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페이지 - ‘내가 거둔 첫 승’
다시 시작한다, 권진환 기수  
‘뉴타운’, 잊을 수 없는 이변마

사람이 살아가면서 평생 잊지 못할 추억들을 한두가지씩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그런 추억중에서도 특히 가슴속에서 떠나지 않는 것이 있다면 바로 ‘처음’이라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재 서울경마공원에는 70명의 기수들이 매주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으로 승부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20년을 훌쩍 넘긴 고참부터 이제 2년차를 보내고 있는 신인까지 각기 경주로에서 보낸 시간들은 다르겠지만, 첫 우승에 대한 추억은 비슷할 것이다.
이번 호에서는 자신에게 주어진 이미지를 털어내고 새롭게 출발하려는 권진환 기수를 만나 그의 첫 승에 대해 들어보기로 하자. 〈편집자 주〉

후배기수들이 배출되지 않아 적체되던 경마장에 물꼬를 튼 것이 16기라면, 17기는 본격적인 신인기수들의 시대를 열었다고 볼 수 있다. 제각각 강한 특성을 보여주는 17기 기수들의 맏형 노릇을 하고 있는 것이 바로 권진환 기수다.
권진환 기수가 처음 인연을 맺은 곳은 44조(장두천), 당시 보유마필이 20여두가 되지 않았던 때고 신예마가 적어 성적을 기대할 수 있던 상태가 아니다. 그러나 첫 승은 실로 우연찮게 찾아왔다.
데뷔전을 치르고 2주 정도가 지났을 무렵인 96년 7월 20일 소속조 마필인 ‘뉴타운’에 기승하게 됐다. 물론 순위권조차 기대하기 힘든 부진마였다.
경주전 ‘뉴타운’에 첫 기승하는 그에게 장두천 조교사는 스타트가 좋지 않은 마필이라 서두르지 말라고 주문하고, 너무 뒤처지지 않게 쫓아가다가 인코스가 열리면 추입을 시도해 보라고 작전지시를 내렸다.
완전한 햇병아리인 그는 조교사의 작전에 최대한 맞추기 위해 노력했고, 4코너까지 조교사의 작전에 한치의 오차도 없이 진행됐다.
4코너에서 진로가 환하게 열리는 것을 보면서 입상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고 한다. 다만 우승이냐 준우승이냐가 문제였는데, 동기인 이영우 기수가 기승했던 선행형 마필인 ‘타임머신’과 결승선까지 근소한 접전을 펼친 끝에 반마신차의 우승을 거두었다.
첫 승을 거두고 난 이후 행운이 그의 주변을 맴돌았다. 마방에 망아지들이 하나둘씩 들어오고 하위군에서 좋은 성적을 내준 것이다.
6년째를 맞이하는 동안 소위 훌륭하다는 마필에 기승한 경험도 적지 않다. 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마필은 44조 당시 망아지로 받았던 ‘요람의눈’이다.
도입당시 ‘요람의눈’은 짝발에다 고래눈을 하고 하얀 눈썹으로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훈련을 시키면서, 그리고 기승을 하면서 자신과 너무나 잘 맞는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결국 그의 손에서 ‘요람의눈’은 5승을 안겨주며 2군까지 순조롭게 성적을 거두었다.
권은 경주중 생기는 여유는 성숙된 면을 느끼게 하지만 한편으로 자신을 느슨하게 만든다고 생각하고 있다. 해서 최근 마음을 다부지게 먹고, 신인 때처럼 체중감량부터 다시 시작하려 한다.
십수년을 말과 함께 해온 선배들도 끊임없이 고쳐나가는 것을 보면서, 이제 조금씩 경주에 대해 이해를 하고 있는 자신이 여유를 부릴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권순옥 기자margo@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