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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대하던 31승 돌파, 이제 경마대회에서 만나자
17조의 김점오,이신영 두 콤비가 한국경마사에 새로운 ‘신화 만들기’에 열중이다.
김점오 조교사와 이신영 기수가 본지 6월 MVP 조교사와 기수에 선정된 것.
김점오 조교사는 6월 한 달 동안 30전7승2위4회의 성적으로 최다승을 거뒀고, 이신영 기수는 6월 한 달 동안 18전6승2위3회를 기록했다.
2001년 7월, 첫 데뷔전에 나서는 이신영 기수를 두고 경마팬 사이에서는 기대반 우려반의 분위기였다. 여성기수의 끊어졌던 맥(脈)을 계승했다는 것에 많은 언론과 경마팬의 관심이 뒤따랐지만 한편으론 체력적인 차이를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그리고 이어진 낙마사고, 신인으로는 감당하지 어려웠던 큰 고통이 닥쳤지만 결국 조교사의 따뜻한 배려와 때론 엄한 질책에 힘입은 이신영 기수의 자기노력으로 인해 어려운 시기는 지나고 이제 한국경마의 새로운 콤비로 도약을 하고 있다.
동네에서 스쳐지나가는 아저씨처럼 너무나 편하게 다가오는 김점오 조교사와 한국경마사에서 대가 끊어졌던 여성기수의 맥(脈)을 이어가고 있는 이신영 기수의 만남과 그들의 노력은 계속된 신화도전으로 이어질 것이다.
승부의 조련사 ‘김점오’
김점오 조교사는 기수출신 조교사로 기수시절 보여주던 승부사의 기질을 조교사로서도 유감없이 펼쳐보이고 있다.
87년 조교사로 데뷔한 그는 현재까지 통산 4251전을 치르면서 438승과 2위 438회를 기록중이다.
아직 최고의 다승을 경험하진 못했지만 데뷔해에 9승을 기록한 이후로 지금까지 거의 20승이상을 꾸준하게 유지하면서 꾸준함을 자랑하고 있다. 특히 2000년과 2002년 37승을 기록했고, 올해는 벌써 26승을 달리면서 생애 최고의 나날들을 보내며 다승 경쟁에 합류하고 있다.
현재의 성적을 토대로 볼 때 김점오 조교사는 조교사생활중 최고의 성적을 기록할 것이 유력하다.
이런 김점오 조교사가 도전하는 것이 또 하나 있다. 바로 애제자라 칭할 수 있는 이신영 기수.
과거 한국경마사에 유일하게 여성기수가 있었다고 하지만 수십년간 남자들만의 세계로 자리매김한 기수의 세계에서 여성기수의 기용은 사실 모험일 수밖에 없었다. 물론 외국경마의 사례를 보면 결코 적지 않은 수의 여성기수들이 활동하고 있지만, 과연 잘 할 수 있을까하는 반문을 가지는 사람이 대다수였다.
김점오 조교사와 이신영 기수의 만남은 우연하게 이루어졌다. 아니 직접적인 만남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김점오 조교사가 경마장에서의 일과를 마치고 퇴근하는 길에 우연히 경주로를 뛰고 있는 후보생을 발견했고, 그런 모습이 되풀이 되자 김점오 조교사가 기수양성소에 그 후보생이 누구인지 알아본 것이다. 결국 김 조교사는 그 후보생이 수료를 하자 주위의 우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기승계약을 하게 되었다.
이신영 기수가 우려속에서도 다른 기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이제는 동기중 최다승 경합을 펼칠 수 있게 된 것은 자신의 노력이 가장 컸겠지만, 김점오 조교사의 지속적인 후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김점오 조교사는 때론 엄하게 때론 자상하게 이신영 기수를 다독이며 기수로서 최상의 조건을 만들도록 했다.
경주로에 첫 발을 내딛는 신인기수의 경우 주위의 관심과 격려가 그 누구보다 절실히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이신영 기수는 정말로 운이 좋다고 말한다.
마필 훈련을 하고 경주에 나서기까지 평소에는 엄한 모습을 보이지만 자신을 아껴주는 김점오 조교사의 제자 사랑을 잘 알기 때문이다.
금녀의 땅을 허물고 첫 발을 내디뎠을 때만 하더라도 주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더 높았다. 선머슴이라고 남들은 말하지만 남자들도 버티기 힘들다는 곳에서 생활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
그런 그에게 김조교사는 여성기수의 선구자로서 이신영 기수에게 카리스마를 가져야 한다며 우선 신인으로 도전하기 쉬운 선행마에 대해 집중적으로 교육을 시켰다.
그 결과로 이신영 기수하면 선행마라는 공식을 경마팬들 뇌리에 남길 수 있었다. 지금까지 21번의 우승 가운데 무려 16회가 선행스타일로 거둔 우승이었다.
김 조교사의 자상한 면은 경주당일 잘 나타난다. 좋은 성적을 거두었을 때는 실수한 부분이나 고칠 점을 세세히 꼬집어 얘기하지만, 막상 기대했던 마필이 성적이 좋지 않았을 때는 실패한 부분보다는 잘한 점을 얘기한다고 한다. 바로 실망하고 있는 이 기수가 자신감을 잃지 않게 하려는 배려인 것이다.
앞서가는 사람만이 시대를 움직인다.
이 말은 김점오 조교사에 대한 적절한 표현이 될 것이다. 최근 네티즌 사이에서 높은 인기를 모으고 있는 조교사가 바로 김점오 조교사다.
