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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스터고(高) 목적은 곧 취업…자율과 특화가 만들어낸 하모니 주목
방향을 잃고 헤맬 때, 중대한 기로에서 고민할 때 우리를 끌어주는 건 참된 스승, 멘토다. 강퍅한 ‘막장’이 유행하는 이 시대, 선생을 구타하고 제자를 성추행하는 일이 일상이 된 이 나라에서 좋은 멘토를 만나는 것 자체가 축복이다.
우리 말산업계에는 ‘스승’이 있는가. 미래 인재, 유소년 양성이라는 아젠다 뒤에는 희생하며 이끌어가는 스승과 전문가가 있어야 하지만, 우리는 그런 스승을 늘 잊고 지냈고 자칭 전문가들은 경쟁과 시기만 해왔다. 희생은, 결국 학생들 몫으로 전락했다.
이런 가운데 몸소 동분서주하며 학생들의 ‘먹거리’를 찾고 취업을 위해 해외나 각종 현장을 누비는 인사가 있다. 퇴임을 넉 달 앞두고 있지만, 3년 전 부임했을 때처럼 늘 한결같다. 인터뷰가 약속된 날인데도 농부 차림의 그는 혼자 학교 뒷산 터를 다지고 있었다. 샤워를 마치고 인터뷰할 때도 직접 음료를 따랐고, 인터뷰를 마치자마자 다시 옷을 갈아입고 이번에는 학생들과 함께 학교 뒷산으로 향했다.
11월에 퇴임하는 이희수 교장을 한국경마축산고등학교에서 직접 만났다. -기자 말.
- 국내 최초의 말 관련 특성화 학교입니다.
1969년 운봉 축산고로 개교한 뒤 2003년 말 관련 특성화고로 전환하며 교명을 한국경마축산고로 개칭했습니다. 교육부로부터 말산업 분야 마이스터고등학교로 선정되면서 14년도부터 말산업과 2학급을 운영하며 학년당 40명의 학생들을 교육하고 있습니다. 정부로부터 교재 개발과 교원 연수, 예산 등을 지원받고 있고 한국마사회와 함께 말산업 선진국 업체와 네트워크 구축, 해외 연수 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 장학관 출신으로 2013년도 3월에 부임했습니다.
전북도교육청 교육국 직업교육과 소속 장학관으로 전북 지역의 특성화고등학교와 취업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13년도 초에 교장 공모제를 통해 임용 추천 후보가 됐고 3월에 부임하면서 일종의 책임 의식이 있었습니다.
부임 첫 해인 13년 10월 1일, 말산업 전문인력 양성기관으로 지정됐고, 말산업박람회가 열린 프랑스 리옹으로 학생들과 3주간 연수를 다녀왔는데 우리 학생들에게 필요한 교육, 전문학교의 교수법에 대해 고민하게 됐습니다.
- 일벌레라는 말이 떠오를 정도로 3년간 많은 성과를 이뤄냈습니다.
승마와 경마를 결합한 전문 고등학교는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듭니다. 우리 학교도 한때 폐교 위기에 몰려 한 반에 7명에 그쳤으나 특성화고로 전환하며 초기 기반을 잡았고 교육 선진 우수 사례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3년 전에 비해 말도 25두에서 71두로 늘었고 번식부터 모든 관리를 직접 하고 있습니다. 교사도 두 배 가까이 증원해 연수를 보내 각종 지도자 자격을 취득하면서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전문 교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대학보다 더 나은 전문 교육의 산실로 말산업 선진 국가 관계자들이 부러워하는 인프라와 교육 과정을 구축했습니다.
마방이나 마장, 마구실 등 관련 시설 확충 사업은 올해 모두 종료합니다. 교육 과정을 효율적으로 개편했고, 이론 수업을 내실화하는 일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한미장학재단에 직접 요청해 8월부터는 원어민 강사도 초빙할 예정입니다.
- 아쉬운 점도 있을 듯합니다.
공립학교다 보니 모든 과정이 무상으로 지원되는 ‘꿈의 학교’입니다. 시설과 인프라, 교육 과정은 최고 수준이지만, 이런 외형적 발달에 비해 수업의 질적 향상은 아직 미흡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이스터고로 지정된 후 학생들의 수준도 높아지고 있는데 실기 수업과 병행하다보니 이론 수업 때 힘들어하는 모습에 안타까운 마음이 있습니다. 올해부터는 학생들을 선발할 때 면접 과정에서 기초 체력 부분을 높인 이유이기도 합니다.
- 선생님들의 열의, 학생들의 자발적 참여가 대단합니다.
