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의 꽃은 기수지만 그 기수들을 든든히 응원하는 것은 다름아닌 경마팬들.
안산에서 화랑을 오픈할 예정인 경마팬 명용운(37세)씨는 최근 기수들의 기념 경주에서 멋진 선물을 선사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건전한 경마문화의 형성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경마팬들의 몫이다.
따라서 ‘경마장엔 팬은 없고 꾼만 있다’는 속설을 비웃기라도 하듯 기수들에게 향하는 팬들의 자연스런 갈채는 좋은 현상으로 볼 수 있다.
「해와 달 아트 갤러리」의 주인이자 일등 경마팬 명용운씨를 만나 그의 경마사랑, 기수사랑 이야기를 들어본다.

그는 흔히들 말하는 그림쟁이다.
마흔이 가깝도록 결혼도 않고 있는 그가 유일한 취미로, 아니 평생의 업으로 삼고 있는 그림과 조각은 그에게 있어 산소와 같다.
명지대 산업미술과를 졸업한 명씨는 전공과는 달리 이후 순수미술에 심취하며 조각과 회화에 열중하던 중 이번에 ‘해와 달 아트 갤러리’를 오픈하게 됐다. 갤러리 주인이라는 직함보다 평생 미술을 할 수 있다는데서 오는 기쁨이 더 크다고 명씨는 밝힌다.
그런 명씨에게 있어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일과는 바로 경마. 4년 전, 친구의 소개로 우연히 알게된 경마는 우물안에서 그림만 그렸던 명씨에게 세상의 또다른 단면을 알게한 계기였다.
“경마, 참 좋아요. 다른 레저스포츠도 여럿 해봤지만 경마만큼 짜릿하고 경쾌한 건 없었거든요. 물론 오히려 스트레스 받을 때도 있지만 그렇게 목숨 걸면서까지(웃음) 베팅에 열중하는 편이 아니어서 즐기기엔 더없이 좋은 취미라고 생각합니다”
어느덧 경마경력 4년에 접어들었다는 명씨는 아직도 경마에 대해서는 초보에 속하는 편. 나름대로 열심히 연구하지만 그만큼 경마가 어렵다고 그는 토로한다.
하지만 어려운 경마보다 그를 더 안타깝게 만드는 건 바로 경마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인식과 경마관계자들의 폐쇄적인 모습.
“저는 경마장엘 오면서 한 번도 부끄럽다고 느꼈던 적이 없었어요. 그렇지만 가끔 외부에서 경마를 바라보는 부정적인 시각을 확인할 때면 화가 나더라구요”
기수들의 활약상을 작품으로 승화시키는 작업을 하면서 명씨는 또다른 벽에 부닥쳤다. 좀 더 가까이에서 기수들의 모습을 지켜보고 싶지만 일반 경마팬의 입장에서는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직업의 특성상 많은 오해의 소지가 있기 때문이라고 이해해요. 그렇지만 저 개인을 알리고 작품을 전달하기까지 다소 어려움이 따랐던 건 사실이죠”
명씨가 느꼈던 이런 어려움은 비단 명씨만의 것은 아니다. 온갖 루머와 오해가 꼬리처럼 따라 다니는 경마장에서 기수나 조교사들은 쉽사리 밖으로의 외도를 꿈꾸지 못하고 오히려 안으로만 파고드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건전한 경마문화의 정착이 요원함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경마팬으로서 마권을 구입하는 것 외에는 제가 기수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없더라구요. 그래서 이런 일을 계획하게 됐어요. 모쪼록 기수들이 만족했으면 좋겠습니다”
성의만으로도 기수들은 큰 기쁨을 느낄 것이다. 마음에 크고 작음이 어디있겠는가….
경마팬들의 성숙한 시민의식이 알찬 결실을 맺고 있다고 확신한다.
【이희경 기자 pinklady@krj.co.kr】

― 어떻게 이런 일을 구상하게 됐는가
▲평소 경마를 사랑하다보니 경마의 꽃이라 불리는 기수에 관한 관심도 자연스럽게 높아졌다. 그러나 팬의 입장에선 마권을 구매하는 것 외에는 기수를 위해 달리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생각이 들어 아쉬웠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미미하긴 하지만 작은 성의를 표할 수 있고 또 기수들에게는 나름대로 의미가 있을 것으로 믿고 하게됐다.
― 어떤 작품들을 선사할 계획인가
▲작년에 박태종 기수가 5백승을 달성했을 때는 작은 기념싸인을 동판으로 제작해 선물했었고 오명섭 기수에게도 비슷한 것을 제작해 준 적이 있다. 앞으로도 부조 형식에 다양한 재료와 기법을 사용해 특이하고 기억에 남을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
― 경마가 건전 레저스포츠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그 누구보다 경마팬들의 역할이 중요할텐데, 앞으로 바라는 점이 있다면
▲팬들로서는 기수를 직접 접하기가 무척 어렵다. 자칫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도 있고 또 접근 조차 쉽지 않아 혼자서 작품을 구상하며 어려움을 많이 느꼈다. 그래서 이렇게 기수협회에 정식으로 작품 구상 및 전달을 제의하게 됐으며 성사된 만큼 앞으로는 기수 개개인의 특색을 살려 세상에 없는 독특한 기념품이 될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 또한 지금까지 폐쇄돼 왔던 경마장이 좀 더 개방돼 경마팬들과 경마관계자들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지면을 빌어 앞으로 작품 구상에 협조할 기수협회에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