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철 인터뷰

인물인터뷰 - 신형철 기수
“두 번째 복을 잡았다”‘자당’오래 경주로에 남길 기대

지난 9월 24일 뚝섬배 경마대회가 끝난 뒤 신형철 기수는 시상대에 오르며 남몰래 한숨을 내쉬었다. 절대적인 인기를 모았던 ‘자당’에 기승, 주위에서는 당연히 우승을 얘기하지만 순위가 확정될 때까지 어떤 돌발상황이 발생할지 모르는 것이 바로 경마가 가진 속성중 하나라 ‘자당’의 인기가 높아질수록, 연승이 더해질수록 그의 부담감 역시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큰 경주일수록 인기마에 기승한 기수는 부담감 때문에 며칠동안 잠을 설치기도 한다. 우승을 하면 당연한 것이지만 그렇지 못하면 모든 원망이 기수에게로 돌아오기 때문이다.”라는 그는 경마대회 우승이 기쁘지 않을리 없지만 기쁨보다 안도감이 먼저 찾아왔다고 한다.
사람들이 살다보면 행운의 기회가 언젠가는 찾아오기 마련이다. “나는 진짜 행운의 사나이다.”라는 그는 90년대 중반이후 최고의 명성을 누렸던 ‘대견’과의 만남을 첫 번째 행운이라고 얘기한다.
94년 39조(최혜식 조교사)와 인연을 맺으면서 ‘대견’에 기승하기 시작한 그는 94년 문화관광부 장관배 경마대회에서 ‘대견’과 호흡을 맞추면서 자신의 생애 처음으로 경마대회 우승을 차지하는 영광을 안게 되었다. 이후 98년 2월 7일 마지막 기승까지 총 19회 기승을 했는데, 96년 한국마사회장배 경마대회를 비롯해 총 10승을 거두었다.
지금도 ‘대견’이 경주를 치르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뿌듯한 느낌을 받는다. 많은 경주마들이 짧은 경주마 생활을 마감하고 도태되는 현실속에서 큰 부상없이 열심히 뛰어주고 있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자신에게 큰 힘이 되고, 자신과 함께 했던 시절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그의 두 번째 행운은 바로 ‘자당’이다. 99년 소속조를 현재의 29조(강윤식 조교사)로 옮기면서 ‘자당’과의 만남이 시작됐다. 실전에 나선지 얼마되지 않는 상태에서 제법 싹수가 있다는 주위에 소문과 훌륭한 외모로 큰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첫 번째 호흡을 맞추었을 때는 실망을 하고 말았다. 2위를 기록하기는 했지만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었다. 그러나 ‘자당’의 진면목은 여지없이 발휘되기 시작했다. 두 번째 경주에서 선행을 시도한 결과 현재와 같은 폭발적인 순발력을 보여준 것이다.
현재까지 ‘자당’에 10회 기승해 처음 2위를 제외하곤 모두 우승을 일궈냈다.
주위에선 국산마 최강자로 꼽히는 ‘새강자’와 겨뤄도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얘기하지만 당장 ‘새강자’와 겨룰 생각은 없다. 서로 주력 경주거리가 다르고 각자 서로에게 부담감을 느끼기 때문. 하지만 더 큰 이유는 결과를 알 수 없는 경주에 출전시켜 무리를 시키기보다는 ‘자당’이 오랫동안 경주로에 남아주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신기수는 서울경마공원 최고 라인을 구축하고 있는 13기 기수다. 그는 13기가 오늘과 같이 뛰어난 기수들을 많이 배출한데는 풍부했던 인원수를 첫째로 꼽는다. 기수양성소 수료시 30명에 달하는 인원이 함께 데뷔를 했다. 이후로 여러 이유로 해서 반수이상이 경마장을 떠나야 했다.
좋은 기수가 되기 위해선 자신감을 제일로 꼽는 그는, 최근 자신이 자신감을 많이 잃는 것 같다고 한다. 기승횟수가 많을 때는 모든 것이 장점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자신감이 생겼는데, 요즘은 오히려 단점만이 보인다고 한다. 이런 단점을 고쳐볼 요령으로 연말이나 내년부터는 기승횟수를 늘려볼 계획이다.
신형철 기수는 기수들 사이에서 만능스포츠맨으로 정평이 나있다. 특히 다크호스의 주 골게터지만 지금은 휴식중이다. 발목을 다쳤기 때문에 무리를 피하고 있는 중이다. 체중조절에도 큰 문제는 없다. 다만 감량을 필요로 하는 마필 기승은 꺼리는 편이다. 당장보다는 장기간 기수생활을 위해서 무리한 체중조절은 좋지 않기 때문이다.
“추입마, 보기는 엄청 스릴이 있다”는 신기수. 그러나 최근 전반적인 경주전개가 선행이나 선입형으로 흐르고 있다. 마필의 능력차가 월등하기 전에는 뒤따라 가서는 승률이 적어지기 때문에 앞으로 더욱 선행을 선호하게 될 것이라고 진단한다.
국산마 판도의 한축을 구축하고 있는 ‘자당’과 신형철 기수. 앞으로도 이들의 연승이 계속 이어져 또다른 신화가 탄생하길 기대해 본다. 【권순옥 차장대우 margo@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