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가 전문화·복잡화 되면서 사회 곳곳에서는 명판관‘포청천’을 간절히 원하는 추세다.
특히 현대인들이 간접적인 스트레스 해소와 여가선용, 취미활동 등을 위해 스포츠에 쏟는 열정이 그 어느때보다 높은 이때, 스포츠를 올바르게 지탱해 주는 것은 바로 심판이라고 할 수 있다. 너무 드러나서도 안되며, 시기적절하게 공정한 판결을 해야하는 것이 심판의 역할이다. 그러나 스포츠의 열기가 과열되다 보면 자연히 심판이 문제가 되는 경우를 자주 목격하게 된다.
돈이 걸려 있는 경마는 심판의 결정이 가지는 파급효과가 엄청나다. 심의경주에서 한순간에 적중마권이 휴지조각이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전엔 판결에 불복한 몇몇 팬들이 난동을 부리는 불상사가 발생하기도 했다.
경마의 큰 틀을 지켜나가기 위해 온힘을 쏟고 있는 김재남 심판실장. 27년여의 마사회 근무를 거치면서 심판분야에 13년동안 근무하면서 심판실의 중요성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그가 지난 2월부터 심판실장으로 부임하면서 가일층 공정경마를 표명하고 있다. 경마팬들이 안심하고 즐길 수 있는 경마를 시행하기 위해 최고의 공정성을 확보하겠다는 그가 생각하는 심판실의 역할과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들어보자.

경마에서 심판은 어느 한부분만을 가지고 판결을 하는 것은 아니다. 재결, 핸디캡, 발주, 검량, 마장관리에 이르기까지 경마가 이루어지는 모든 부분에 대해 알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모든 집무부서들이 유기적인 협조체제를 이뤄 경주를 진행하고 재결에서 최종적인 결정을 하게 되는 것이다. 김재남 심판실장은 경주일이면 재결·경주진행 총괄수석위원이란 직함을 가지게 된다.
경주가 열리는 토,일요일이면 김재남 심판실장을 비롯한 재결위원들은 잔뜩 긴장한 채 자그마한 경주흐름도 놓치지 않기 위해 시선을 경주로에 고정하고 있다. 저마다 쌍안경을 가지고 각자 맡겨진 경주마를 처음부터 끝까지 관찰하고, 경주마들이 결승선을 통과한 다음에는 9개의 감시카메라에서 보내오는 경주장면을 재결위원들이 직접 녹화해 최종 확인을 거치게 된다.
재결위원의 역할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비경마일에는 마필관계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예의주시한다. 물론 감시하는 차원이 아니다. 경주에 임하는 그들의 평상시를 알아야 경주결과에 대해 정확한 판결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말이 상태가 좋고 나쁨에 따라, 그리고 기수의 컨디션이 어떤지 알고 있어야 정확한 판결을 하지 않겠어요?”라는 김실장은 심판실에 속한 부서들이 서로 유기적인 상호정보교환을 통해 사고가 발생했을 때 판결하는 입장에 앞서 미리 사고 개연성이 있는 요소를 점검함으로써 최고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공정경마의 최후보루를 책임지는 자리에 서 있는 그는자신의 직무와 의무에 어깨가 무거움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27년여를 쌓아온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사고없는 경마시행과 진행을 유지하고, 나아가 선진경마시행체계로 발전할 수 있도록 꾸준하게 관리하고 개선하겠다고 다짐한다. 특히 현장관리의 각분야 하나하나가 작은 톱니바퀴라며, 이것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맞물려 제 역할을 충실히 할 때 제대로 경마가 진행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경마팬들의 높아진 시민의식에 자랑스러움을 느낀다”고 한다. 바로 순위변경제도(강착제도)에 대한 얘기다. 순위변경제도가 시행되던 초창기 많은 이의제기와 약간의 소란이 있었지만 지속적인 홍보와 경마팬들의 재결에 대한 믿음이 생기면서 이제는 팬들로부터 격려의 말까지 듣는다. 물론 이해당사자들인 기수나 조교사 등과 마찰을 빚을 때도 있지만 경주심의시 항상 해당자의 입회하에 심사하고 판결을 하기 때문에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최근 경영진에서 심판실의 중요성을 인식해 전문직이 없거나 약해서 문제가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는 지시가 내려져 심판실도 인원을 보강했다고 한다.
뚝섬시절부터 재결업무를 경험한 것이 13년이상 되는 김실장은 그러나 경마시행의 3대축이라고 불리는 재결, 핸디캡, 발주 분야를 총괄하면서 새로운 것이 보인다고 한다.
최근 전산기기 사고가 발생해 또다시 심판실에 대한 판결이 논란이 되기도 했는데, 김실장은 여기에 대해 “우리는 심판실이 경마를 유지하는 중요한 부서임을 항상 자각하고 있다”며 심판실이 공정성을 잃는다면 경마의 존립자체가 위험해진다고 얘기한다.
간혹 불만이 있는 경마팬들이 있지만 심판실 판결은 어느 누구의 편을 드는 것이 아니라 경마공정성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는 것을 믿어달라고 부탁한다.
“경마는 일확천금을 노리는 투기적인 게임이 절대 아니다”고 말하는 김실장은 경마에는 4가지 변수가 필연적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절대란 것이 존재할 수 없다고 한다.
4가지 변수란 것은 첫째, 스타트에서 어느 말이 먼저 나가느냐 둘째, 누가 먼저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느냐 셋째, 마필 능력에 맞는 적절한 힘안배를 할 수 있느냐 넷째, 누가 결승선 직선주로에서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느냐 하는 것이란다.
이렇듯 경마에는 인위적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변수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경마팬들에게 자기분수에 맞지 않는 베팅을 자제해 달라고 누누히 부탁을 한다. 경마팬들 모두가 자신에게 알맞는 베팅으로 주말을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이 그의 바램이다.
공정경마의 최후 보루를 지키고 있는 김재남 실장. 그는 앞으로 한국경마가 선진경마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다른 분야의 발전도 있어야 하지만 최선, 최고의 공정경마를 일궈낼 수 있는 심판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축구에서 가장 훌륭한 심판은 전후반 90분동안 한번의 끊김없이 물 흐르는 듯한 경기를 이끌어가는 심판이라고 한다. 바로 김실장이 원하는 심판실의 모습이 그것이다. 경마팬이 즐기는데 하나의 불편도 없이 그리고 한사람의 항의도 없는 매끄러운 경주진행. 바로 그때 경마의 참 즐거움이 증폭돼 경마가 최고의 레저스포츠로 확실한 자리매김을 할 수 있기에...
【권순옥 차장대우 margo@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