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사들로 구성된 조교사협회 노조가 단체행동에 돌입해 경마가 중단될 위기에 처해 있다. 지난주말부터 경주마의 새벽훈련을 전면적으로 거부해온 조교사협회 노조는 16일의 발주검사와 능력검사까지 거부해 경마중단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전면적인 파업이 아니라할지라도 능력검사가 이뤄지지 않으면 실질적으로 경주편성 자체가 어려우므로 경마가 중단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다.
조교사협회 노조가 훈련을 거부함으로써 기수들과 일부 훈련을 직접하는 조교사들의 노동강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일부 기수들은 피로가 겹쳐 건강의 이상을 호소하는 경우까지 생기고 있어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또다른 사고로 번지지 않을까 염려된다. 기수들은 새벽 정해진 시간 내에 경주마의 훈련을 마치지 못해 낮시간에도 훈련을 하는 등 파국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기수들의 노력만으로는 현재의 문제를 풀어나가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 불어닥쳤던 IMF의 경제위기는 경마산업의 구조조정을 강요했다. 그러나 일반 산업에 적용했던 구조조정의 방식을 경마산업에도 획일적으로 적용시킴으로써 많은 부작용을 파생시키고 있다. 그결과 경주마의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해 경주 질의 저하가 급속도로 나타나고 있으며 한국마사회 직원을 대대적으로 정리해고함으로써 경마시행에 막대한 지장이 초래되고 있다.
엎친데덮친격으로 경쟁산업인 경륜의 발전속도에 비춰 경마는 성장속도가 둔화되거나 오히려 감소하는 현상까지 빚어지고 있어 전체 경마산업종사자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 경마산업은 경륜과 근본적으로 다른 특징을 지니고 있다. 경마는 세계 1백30여개 국가에서 시행되는 보편적인 인류의 성인오락이지만 경륜을 시행하는 나라는 불과 몇 개 나라에 지나지 않는다. 또 경마가 이뤄지기까지는 경주마를 생산하고 육성하는 1차산업에서부터 모든 산업을 망라해야 하기 때문에 관련 종사자들도 많이 있다. 만약 경마가 중단되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한다면 그 피해는 일파만파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더구나 총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어서 매주 경마장을 찾던 10만명 이상의 경마팬들이 소요를 일으킬 경우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져들 개연성을 지니고 있다.
관리사들의 단체행동은 93년 개인마주제로 제도전환시 이에따른 합의서가 근본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관리사들은 한국마사회의 기능직과 동등한 대우를 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결국 경마중단의 위기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열쇠는 정부가 가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마산업에 대한 획일적인 구조조정 방침을 재정리하는 것만이 지금의 난제를 풀어나갈 수 있는 해결책이 될 것같다. 정부는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경마산업에 대한 편견을 바로잡아 바람직한 발전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세계의 주요 선진국에서 스포츠의 왕으로 각광받는 경마를 ‘사행’이라는 사슬에 묶어놓고 그대로 방치할 수는 없지않은가.
또한 경마산업을 구성하는 각 단체들은 비상시기를 맞아 모두가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일에 적극 나서야 한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조금씩 양보하는 한편 불합리한 각종 제도를 개선하는 일과 경주마를 최상의 컨디션으로 만드는 일에 더욱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상대 단체를 비방하거나 비난하는 것보다는 현재의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점검하여 이를 개선하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파국은 누구에게도 도움을 주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한번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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