물론 성적이 좋은 탓도 있겠지만, 마사회홈페이지 조교사광장을 찾는 네티즌들의 질문에 빠짐없이 성실한 답변을 올리기 때문이다.
사실 많은 수의 조교사나 기수들은 인터넷을 통해 올라오는 자신들에 대한 글을 읽기는 하지만 답변을 올리는 것에 대해서는 주저하고 있다. 자칫 글을 올렸다가 한마디라도 실수를 하면 오해가 생기지 않을까하는 염려때문이다.
그러나 김점오 조교산는 이런 염려를 접어두고 과감히 현대문명의 최첨단을 달리는 네티즌들 사이로 뛰어들었고, 그들의 생각을 공유하면서 새로운 시대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고 있는 것이다.
김점오 조교사가 인터넷상에서 보여준 모습은 결국 네티즌 사이에서 그의 인기를 끌어올렸고, 많은지지세력(?)을 얻을 수 있었다.
한국판 줄리클론 꿈꾸는 ‘오델리아’
6월 한 달 동안 이신영이 거둔 성적은 18전6승2위3회다. 다승순위만을 놓고 봤을 때 4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하지만 33%에 이르는 승률과 50%의 복승률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신영은 두 번에 한 번은 입상을 하는 놀라는 모습으로 경마팬을 사로 잡았다.
이제 여성기수의 선두주자로, 또 여성기수의 대표주자로 불리던 이신영 기수는 여성과 남성이라는 성차이를 인식할 필요없이 최고의 신인중 하나로 부각되고 있다.
이신영이 기수가 되겠다는 생각을 한 것은 바로 고등학교 선생님의 권유에 의해서다. 당시 처음으로 한국마사회에서 여성기수 모집공고를 냈고, 운동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적성이 있어 체대입시를 준비중이던 그녀에게 있어 새로운 도전의 세계로 다가온 것이다.
하지만 기수로의 길은 어려움의 연속이었다. 20기에는 그녀와 같은 생각을 가진 4명의 여성들이 함께 출발을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둘씩 떨어져 나갔고, 힘들 때면 포기라는 단어가 그를 괴롭혔다. 그러나 힘든 고통이 괴롭힐 때마다 아무나 할 수 없는 기수에 대해 도전하겠다는 열의가 생겨났다.
후보생 시절 가장 힘들었던 것이 바로 체중조절이었다. 때문에 일과가 끝나고 난 후에도 그녀는 경주로를 뛰며 체중조절에 안간힘을 썼고, 더불어 기수가 꼭 되겠다는 오기를 만들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지금 그녀에게 가장 큰 복이라고 할 수 있는 김점오 조교사와의 만남이 바로 힘들었던 체중조절 과정에서 비롯된 것이다.
또하나의 어려움은 바로 3명의 유명기수를 낙마시킨 사건이었다. 모든 것이 낯설고 두려움이 컸던 시기에 선배들을 낙마시키고 기승정지를 당한 것이다.
하지만 어려움 뒤에는 항상 그에 대한 보답이 따랐다. 낙마사건을 일으켰던 ‘오델리아’가 바로 그녀에게 첫 승을 안겨주었기 때문. 남자 기수 못지 않은 다부진 경주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그녀는 스스로는 다부진 성격은 아니라고 얘기하면서 욕심이 많다는 것은 인정을 한다.
평소 진짜 잘해 보고 싶어요라고 밝혔던 이 기수는 스스로 부족한 점이 많다는 것을 알지만 모든 것을 이겨내고 진짜 잘 하는 기수가 되고 싶다는 것이다.
새벽부터 일과가 시작되는 기수생활은 언뜻 오전일과 이후에는 시간이 많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개인적인 시간을 내기가 힘들다.
오후 2시부터 하는 마필 놀이운동이 공식적인 업무(?)의 마무리지만 이신영 기수는 곧장 스포츠센터로 직행을 한다. 아무래도 남자들에 뒤지지 않는 체력을 키우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 요즘은 주로 근력을 키우는데 주력을 하고 있다.
과거 세계화 추세에 발맞춰(?) 영어학원을 다니기도 했지만 우선 하나라도 제대로 하자는 생각에서 포기를 했다. 물론 영어공부에 대한 꿈을 접은 것은 아니다. 다만 아직은 신인 기수로서 배움에 더 충실히 하고 나중을 기약하기로 한 것이다.
당초 이신영이 올해 세웠던 계획이 곧 실현될 것 같다. 바로 31승을 넘겨 경마대회에 나가보는 꿈이었다. 지난 주까지 33승을 거둔 그녀는 곧 있을 야간경마 시즌에 펼쳐지는 경마대회에서 모습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이신영 기수의 선행마에 대한 기승실력은 이제 어느 기수와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인정을 하고 있다. 얼마전부터 이신영 기수는 전천후 기수가 되기 위해 추입마에 대한 기승술을 익히고 있다.
이신영 기수는 뚝섬시절 잠시 존재하던 여성기수의 대를 이은 여성기수의 선두주자라는 점과 치열한 경쟁속에서 자신과 싸워야 하는 세계에서 다부지게 자신의 몫을 다하고 있다.
미국의 명예의 전당에 오른 여성기수 줄리크론을 동경하는 이신영 기수와 그녀의 든든한 후원자인 김점오 조교사가 만들어 가는 경마공원의 신화는 과연 무엇일까?
경마팬과 함께 한국경마의 증인이 되어 그들을 응원하고 역사의 현장에 함께 하고 싶다.
작 성 자 : 권순옥 margo@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