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마부인’… 변함없는 사랑에 가슴 뿌듯
‘0시의 굽소리’… 많은 사랑 부탁

‘베팅만 있고 문화는 없다’는 한국경마 풍토에서 선진경마문화 창조의 기치를 내걸고 창간을 한 본지는 98년 10월부터 1년 4개월에 거쳐 배금택 화백의 ‘종마부인’을 연재함으로써 경마팬들로부터 많은 호응을 얻었다.
‘종마부인’은 일반 국민에겐 경마를 알릴 수 있는 좋은 소개서로, 경마팬들에겐 자신과 동일한 놀이를 즐기는 만화속의 인물들을 보며 사회의 따가운 시선에서 벗어나 위로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한편, 한국경마의 전반을 다루고 미래를 제시한 수작이다.
배아무개의 과녁(700-6901)이라는 전화경마정보를 운영할 정도로 해박한 경마지식을 지니고 있는 배화백을 만나 ‘종마부인’연재를 마치는 소감을 듣고, 앞으로 본지를 통해  새롭게 연재를 시작하는 ‘0시의 굽소리’에 대한 얘기를 나눠봤다.
【권순옥 차장대우 margo@kjr.co.kr】




― 폭발적인 화제와 관심을 모았던 ‘종마부인’ 연재를 마쳤다. ‘종마부인’이 경마관련 만화중 고전으로 일컬어지고 있는데, 연재를 마치는 소감은
▲ 과찬이다. 경마자체가 사회로 부터 소외되고 있던 때에 경마분야를 개척한 것뿐이다. ‘종마부인’을 처음 시작할 때가 93년이다.
그당시 경마를 소재로 만화를 그리면서 나 스스로가 경마에 빠져 들게 됐다. 지금도 경마를 더 하고 싶어서라도 오래 살고 싶다는 생각이다(웃음). 모든 작품이 그렇겠지만 ‘종마부인’ 역시 끝내면서 아쉬움이 많았다.
그러나 나름대로 애착이 많이 간다. 이번에 연재를 했던 것은 김문영 발행인이 ‘종마부인’ 탄생에 많은 도움을 주었기 때문이고, 경마문화신문이라는 제대로 된 경마언론이 좋아서 연재를 결심하게 됐다. 앞으로 더이상의 재연재는 하지 않을 생각이다. 다만 나를 사랑하시는 독자들이 원한다면 단행본으로 만들어 무료로 선사하고 싶다. 꽤 오랜시간이 지났는데 변함없이 ‘종마부인’을 사랑해주신 경마팬들께 감사를 드리고 싶다.

― 현재도 상당부분 부정적인 인식이 남아있지만 ‘종마부인’을 연재할 당시 경마에 사회적 편견이 심했는데 경마를 소재로 작품을 구상하게 된 이유는
▲ 내가 원래 놀이를 좋아한다. 그런 의미에서 경마는 스피드가 있는 게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모험과 도박을 좋아한다. 아마도 자신에 대한 자기과시에서 비롯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어차피 게임이나 도박을 즐겨야 한다면 개방되고 자연속에서 즐길 수 있는 경마보다 더 좋은 게임은 없다는 것이 나의 지론이다.
만화가나 화가등 각자가 자신이 생각하는 분야가 작품에 나타나게 마련이다. 내가 경마를 좋아하다보니 자연히 경마를 소재로 한 작품을 써보겠다고 욕심을 내게 됐다.

― ‘종마부인’연재시 특별한 일이 있었다면
▲ 글쎄 특별한 일은 없었고, ‘종마부인’이 성공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이후 여러 작품에서 좋은 일이 있었다. 다만 가슴이 아팠던 일이 있었는데, 나의 만화를 보고 경마를 시작해 손해를 입었다는 전화를 받았을 때다. 올바로 된 경마를 알리고 싶었는데, 얻는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것 같다

― 지난 연말 서울경마공원의 상황이 ‘종마부인’의 내용과 유사점이 많았다. 만화에서의 ‘결초보은’과 연말 그랑프리를 차지한 국산마‘새강자’의 성장과정이 비슷했는데
▲ ‘종마부인’ 연재와 더불어 ‘새강자’의 선전이 이어져 개인적으로 상당히 자부심을 느낀다.
사실 국산마 생산과 활용에 대해 언젠가는 국산마 시대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현대문명을 이루고 있는 대부분이 만화가에게서 나왔다. 물론 현실화는 발명가나 과학자가 이뤘지만 발상은 만화가다.
‘종마부인’을 하면서 경마산업에도 외화낭비를 줄이기 위해 국산마 생산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종마부인’후속으로 ‘0시의 굽소리’를 연재 하게 됐다. 두 작품의 차이점은
▲ 경마를 소재로 하고 있다는 것은 같은 맥락이지만 ‘종마부인’은 일반 객장의 소리로 1개의 스토리로 전개가 되었다면, ‘0시의 굽소리’는 기수나 마방의 소리를 주제로 스토리별로 옴니버스식으로 전개가 된다.
오동철 기수가 주인공으로 기수양성소부터 시작해 기수로 커가는 과정에서 얽힌 얘기가 진행된다

― ‘0시의 굽소리’를 그리게 된 이유는
▲ 경마를 접하면서, 특히 기수들의 생활을 알게 되면서 기수와 만화가는 동병상련의 입장이라고 느끼게 됐다.
사회에서 기수는 도박의 창출자라는, 만화가는 폭력과 음란을 조장한다는 오명을 쓰고 있다. 둘 모두 당당한 직업임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으로 경시를 받는데서 비슷한 면이 있다고 생각했다. 같은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는 만큼 기수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다.
그래서 기수(오동철)를 둘러싼 그의 생활을 그렸다. 다만 극적인 요소를 더하기 위해 상상의 일들로 꾸몄다.
가끔 만화와 현실을 혼동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오해가 없었으면 한다. 대부분 기수들이 착실하고 정직하다.

― 새롭게 연재를 시작하는 ‘0시의 굽소리’는 현실에 맞게 원작 수정했다고 하던데
▲ 처음 나왔을 때 기수들의 묘사부분에 대해 기수들이 약간 싫어하는 반응을 보였다. 큰 문제가 될 것은 없겠지만 그래도 최대한 그들의 입장을 고려해 수정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비위를 맞추겠다는 것은 아니고 어려운 여건에서 경마를 이만큼 키워온 사람들에게 양보한다는 차원이다.
두번째는 만화안에 들어가 있는 특정업체명 때문이다. 당시 ‘0시의 굽소리’가 나올 때는 그 업체가 초기라 큰 문제가 없었지만 지금은 문제가 될 것 같아 이것을 교체하기 위해 수정을 했다.

― 최근 연재하는 만화들을 보면 경마가 주된 소재가 아니라 포함된 정도인데
▲ 경마를 좋아하다 보니 작품에서 경마이야기가 빠질리 없다. 다만 경마를 소재로 하던 것에서 벗어난 것은 우선 소재가 한정돼 있어 기획을 하기가 대단히 어려워서다.
그리고 경마를 소재로 하다보니 일반팬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았다. 그래서 일반적인 사회성 주제를 작품소재로 고르게 됐다.
하지만 각자가 자신들만의 세계가 있듯이 나의 작품에서 경마는 빠지질 않을 것이다.


작 성 자 : 권순옥 violet@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