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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두 갑 피던 골초에서 금연 성공... ‘기수로서만 열심히 살겠다’
-1백승 돌파에 해를 넘겨야 했던 김동철 기수(28)가 지난 19일(토) 제1경주 ‘마군지상’으로 가볍게 1백승을 넘어섰다. 바로 전 주 ‘통일천하’로 99승을 올린 그에게는 ‘아홉수’라는 해묵은 징크스도 빗겨갔다. 소문난 노력파인 그는 1백승 달성 의미에 대해 “이제 2백승을 향해 달릴 때가 왔을 뿐”이라며 담담하게 얘기한다. 【권현 기자 knhn@krj.co.kr】
-“운이 많이 따랐죠.”
새해가 밝으면서 여기저기서 백승 단위 기록달성을 앞둔 기수들에게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이러한 관심에 신경 쓰지 않았고 부담도 갖지 않았다. ‘어차피 한 두 해 말을 타는 것도 아니고, 때가 되면 달성하겠지...’라고 편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김동철 기수는 이렇게 빨리, 쉽게 1백승을 달성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문제의 19일 제1경주. ‘마군지상’은 발주조교검사를 여러 번 받았을 정도로 스타트가 좋지 않은 말이라 중위권에 자리잡다 추입을 노리는 작전을 구상했다. 헌데 막상 발주기 문이 열리자 상황이 달라졌다. 몇 번만 더 몰면 선행을 나갈 수 있을 정도로 출발이 좋았다. 불량주로라 선행을 나가니 경주가 편하게 전개됐다. 1백승 달성을 직감하는 순간이었다.
기록을 달성하면 으레 조교사들이 기수에게 ‘수고했다’느니 ‘축하한다’는 식의 인사를 건네는 게 상례, 하지만 그는 기록을 달성하고 먼저 소속조(49조) 지용철 조교사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올렸다. 지용철 조교사와의 만남은 그의 기수인생에서 하나의 전기(轉期)였고, 기수로서 눈을 뜨게 한 기폭제였다. 지 조교사는 철두철미한 지장(智將)의 대명사. 한 달 단위로 소속마방 출전예정마 리스트를 작성, 모든 마필마다 그와 후임 김훈 기수는 물론 조교사, 조교보, 관리사 등 각 마필에 맞는 훈련자를 미리 내정, 철저하게 훈련시킨다. 이런 계획적인 마방운영 외에도 기수출신으로 누구보다 그의 심정을 잘 이해해줘 편하게 생활할 수 있고 그래서 기수로서 다시 태어날 수 있었다고 말한다.
-1등 하면 어머니 얼굴 떠올라... ‘가족은 든든한 힘’
현재 그는 어머니, 형과 함께 준마아파트에서 생활하고 있다. 단촐한 식구지만, 그래서 여느 가정 못지 않게 사이가 돈독하다. 그의 형은 현재 모 호텔카지노에서 딜러로 일하고 있다. 그와는 다르게 180cm가 넘는 키에 몸무게도 85kg이 넘는다. 어렵고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무뚝뚝한 형이 던지는 한 마디의 격려가 그에겐 무척 큰 힘이 된다. 아직도 그가 형을 믿고 따르는 이유다. 그의 어머니 역시 항상 그를 걱정한다. 기수라는 직업의 특성 상 항상 부상을 걱정해야 하고, 부정에 휩쓸리지 않도록 독려한다. 경마대회 우승이나 1백승 달성 등 중요한 순간마다 어머니의 얼굴이 떠오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지난 2000년 12월 KBS 2TV 「인간극장」에서 방영된 박복규·지하주 기수의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원래 주인공이 박복규 기수와 김동철 기수였다는 사실은 거의 알지 못한다. 낯을 가려 인터뷰도 싫어하고 사진 찍히는 것도 싫어하는 그가 출연제의를 정중히 거절했다는 후문이다. 이렇듯 그의 성격은 상당히 내성적이다. 나서기를 싫어하고 말도 적다. 하지만 경주로에 들어서면 다혈질로 돌변한다. 데뷔 초기 예시장에서 그에게 욕설을 하는 팬에게 “왜 욕하냐”고 따진 적도 있었다. 이제는 욕하는 팬들도 거의 없고 자신도 여유가 생겨 그런 일은 다시는 없을 거라고...
-“조교사님 MVP 한 번 시켜 드려야죠”
2002년 산뜻한 출발을 한 김동철 기수. 올시즌 목표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대뜸 “조교사님 MVP 시켜드리는 것”이라고 말한다. 타조기승이 적은 지용철 조교사가 MVP를 받으려면 당연히 그의 성적이 좋아야 하기 때문에 그의 말은 곧 구체적인 승수를 말하지는 않았지만 많은 승수를 올리고 싶다는 바램의 우회적인 표현이 아닐까 생각했지만, 그는 “그저 고마운 조교사님에게 보답하고 싶을 뿐”이라고 말한다.
다른 기수와 마찬가지로 5백승과 함께 영예기수가 되는 것은 그의 꿈이다. 그동안 목과 무릎 등 부상을 달고 살았던 그가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부상의 악몽에서 벗어나는 것이 급선무다. 하지만 그가 부상을 이유로 몸을 사릴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한 해 7승으로 부진했던 99년. 그에게는 보약과도 같이 쓰디쓴 경험이었지만 그 경험은 곧 약이 됐다. 이 기간 그는 기수로서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했고, 결국 그동안 그가 바빴던 주요 이유(?)였던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말 타는 데 주력했다. 작년 11월에는 하루 두 갑 피던 담배도 끊었다. 최근 폐암으로 투병 중인 코미디언 이주일氏를 보고 “참 잘한 일 같다”며 흐뭇해한다.
이제 그는 모든 것을 경주로에 쏟아 부을 준비를 마쳤다. 훗날 그의 노력이 결실을 맺는 날, 팬들은 그를 ‘참 열심히 하는 기수였다’고 기억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