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종 인터뷰

한국경마의 진정한 신기록 1천승에 도전하겠다
- 체력 닿는 한 기수생활 계속한다
- 최대 5년 정도면 1천승 가능하다

7백승이란 결코 쉽지 않은 기록을 세운 뒤 만난 박태종 기수의 얼굴에는 그다지 큰 감흥이 없어 보였다. “다른 사람이 이미 넘어선 기록인데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순박한 시골총각처럼 우직함의 대명사가 되어버린 박태종은 일반경마팬에겐 그저 성실함과 노력으로 현재를 만들었다고 알려져 왔다. 그러나 그 속내를 들여다보자면 누구보다도 승부근성이 대단함을 알게 한다.
한국경마 역사상 최다승인 김명국 조교사의 7백22승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는 박태종 기수를 만나 7백승 돌파 소감과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보았다.

방송카메라 앞에서 어눌한 말투로 답변을 하고 있는 박태종 기수. 이런 모습은 이미 일반 경마팬들 사이에서도 그의 트레이드마크처럼 되어 있다. 경마대회가 있는 날 예시장 화면이 나오면 경마팬들은 “오늘은 과연 어떤 얘기를 할까”하고 귀를 기울이게 된다. 박은 언제나 경마팬 기대에 부응하는 독창적인 답변으로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어눌한 답변 뒤에 꾸밈없는 순박한 그의 미소가 바로 경마팬이 그를 최고의 기수로 인정하게 만들고 있는 듯 싶다.
7백승 달성 소감을 묻자 “결승선 통과하면서 손을 들은 것도 사실은 각본이었다”라는 말로 당황하게 한다. “다른 사람이 이미 세운 기록이고, 아직 최다승을 한 것도 아닌데 주위에서 너무 부각시킨 것 같다”라면서도 자신의 7백승 달성을 축하해주는 경마팬들을 보면서 너무나 가슴 뿌듯함과 자신의 존재감을 느꼈다고 한다.
물론 그도 7월 둘째주 7백승 달성이라는 위압감 때문에 무던히 고생을 했다. 평상시와는 달리 경주초반부터 서두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고, 어이없이 자리를 잡지 못하고 고전을 하기도 했다.
언제나 최고라는 이름으로 불리우는 그에게도 어려운 시절은 있었다. 바로 기수 초년병 시절. 개인마주제가 시행되던 93년 전에 박태종은 그저그런 기수였다고 회상한다.
그가 오늘과 같이 기수로서 성공을 거둘 수 있게 된 요인은 무엇일까. 93년 박은 기승연습을 더해야 한다고 느끼고 그 방법을 찾던 중 모형마를 집에 설치하자고 계획하고 당시 손재주가 아주 좋았던 관리사에게 모형마 제작을 부탁, 그날부터 집에서 훈련에 돌입했다.
박태종은 기수들중에서도 유난히 재미없는 기수로 통한다. 술, 담배는 물론 도박은 물론 놀이가 될만한 것은 할 줄 아는 것이 거의 없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시간을 체력단련과 기승술 연마에 투자를 하게 됐고, 일정기간이 지나자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메모요? 타조 마필의 경우 언제 또 타게될지 모른다. 타고 나서 마필 특징을 적어두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게 된다”는 그의 준비성 또한 리딩자키가 되기 위한 초석이 되었을 것이다.
7백승을 달성하던 15일. 박은 무난히 우승하리라 여겼던 ‘이히빈’(39조 최혜식)으로 2위를 기록하자 실망을 하고 말았다. 그러나 그동안의 경험이 그를 다시금 도전하게 만들었다. 기록을 깨지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다. 그리고 도전하는 자만이 신기록 달성의 기쁨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박은 동기생에 비해 나이가 많은 37세. 현재의 위치에 걸맞지 않게 그는 탈락의 경험을 가지고 있는 재수생이다.
하루 8개경주 정도를 출전하는 그는 “요즘은 연속 기승할 때 힘들다”고 토로한다. 많을 때는 하루 11개 경주에도 출전하고 나서도 전혀 체력적인 문제는 없다고 얘기하던 천하의 박태종도 세월 앞에서는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물론 체력소모가 많은 여름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자신도 좀더 체력 보충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단다.
하지만 박의 체력은 그 어느 기수에도 뒤지지 않는다. 기수생활을 하면서 하루도 거르지 않고 체력단련실에서 한시간 이상을 운동에 투자하고 있기에 결승선 부근에서 그의 마필추진력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언론에선 그에게 라이벌이 없어져 독주가 계속될 것이라 하지만 그의 생각은 다르다. “라이벌은 많다” 최고의 자리를 수성하기 위한 그에게 모든 기수들은 동료이자 라이벌인 셈이다. 특히 그가 라이벌로 꼽는 것은 승부근성이 대단한 임대규 기수와 한창 주가를 높이고 있는 양희진 기수 등이다.
7백승을 달성하고 역대 최고기록인 7백22승까지 19승을 남겨 놓고 있는 그는 현재 계획하고 특별한 계획은 없다고 말한다. “신기록 달성이 다가오면 많이 떨릴 것이다”라고 말하는 박은 평상시에도 인기마에 기승할 때는 긴장이 된다고 한다. 그 마필에 경마팬들이 베팅한 돈이 많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부담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언제까지 기수생활을 할 생각이냐는 질문에 그는 꼭 집어서 언제라고 얘기할 수는 없지만 체력이 허용되는 한 기수생활을 하고 싶다고 밝히며, 그동안 부상이 없었으면 하는 것이 그의 최대 바램이다. 그리고 아직 요원하게 느껴지는 1천승 도전도 그에게는 그리 멀지 않았다. “빠르면 3년, 길어도 5년이면 1천승이 가능하다”라며 그 때까지 기수생활을 할 것임을 밝힌다.
물론 조교사생활로 전환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지금 그에겐 조교사로 전업이 그다지 유혹적이지 못하다. 경마역사에 길이 남을 족적을 남기고 싶은 마음인 것이다.
한국경마에도 1천승 기수가 탄생할 날이 멀지 않은 것 같다. 부디 항상 건강한 모습으로 경마팬과 언제나 함께 하길 바란다. 【권순옥 차장대우 margo@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