사실 선생님들께 많이 미안합니다. 외부 활동이 많아지면서 학생들을 인솔해야 하는 상황이 많아지니 농담 삼아 “특성화고등학교일 때가 좋았다”라고도 합니다. 학생들이 일본으로 연수할 때면 저 역시 나서 학생들을 인솔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선생님들이 자기계발을 소홀히 하지 않아 말산업 분야 지도자 자격을 취득하는 등 학생들을 가르치기 위해 노력하고 계십니다. 제가 떠나더라도 교육청에 건의해 선생님들은 남아 꾸준히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우리 학생들도 정말 대단합니다. 새벽 5시부터 일과를 시작해 저녁 9시까지 말을 직접 돌보고 교육하고 자발적으로 활동합니다. 방과후 활동은 물론 주말에도 자발적으로 집에 가지 않고 학교에 남기도 합니다. 학교에서도 열심히 하는 학생들을 위해 각종 복지와 혜택,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학생들 대다수가 만족하며 학교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 재학 기간 중 학생들이 자격시험을 치를 수 없는 문제가 있습니다.
말산업 관련 자격시험 응시 연령 제한이 만18세이다 보니 능력이 분명 있는데도 응시조차 못합니다. 학부모들도 학생들이 처음 입학할 때부터 자격 제한을 18세로 낮춰달라고 요구할 정도며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넣었다고도 들었습니다. 공업고등학교 같은 경우 기계를 운반해야 하는 특수한 필요가 있으니 재학생들에게 운전면허가 필수라 연령을 낮춘다는 움직임도 있다 들었습니다.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해서는 말산업 자격시험 응시 연령을 낮출 필요가 있습니다. 자격을 취득한 뒤 졸업하면 바로 취업 전선에 뛰어들어야 하는데 자격시험조차 볼 수 없으니 취업률이나 학생들 미래에 오히려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봅니다.
- 일본 등 말산업 선진국으로의 연수도 적극적입니다.
어렸을 때 학생들이 말산업 선진국을 보고 체험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일본의 경우 매년 10명의 학생을 노던팜으로 보내 연수를 시킵니다. 일본 목장이 참 좋은데 직접 홈페이지를 보고 현장체험 공고를 통해 지원했다가 지대섭 전 서울마주협회장님과 노던팜 회장님의 도움을 받게 됐습니다. 노던팜 측에서는 우리 학생들을 위해 10억 원을 별도로 들여 연수동을 짓고 초빙할 정도로 우리 학생들에 관심이 많습니다.
미국은 사교육 정점에 승마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국내에만 머물 수는 없기에 우리 학생들을 호주, 뉴질랜드 등지로도 보내는데 도전 정신을 가진 학생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일자리도 찾고 현지에서 좋은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글로벌화를 위해 자체 예산으로 지원할 준비도 하고 있습니다.
- 전북도가 제4호 특구 유치를 기대하고 있는데 지역사회를 위한 활동도 앞장서고 있습니다.
일본 호스파크에 갔을 때 노인들이 마차를 타고 가는 모습을 봤습니다. 말산업도 실버사업으로 확장할 필요가 있습니다. 서울이나 각 지자체에서 말을 끌고 또는 마차로 관광에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지역주민이 승마에 대한 문화 접근성을 키우고 종목을 다양화하는 일도 필요합니다.
마이스터고로 지정되기 전에는 찾아가는 승마교실 등을 통해 지역사회와 소통했습니다. 독거노인들을 위해 마차를 운영하려고 했는데 적당한 마로가 없어 애로입니다. 공공승마장을 지어 지역주민들에게 복지 혜택도 주고, 말을 통해 지역사회에 봉사하는 일이 필요합니다.
- 섬기는 리더십이란 교육 철학에 충실하셨는데 지난 3년을 회고한다면.
선생님들께 늘 이 말을 합니다. “이렇게 훌륭한 지원을 받고도 좋은 인력을 배출하지 못하는 건 죄”라고 말입니다. 내 자식을 가르치고 보내는 마음으로 학생들을 가르쳤고 이미 차별화된 인력을 배출하는 등 선구자 역할을 해왔다고 자부합니다.
선생님들과 학생들과 함께 협력해 열심히 활동했습니다. 교직 퇴임까지 아직 8년이 남았는데 제가 다른 곳에 가더라도 경마축산고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우리 말산업 발전을 위해 왕성한 활동을 해주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모두가 일등을 위해 뛰는 것보다 함께 가고자 노력한다면 우리 말산업의 파이는 결국 커지고 발전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전북도교육청 직업교육과 소속 장학관이었던 이희수 교장은 경마축산고에 오게 되면서 ‘취업’과 ‘특성화’라는 관심 주제에 책임지기 위해 지난 3년간 밤낮없이 열심히 일해왔다. 그 결과 학생들의 취업률을 높아졌고 교육 시설과 내용 모두 훌륭한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좋은 지원을 받고도 좋은 인력을 배출하지 못하는 건 죄”라고 말하는 이희수 교장은 학생들과 함께 먹고 생활하며 학교 발전, 더 나아가 우리 말산업 미래를 짊어질 인재 양성에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이용준 기자
작 성 자 : 이용준 cromlee21@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