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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말산업 칼럼] 한국 경마 도입 100주년, 마사회장이 됐다
1922년 5월 20일, 국내에서 경마를 시행한 역사적인 날이다. 정확히 100년이 지난 오늘 2022년 5월 20일, 나는 한국마사회장이 됐다. 역대 최연소, 최초 언론인 출신이자 역시 최초로 정권 낙하산도 마사회 내부 승진도 아닌, 말밥 먹는 ‘외부’ 사람이 임명됐다.

지금도 모두가 믿기 힘든 일이라고 한다. 나 역시 3개월 전까지 이런 일이 있을 줄은 몰랐다. 육아 휴직임에도 집에서 백일둥이 딸 둘러업고 기사 편집하고 있는데 한국마사회 인사추천위원회에서 먼저 연락이 왔다. “BH 지시다. 낙하산 없고 마사회 내부 인사 말고, 말산업 전문 언론인을 회장으로 추천하라”고 했단다. 만우절도 한참 지났는데, 장난 전화인 줄 알았다. 내부 승진 인사가 당연히 차기 회장으로 임명될 줄 알았는데, 임기 막바지 산하 기관 낙하산 인사를 완전히 배제한 문재인 전 대통령 의지가 주효했다. 역시 언론인 출신으로 국무총리까지 지냈다가 이번에 입성한 ‘BH’는 연줄도 연고도 없다는 원칙으로, 그 조직을 가장 잘 아는 언론인 출신을 임명한 것이라 밝혔다.

전임 김낙순 회장은 연임까지 하다가 21대 총선 보궐선거에 나간다고 지난해 말 사임했다. 지난달 고향 천안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당선된 그에게 감사와 축사 전화를 드렸다. 사실 처음엔 그가 못 미더웠다. 정권 교체 후 첫 회장인데 의외로 감추는 게 많았고, 속도는 더뎠다. 말산업 종사자보다 ‘국민’이 우선이었다. 말산업 종사자는 국민 아닌가?

현장에서도 불만이 계속 쏟아졌다. 정권 바뀌어도 마사회는 그대로며, 김낙순 회장이 온 뒤로 좋아진 건 마사회 직원들 삶이지 우리 형편이 아니라고. 우리는 여전히 돈줄 쥔 마사회 눈치 보는, 영원한 을(乙)이라고. 2년 전인 2020년 5월경, 연임을 앞두고 그 사건(당시까지 해결 안 된 마사회 조직 적폐 문제를 우리가 특종 보도하면서 최순실 국정농단에 버금가는 사회적 이슈가 됐고, 이를 계기로 마사회는 올해 말부터 말산업진흥공단으로 조직을 개편한다)을 보도한 뒤, 그제야 오해를 풀게 됐다. 적폐청산위원회에서 백서까지 발간했음에도 조직 내 저항은 만만찮았기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요청은, 잘못된 보고만 듣고 언론과 관계 회복을 미룬 게 아니라 결국 임기 내 백년대계 기초를 놓고, 철학을 심고 문제를 풀어나가기 위한 것이라 했다. 그것이 그의 임기 중 근본 목적이었고, 그것이 말산업을 살리는 길이라 믿었다고 했다.

오늘 취임식에서 나는 전임 김낙순 회장이 놓은 주춧돌, 6대 혁신 분야 및 과제에 근거해 탄탄한 외벽 쌓는 일을 임기 내 할 것이라 밝혔다. 먼저 파격 인사를 실시했다. 지연과 학연으로 고착된 조직 문화를 완벽하게 깨기 위해 젊은 세대, 일하는 실무자 중심으로 조직 서열을 완전히 뒤엎었다. 마사회가 일하지 않는 모습으로 비치게 했던 근본 문제인 ‘신의 직장’ 이미지를 깨고자 연봉을 대폭 깎았다.

‘자리 지키기’의 대표 사례인 지사장을 본사 임원이 아닌 지점 청경과 환경관리원 등 현장 관계자의 승진 인사로 대체했다. ‘지사’ 대신 국민체육진흥공단처럼 ‘지점’으로 대체해 소형 경마장으로 운영하면서 현행 30개에서 대폭 줄여 광역시에만 두기로 했다. 온라인마권발매시스템이 2021년부터 전격 도입됐기에 팬들이 복권, 로또처럼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과 판매소를 통해 마권을 살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경마팬을 전담하는 부서도 신설해 365일 언제든 현장에서 바로 의견을 낼 수 있는 일종의 경마팬 청원 공간도 해피빌 3층에 마련했다. 위선뿐인 형식과 격식을 빼는 일에도 박차를 가했다. ‘저들만의 축제’라고 경마팬들이 늘 소리 지르던, 팬들 돈으로 아이돌을 불러 뜬금없는 `축하` 무대를 만들고, 경마대회 후 VIP들이 참여해 사진 찍고 트로피 주고 건배를 하는 일제 유물인 허울뿐인 시상식을 일절 없애고 팬들이 마음껏 즐기고 축하할 수 있게 자리를 내줬다.

김낙순 회장 때 신설한 말산업육성기금을 대폭 확대해 각 협회, 단체들이 자생할 수 있도록 사무국 강화에 힘을 보탰고, 함께 머리를 맞대고 현안을 풀어나가기로 했다. 농협이나 관 주도가 아닌, 경주마와 승용마 생산 농가가 주축이 된 말산업자조금위원회도 다음 달 출범을 목표로 T/F을 구성했다.

숙원 과제도 산적해있다. 경마 파트1 국가 진입이 확정됐지만 단기간에 국내 경주마 능력을 끌어올릴 수는 없다. 경주 질 향상을 위해 인프라는 보강했지만, 생물인 말, 말산업 주인공인 말의 능력을 어떻게 향상할지 고심하고 있다. 내년부터 렛츠런파크 제주에서는 한라마가 없어지고 제주마 단독 경주가 시행되는 만큼 한라마 육성 문제에 대해 과거 약속했던 부분을 추진하기로 했다.

결국 모든 문제는 말산업 전담 기관이라는 마사회가 그간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는 데 있어 역할이 미흡했고, 현장을 따라가지 못한 데 있었다. 공공성 강화와 함께 우리 회의 고유 목적 사업 강화라는 근본 목표를 이룩하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제대로 아는 것이 먼저다.

나는 내일부터 100일간 현장으로 떠난다. 기자 때 필드에서 뛰며 취재하면서 현장의 어려움, 억울함을 듣고 알고도 해결할 수 없었던, 빚졌던 마음을 이제 모두 풀 수 있을 것 같다. 한국마사회, 아니 말산업진흥공단이 6차산업의 선두 주자이자 블루오션, 농업농촌의 대안인 말산업이 완전히 뿌리내리는 `밀알`이 되도록 열심히 달릴 것이다.

말산업저널 이용준 기자

※본 칼럼은 국내에 서구 경마가 도입, 시행된 지 100주년인 2022년 제38대 한국마사회장에 취임한 기자의 칼럼을 가장한, 지극히 주관적 상상을 펼친 ‘호접지몽’ 미래 일기입니다.

 
출 판 일 : 2019.04.11 ⓒ KR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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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음   글 [말산업 칼럼] 한국 경마, 책임·공정·소통 삼박자로 인식 전환하라
이   전   글 [말산업칼럼] 경주마 `돌콩` 세계 최고 경마대회 두바이월드컵 본선 진출의 역사적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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