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마장 기수였던 유재길씨가 조교사 면허 취득 후 1년 8개월여 만에 마방을 대부받고 조교사로서 새출발한다.
어깨부상 후 4개월간의 공백 동안 체중이 급격히 불어, 이만저만 고민이 아니었을 유재길 신임 조교사. “이젠 더 이상 체중조절할 필요가 없어 기쁘다”는 게 그의 첫 소감이었다.
그러면서 “최상의 상품을 고객에게 제공하는 것이 급선무”라며 최상의 경주마 관리에 정진하겠다고 덧붙였다.
기수로서 다소 아쉬움이 남을 법도 한 그를 만나 새출발하는 기분과 다부진 각오를 들어본다.

통산 1871회 기승, 254회 우승, 208회 준우승.
15년간 서울경마장 기수로 맹활약했던 유재길 신임 조교사의 성적이다.
그러나 지난 97년 경주중 낙마 사고를 당하며 어깨뼈 골절을 입고 장장 4개월 간 병원에 입원하면서부터 그의 기수생활은 꼬이기 시작했다고.
“요즘엔 경주 출전도 어려울 정도였지만 그때만해도 할 만 했지요(웃음)” 부상을 당하기 전까지 그는 꽤나 잘 나가는(?) 기수중에 하나였다. 통산 전적이나 승률, 복승률만 봐도 그의 활약상을 짐작할 수 있을 터.
병원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후 평소 50kg에도 못미치던 그의 체중은 어느새 60kg을 훌쩍 넘었고 이는 경주 출전조차 어렵게 만들었다. 다이어트에 좋다는 것은 모조리 해봤다는 그. 체중이 좀 줄어든다 싶으면 경주에서 기진맥진하기 일쑤고, 몸에 신경좀 쓰면 곧바로 체중증가로 직결된다니 얼마나 어려운 나날이 이어졌을 지 짐작할 만하다.
“다이어트에 좋다는 건 정말 하나도 빼놓지 않고 다 해봤어요. 이거 그만두면 다이어트 회사 하나 차려도 될걸요. 사우나, 헬스, 식이조절, 다이어트 식품 등… 누구 살빼고 싶으신 분 계시면 저 한테 오세요(웃음)”
그런 그가 추천하는 다이어트 제1의 비법은 바로 등산. “등산만큼 다이어트에 좋은 건 없어요. 일단 다른 운동 같으면 시간을 정해놓고 하면서 지루하고 또 힘들어서 도중에 그만두지만 등산은 일단 시작하면 끝까지 올라가게 마련이고, 또 올라간 이상에는 싫어도 내려와야 하잖아요. 그러다 보면 4∼5시간은 거뜬히 운동하는 셈이지요”
“하지만 등산도 매번 같은 곳으로 가면 지겹고 재미없어요. 하루는 관악산, 또 하루는 수리산, 또 어떤 날은 청계산… 이런 식으로 이곳저곳을 다니다보면 어느 곳의 지세가 험한 지, 어떤지 알게 되면서 산을 이해하고 거기에 익숙해 지는 겁니다”
유재길 신임 조교사가 조교사 면허를 획득한 것은 지난 98년 8월이다. 1년 8개월만에 23조 마방을 대부받은 그는 감회가 남다르다고 하는데…
“23조는 제게 고향같은 곳이에요. 6년 정도를 그곳에서 지냈거든요. 전임 조교사였던 김상원씨와도 형님, 아우하며 잘 지냈구요. 이곳에서 새롭게 시작한다니 의욕이 막 넘쳐납니다”
작은데 연연하지 않고 둥글둥글한 성격 탓에 유재길 조교사는 주위에 적이 없다. 항상 웃음으로 주변 사람들을 살가와 하기에 더욱 그러한 지 모르겠다. “기분 나쁘다고 찡그리고 다니면 뭐 나아질 게 있냐”는 그의 말… 백번 옳다는 생각이 든다.
새출발을 앞두고 유재길 조교사는 요즘 새삼 아쉬움이 교차한다. 비록 15년간 해왔던 기수생활과 큰 차이는 없을 지라도 기수로서 그가 바래왔던 것을 다 해내지 못했던 데서 비롯되는 게 아닐까?
“거참… 희안하게 경마대회와는 인연이 닿질 않았어요. 한창 말에 자신이 붙었을 무렵에도 경마대회 우승과는 거리가 멀었으니까요. 인기마에 기승해도 이런저런 이유로 눈 앞의 우승을 놓치곤 했거든요”
그의 기억속에 가장 크게 자리잡고 있는 경주마는 ‘새강자’의 어미로 유명한 ‘축제’다.
2백승을 목전에 둔 그가 ‘축제’로 마침내 우승을 거머쥐며 2백승 째를 기록했을 때, 그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큰 것이었다. 밤색 암말이었던 ‘축제’는 그에게 5승이나 안겨주며 효도했던 경주마다. 잘 생긴데다 기초 체력도 좋았고 무엇보다 암말인데도 지지않으려는 강한 승부욕이 그의 마음에 들었다고. 아마도 ‘새강자’의 지칠줄 모르는 근성은 그 어미에게서 유전된 게 아닌가 한다.
오랜 기수생활을 접고 이제 유재길 조교사는 그의 인생에 있어 전환점을 맞이했다. 그를 옆에서 지켜보며 어려운 순간을 함께했던 홍대유·김창옥·이정표·윤기정 기수와 곽영효·서범석 조교사 등 11기 동기들은 “이제 체중 그만 빼고 먹고 싶은 것 실컷 먹으며 좋은 조교사되라”고 축하했다.
이런 주변의 축하와 더불어 유재길 조교사는 “철저한 서비스 정신을 갖고 경마팬들에게 최상의 경주를 선보일 수 있도록 많이 노력하겠다”며 약속한다.
기수 때는 인연이 없었던 경마대회, 이제 조교사로 거듭난 그가 경마대회를 차례로 정복할 장미빛 미래를 기대해보자.
【이희경 기자 pinklady@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