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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이 길어서였을까? ‘큰물결’에 기승해 결승선을 가장 먼저 통과하면서도 조경호 기수는 그다지 기쁜 줄을 몰랐다고 한다. 차라리 마음 한켠에서는 안도의 한숨을 쉬어야 했다. 연말 마지막 경마일까지 최다승 경쟁을 벌이고 있을 때라 혹시 자신이 누가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1승이 소중했던 마방사정을 알기 때문에 자신에게 기회를 준 신우철 조교사에게 너무나 고마움을 느꼈고, 그만큼 심적인 부담감을 안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예시장에서 ‘큰물결’에 오르는 순간 모든 생각을 잊고, 좋은 컨디션을 보이는 말 상태를 느끼면서 좋은 성적이 가능하리라고 생각했단다.
8월 데뷔한 이후 지금까지 그가 경주에 나선 것은 불과 21번.
5개월여를 지나오면서 그가 가장 안타까웠던 것은 첫 승에 대한 소망이 아니라 기승기회의 적음이었다고 한다. 아직 너무나 모자란 자신을 단련하려면 경주에 많이 나서서 몸으로 체험을 하는 것인데, 그다지 기회가 많지 않았다.
그래서 새해 소망도 기승기회를 많이 가지는 것이다. 열심히 하면 자연적 그에게도 기회가 올 것으로 생각하고 있단다.
모든 기수가 경주에 많이 나가길 원할 것이다. 그러나 조기수가 기승기회를 많이 갖고 싶은데는 이유가 있다.
모든 면에서 아직은 미숙하다고 하지만 언제까지 신인이라는 타이틀 아래 미숙한 실력을 유지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특히 출발시 불안정한 자세는 하루빨리 고쳐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자세의 불안정은 자신은 물론 다른 기수들에게도 큰 위험을 안겨줄 수 있기 때문에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느끼는 것이다. 백번의 연습보다는 실전에서 고치는 것이 확실하기 때문에 기승기회가 늘기를 바라는 것이다.
조기수는 언뜻 보기에 내성적인 성격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스스로도 내성적이라고 말하지만 운동을 할 때는 외향적으로 바뀐다고 한다. 어릴 때부터 남달리 운동을 좋아했던 그는 태권도 공인 4단의 고수다. 중학교까지 태권도 선수를 했고 고등학교부터는 심신단련 차원에서 태권도를 계속했다.
운동에 대한 그의 열정은 태권도학과를 지원하게 만들었다. 태권도를 꾸준하게 했다지만 고등학교 시절 시합에는 출전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반학생으로 입학했다.
그러나 대학생활은 그에게 만족을 주지 못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운동을 계속할 수 있던 방법을 찾던 중 기수라는 직업에 대해 듣게 되었고, 그 길로 바로 기수양성소를 찾아가 기수가 될 수 있는 방법을 문의했고, 그에게 위안이 되지 못했던 대학을 곧바로 그만두고 기수에 도전하게 되었다.
평소 운동을 좋아하는 그의 성격을 알기에 부모님도 기수가 되겠다는 그를 말리지 않았다. 다만 열심히 하라는 말과 함께 몸 다치지 말라는 격려를 해주었다.
결코 짧지 않았던 기수양성소의 2년 세월. 지금 생각하면 그다지 기억에 남는 특이한 것은 없다고 한다. 다만 외출이 자유롭지 않았기 때문에 사람들이 모두 떠난 월요일 오후가 되면 문득 문득 집생각에 잠기는 일이 많았다고 한다.
평소에 다져진 체력은 그에게 톡톡히 보답을 하고 있다. 하루 10여두의 마필을 훈련시키고 있지만 힘든 줄 모르겠다고 한다. 많이 기승하는 편은 아니지만 경주에서도 체력 때문에 고생한 적은 없다.
요즘은 웨이트트레이닝에 열중이다. 기본적인 체력이 있기 때문에 따로 운동을 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웨이트트레이닝을 통해서 운동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어느 기수라도 우승을 많이하는 것을 좋아할 것이다. 그러나 조경호 기수는 당장의 1승보다는 더 먼 미래를 내다보며 많은 경주를 몸으로 체험했으면 좋겠다고 밝힌다.
이제 첫 발을 내딛은 조경호 기수, 먼 훗날에는 제2의 박태종으로 불리우는 대기수로 성장해주길 바래본다.【권순옥 기자 margo@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