그의 어깨가 든든하기만 하다.
선배의 근면성실에 자극받은 듯 후배 김훈도 의욕적인 모습으로 새벽훈련, 개인훈련에 몰두하며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어 지용철 조교사의 마음은 한결 풍족해졌다.
8살, 9살 먹은 노장마 혹은 부진마로 49조 마방이 일궈내는 기대이상의 성과는 운이 따라서가 아니다. 수장인 지용철 조교사의 자율마방경영과 이를 따르는 구성원 전체가 맞물려 만들어내는 하나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지용철 조교사는 정도(正道)를 벗어나는 일은 하지도, 시키지도 않으려 한다. 바르게 살아야 하는 법만 알기 때문이다.
깨끗한 경마 시행이라는 거창한 전제를 강조하지 않아도 그와 같은 마음들이 하나둘 뭉쳐진다면 부정 경마 시행이라는 오명은 이제 벗어던질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가져본다.

작 성 자 : 이희경 omee@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