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 크고, 시원스런 성격이 한 눈에 돋보이는 김문갑 조교사가 데뷔 후 6년 5개월만에 처음으로 경마대회 정상에 우뚝 섰다.
무한한 가능성을 내포한 신마들의 축제의 장, 코리안더비에서 말이다.
항상 꾸준히 상위권에 랭크되는 마방 성적에 비하면 첫 번째 경마대회 제패라는 게 다소 의외지만 어쨌든 ‘핵돌풍’이라는 무시무시한 기대주로 그렇게도 바랬던 시상대에 설 수 있었다. 지난해 더비에서 기대했던 ‘연화산’이 어이없게 무너진 아픔도 말끔히 가신 듯 오늘의 승리를 한없이 기뻐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거참, 동반 입상하기를 바랬는데…(웃음)”라며 너스레를 떠는 모습조차 승자의 여유로 비춰진다.
진짜 프로란 바로 이런 사람을 말하는 게 아닐까? 프로의 길을 걷는 그의 일상을 엿보자.

경주마 훈련이 한창인 이른 새벽, 제법 큰 덩치임에도 불구하고 말 잔등에서 땀흘리며 훈련에 한창인 그를 만날 수 있다.
30두가 넘는 소속조의 말들을 일일이 돌보는 그의 손길이 바빠 보이지만 훈련을 게을리하는 날은 없다. “하고 싶을 때만 한다면 그건 아마추어”라며 힘들고 어려울 때도 자신의 본분을 소홀히 하지 않아야 진짜 프로라고 그는 강조한다.
강인한 승부근성과 노력을 겸비한 김문갑 조교사가 드디어 코리안더비 정상에 올랐다.
지난주 일요일 최고의 3세마를 가리는, 국내 최대 규모의 대회에 그는 ‘핵돌풍’과 ‘에스키모’라는 짱짱한 능력마 2두를 내보냈다. 주변에서는 ‘핵돌풍’의 우승을 점쳤지만 지난해 더비에서 역시 유력한 우승후보였던 ‘연화산’이 어이없게 무너졌던 모습을 지켜본 그로서는 장담할 수 없는 승부였다.
초반부터 선두권에 가담해 레이스를 여유있게 펼치라고 박태종 기수에게 지시했었지만 의외로 ‘핵돌풍’이 추입마인 ‘에스키모’보다 뒷자리에 위치한게 아닌가…. 내심 불안했단다.
“결승선 직선주로 접어들 때까지만 해도 우승을 기대하기 어려웠습니다. 결승선을 50여m 남겨두고 차츰 앞서 나오자 그제서야 우승에 대한 실감이 나더군요. 목차로 2위마를 따돌렸을 때의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어요”
비록 치밀한 작전의 승리는 아니었지만 그의 말을 빌자면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고 하니 그만큼 정상에 대한 그의 집념과 도전이 컸음을 엿볼 수 있다.
“승부의 세계에서는 과정보다 결과가 중요해요. 승부에서 이기고 나야 그 과정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논할 수 있는거죠”
15년의 기수생활과 6년여의 조교사생활을 지나오며 그가 확실이 터득한 건 져서는 안된다는 승부근성이다. 하루하루가 피말리는 전쟁터인 이곳에서 지면 낙오한다는 사실을 비교적 빨리 깨우치고 적극적인 승부에 나선 셈이다.
“사람은 환경에 순응하고 이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줄 알아야 해요.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 알을 낳고 죽음을 맞이하는 연어처럼 순리에 역행해서는 안되는 거죠”
사람좋은 웃음과 화통한 말투로 주변을 떠들썩하게 만드는 그이지만 삶을 대하는 진지함이 철학적으로 느껴질 정도다.
그는 또 “세상에 공짜란 없지요. 노력하지 않고서는 원하는 걸 절대 얻을 수 없습니다”고 덧붙였다. 오늘의 결과가 결코 우연이 아님을, 요행을 바라지 않고 묵묵히 노력해왔음을 역설하는 것이리라.
최선을 다 했음에도 기대에 못미치는 결과가 나올때면 낙천적인 그라도 힘들어진다.
그럴땐 “팔자가 이런거겠지…”라며 스스로를 위안한다. 그리고 고속도로에 나가 시원하게 한바퀴 돌고오면 몸과 마음이 정돈됨을 느낄 수 있다.
숱한 말을 만나고 떠나보냈던 그가 가장 애착을 가진 말은 바로 ‘노더너파이’.
잘생긴 외모와 좋은 성적 때문만은 아니다. 뜻하지 않은 사고 때문에 1년이라는 긴 시간을 보냈던 ‘노더너파이’가 얼마전 훌륭히 재기전을 마쳤기 때문이다.
“정말 대단한 말이에요. 1년이라는 시간은 경주마에게 부담일 수 밖에 없는데 재기전에서 그렇게 잘 뛰어줄 지는 생각도 못했어요. 신통하고 신기해서… 자꾸만 대견스러워져요”
그는 진정한 승부사답게 욕심도 많다.
“돈과 명예가 따르는 진짜 프로”가 되고 싶다는 그… 오늘도 경주로에서 비지땀을 흘린다.
【이희경 기자 pinklady@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