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필 훈련에 꿈을 심는다 - 기수출신 관리사 ‘임상규’
- 기수로 못다 이룬 꿈, 경주마에 실어 보낸다
지난 호에는 경마장의 꽃으로 불리는 기수생활을 접고 관리사로 전직을 했던, 윤영귀 관리사의 말사랑 이야기를 들었다.
말과 함께 하는 생활은 아직도 외부에서 보면 특별난 직업임에 틀림없다. 때문에 기수의 꿈을 펼치다가 중도에 포기하는 사람중 적지 않은 수가 다시금 경마장으로 돌아와 생활을 하고 있다.
52조 관리사로 재임중인 임상규씨 또한 그러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임은 기수양성소 10기 출신으로 강병은·송석헌·안병기·이광복·우창구·전기혁 기수등 19명의 동기생과 함께 청운의 꿈을 안고 84년 경주로에 데뷔했다.
데뷔 초기 별다른 어려움은 없었다. 성적도 꾸준하게 올릴 수 있었고, 모든 것이 순탄한 듯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암초가 다가왔다. 바로 하루가 다르게 불어나는 체중이 그의 앞길을 가로막은 것이다.
기수양성소에 입소할 당시 42kg에 불과했던 체중이 뒤늦게 불기 시작하더니 기수를 포기할 때 즈음해서는 하루 4kg씩 감량을 해야했다. 결국 불어나는 체중을 감당하지 못하고 기수의 꿈을 접은 것이 87년 12월이다. 그때까지 최종 성적은 6백50여회 출전에 70여승을 기록한 것이다.
길이 없었기 때문에 기수를 접어야 했지만 사회생활은 그리 호락호락 하지 않았다. 또한 아쉬움 많았던 기수생활이기에 더욱 미련이 남았을 것이다.
결국 임은 92년 관리사로 복귀했다. 경마장 생활이 어렵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처음 권유를 받았을 때는 망설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기수생활을 하던 자신이 관리사로 복귀한다는 것이 다른 사람들 눈에 어떻게 비출지 걱정도 됐다.
하지만 망설임도 한 때 접어야 했던 꿈을 되살릴 수 있다는 희망을 막지는 못했다.
임은 관리사 재직 5년만인 97년 조교보 면허를 취득했다. 물론 아직 발령을 받지 못해 다음 단계인 조교사 면허에 응시하기까지 상당기간이 소요되겠지만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만족하고 있다.
“공부해야 할 것이 너무 많다”고 말하는 그는 짧다고 할 수 있는 기수생활이 큰 도움이 되지만 경주마 전반에 대해 알아야하는 만큼 더욱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단다.
물론 처음 관리사로 복귀했을 때는 경주장면을 보면서 기수로 출전을 하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았지만, 자신이 훈련한 마필이 좋은 성적을 냈을 때의 기분을 느끼면서 차츰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있었다고 한다.
기수로서의 아쉬움이 있다면 명마를 타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신인시절 ‘파도’라는 경주마 훈련을 담당하면서 꼭 타보고 싶다는 소망을 가졌지만 결국 기승하지 못한 것이 지금도 너무나 아쉽다고 한다.
물론 지금은 명마의 대열에 있는 ‘다함께’를 훈련하고 있다.
경마장 생활은 치열한 전쟁터다. 경주에 나서는 기수뿐 아니라 한번의 경주를 위해 한달을 준비하는 모든 마방식구가 함께 전쟁을 치르는 것이다.
기수출신인 임의 주된 업무는 경주마의 새벽훈련이다. 매일 새벽 자신이 기수시절 못다 이룬 꿈을 자신이 관리하는 경주마에게 심어주고 있다.
자신이 실제 경주에 나서는 마음으로 ‘이번에는 꼭 우승을 하거라’하고 정성을 다한다. 자신의 손으로 명마를 만들어 간다는 또다른 꿈을 보태어…
【권순옥 기자margo@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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