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라서 행복합니다.” - 권광세 마주
-‘에스빠스’ 경마대회 우승, ‘허니비’ 기록 경신... 기쁨 두 배!
-한결같은 말사랑, 조그만 목장으로 결실 맺고 싶다.
-마주로서 최고의 기쁨이라고 할 수 있는 경마대회 우승, 거기에 신예 기대주의 기록경신까지... 여기 그 두 가지 기쁨을 하루에 맛 본 행운아가 있다. 권광세 마주가 바로 그 주인공. 그래서 마방과 새벽훈련,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목장들까지 말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가는, 경마장에서도 소문난 ‘노력파 마주’인 그의 얼굴에는 미소가 그치지 않았다.
-첫 소유마 ‘문화사랑’ 우승 이후 말의 매력에 ‘흠뻑’
그는 1주일에 2일 정도 경마공원을 찾는다. 당근 한 보따리를 싸 들고 마방을 찾아가 자신의 마필들을 돌보기도 하고, 새벽 일찍 훈련모습을 지켜보기도 한다. 좋은 말이 있다면 전국 어디라도 마다 않고 찾아간다. 그가 가보지 않은 목장이 거의 없을 정도. 또한 시간이 날 때마다 구입한 마필들을 돌보러 목장을 다시 찾기도 한다. 그의 이러한 열정은 과연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일까? 그는 서슴없이 말에 대한 사랑 때문이라고 말한다. 말은 고사하고 동물과는 아무런 인연이 없었던 그에게 지독한 말(馬)사랑의 시작은 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문화일보 상무로 재직하고 있던 그는 당시 김문영 기자(현 본지 발행인)의 강력한 권유로 경마대회 창설을 추진하게 된다. 경마에 대한 인식이 상당히 부정적이었던 당시, 주위에선 경마대회 개최를 강력히 반대했었다. 하지만 그는 그런 주위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국 경마대회 개최를 지원했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올해로 제7회째를 맞는 문화일보배 경마대회. 비스포츠 중앙일간지로서는 최초의 경마대회였다. 96년 제2회 대회에서는 시상을 위해 경마공원을 방문, 직접 우승마 ‘당대제일’에게 시상하기도 했다. 이 일을 계기로 경마를 접하게 된 그는 97년 주위의 권유로 마주가 됐다. 처음 분양 받은 경주마가 호주산 암말인 ‘문화사랑’. 아직도 그에게 벅찬 추억으로 남아있는 ‘문화사랑’의 첫 승. 그는 마주로서의 보람을 맛보았고 말이라는 동물의 매력에 푹 빠졌다. 그리고 그의 유별난 말사랑은 그 때부터 본격화된다.
-국산최강을 꿈꾸는 ‘에스빠스’와 신예기대주 ‘허니비’
권광세 마주 하면 ‘에스빠스’가 떠오른다. ‘에스빠스’는 올 초 코리안오크스에서 우승하며 그에게 경마대회 첫 우승을 안겨준 마필. 이번에는 뚝섬배라는 커다란 선물을 안겨준 그에게는 보배와도 같은 존재다. 사실 그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내심 기대가 컸다고 한다. 주위에선 워낙 강적들이 많고 코리안오크스 이후 다소 기대에 못 미쳐, 경마대회 우승마임에도 불구하고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지만, 말 상태도 좋았고 조교사(30조 정지은)를 비롯한 마방식구들의 관리와 준비가 그 어느 때보다 충실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경마공원을 찾을 때마다 ‘에스빠스’ 돌보는 것을 잊지 않는다. 4개월령일 때, 구입 이후에도 수차례 목장에 찾아가 돌봤기 때문에 그를 부모처럼 따른다고 한다. 이번 뚝섬배 경마대회 시상식에서도 주로에서 흥분한 ‘에스빠스’를 한 두 번의 토닥거림으로 안정시킨 사람이 바로 그였다. 그만큼 그는 말과 친해지는 것이 마주의 제1덕목이라고 생각하고 그러기 위해 노력한다. ‘허니비’의 경우도 마찬가지. 명마 ‘가속도’의 자마라는 점이 그의 관심을 불러일으킨 점이었다면, 선두에서 무리를 이끄는 대장기질은 그의 마음을 사로잡은 결정적 원인이었다. 역시 4개월령 때 구입해, 입사 6개월 전부터 제주 금악목장에서 적응훈련을 시키고 시간이 허락하면 주저 없이 제주도까지 날아가곤 했다. 말과 친해지려고 노력할수록 말에 대한 애정도 함께 자랐다. ‘에스빠스’의 우승 불과 네 시간전 국산마 1000m 신기록을 세우며 그의 기대에 부응했지만, 그는 선두에 서서 무리를 이끌던 예전의 모습을 다시 볼 수 있었던 것이 그 무엇보다 큰 기쁨이었다고 한다.
-조그만 목장 갖는 게 꿈... 말사랑의 끝이자 또 다른 시작
아직도 적자에 허덕이는 마주가 허다하고, 상당수의 조교사와 기수가 빈익빈부익부라는 프로의 병폐에 시달리고, 대다수 목장들이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많은 팬들이 열악한 관람여건으로 고생하는 상황에서 그는 경마이익의 경마산업으로의 재투자만이 우리경마 발전의 첩경이라고 꼬집는다. 윤영호 한국마사회장 취임 이후, 팬 서비스나 인식 개선 등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가 있었던 만큼, 우리경마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 상금과 시설 등에 재투자하는 노력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현재 서울마주협회내 마사랑회 회원이기도 한 그의 남은 목표 역시 말을 떼어놓고는 설명할 수 없다. 서울 근교에 작은 부지를 조성해 자신의 마필들을 모두 모아 기를 수 있는 목장을 마련하는 것. 자신이 아끼던 말들을 한데 모아 임신한 암말들에겐 풀을 뜯기고, 수말들에게는 한가롭게 승마를 시키고... 그림처럼 펼쳐지는 이러한 영상은 그의 말사랑을 지탱시키는 원동력이자, 그 말사랑의 소중한 결실이기도 하다.
【권현 기자 knhn@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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