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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말산업 칼럼] 한국 경마, 책임·공정·소통 삼박자로 인식 전환하라
한국마사회 경마본부, 정책 자문단 운영…패러다임 전환 이끌 ‘장자’
온라인마권발매 재개 전담 조직 신설…마사회법 개정·의원 입법 추진

“아직도 그 회사 다녀요?”
“마사회 출입 기자면 경마 소스 많겠네. 혼자 먹지 말고 연락 좀 줘요.”

농림축산식품부 및 마사회 등 산하 기관 출입 기자로 취재원들이나 지인들로부터 종종 듣는 말이다. 첫 번째 질문은 필자를 좀 안다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다. 공부도 오래 했고, 기사를 보면 기레기까지는 아닌 것 같은데 왜 마사회 같은 곳을 상대하느냐는 것. 두 번째 질문은 대부분 경마(베팅)를 하지만 필자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신분을 알고선 음흉한 미소와 함께 던지는 말이다.

다른 질문 같지만, 결론은 하나다. 바로 경마나 승마, 마사회에 대한 국민 인식은 ‘여전’하다는 것.

오래전, 르포 기사를 쓰기 위해 택시 운전을 몇 개월가량 한 적 있다. 주말 아침이면 참 많은 사람이 경마장으로 향했다. 필자는 그때 택시 기사 신분으로 처음 경마장을 봤는데 참 가관이었다. 경마장으로 향하는 손님들은 ‘일수 가방’ 같은 묵직한 지갑을 들고 있었고, 가는 와중에도 여기저기 전화해 소스가 있냐, 어디 예상이 정확하냐 등 정보 캐기에 여념이 없었다. 종종 몇천 원씩이나 하는 잔돈도 받지 않고 쿨하게, 발걸음 가볍게 경마장으로 향했다.

<말산업저널> 창간 전, 창간 준비 멤버로 기자 생활을 다시 시작하면서 찾은 경마장도 여전했다. 당시 경마장 주로 내 ‘가족공원’에는 가족 단위 고객들이 많았는데 텐트나 돗자리 깔고 아이들은 풀어둔 채 엄마, 아빠들은 베팅에 여념이 없었다. 참 별난 신세계였다.

사실 마사회를 출입하려 했던 이유도 일종의 작가적 호기심 때문이었다. 마사회 직원이라는 사람을 우연히 알게 됐는데 그의 행적이 영 기이했기에 마사회라는 조직과 경마 시행 과정을 파내고 싶었다. 지금까지 마사회를 출입하면서도 결론은 마찬가지다. 유일한 경마 시행체, 한국마사회가 참 많은 정책적 판단 오류를 저질러왔고, 이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언론은 부재했으며, 수십 년간 잘못 운영된 시스템을 바꾸는 일은 대통령이 와도 못하겠구나, 라고.

그럼에도 어느 조직이든 시대에 따라 바뀌기 마련이며 그 중심에는 개척자 정신을 가진 ‘초인’들이 있기에 희망을 품을 수 있다. 한국마사회의 경우, 아이러니하게도 경마본부가 대표적이다.

경마본부는 3월 23일 경마팬과 전문 기자로 구성된 ‘경마정책자문단(이하 자문단)’을 발족하고 첫 회의를 가졌다. 작년부터 최초로 경마팬 참여 자문 기구를 운용하고, 범경마인 워크숍을 여는 등 현장과 경마팬과 소통의 물꼬를 튼 이래 구체적 결과물로 자문단이 구성된 것.

특히 자문단에서 제안한 내용에 대해 경마본부는 경마기획부와 경마협력부(신설), 해외사업단 등 주요 부서 외에 타 부서와 공유하며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1차 회의 결과도 신속하게 검토, 답변을 남겼다. 자문단 제언에 대한 답변으로는, 온라인마권발매 재개를 위해 한국마사회는 올해 전담 조직을 신설, 마사회법 개정을 통한 온라인 발매 시행 근거를 마련하고 의원 입법 발의를 추진한다. 또한 정부나 외부의 경마 건전화 요구에 따라 축소 시행 또는 보류 중인 경마 축제·이벤트 활성화, 지정좌석제 폐지, 코리아핸디캡핑챔피언십 부활 등에 대해서도 재개, 개선을 적극 추진 중이다. 홍보 콘텐츠 확장 건 역시 시행을 긍정적으로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현장에서는 이외에도 레이팅 제도 보완, 미세먼지 대책 등 환경 변화에 따른 경마 시행 조정, 서울과 부경 경주 통합 등 다양한 안건을 제기하고 있어 향후 자문단이 현장 목소리를 대변하고 실질적인 정책 결정에 이르기까지 역할을 해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한국마사회 홈페이지 내 고객의 소리 게시판이 부활했지만, 일부 폐쇄적으로 운영하며 소통 공간의 역할로는 부족했기에 자문단은 팬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통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일부 우려가 있지만, 자문단은 단체 톡방을 만들어 수시로 연락하고, 자문단 방향과 역할을 함께 성찰하면서 만들어가는 중이다. 마사회 담당자부터 자문단 위원 모두 쉬는 날, 밤낮없이 의견을 주고받고 내용을 공유하고 답변이 오가는 상황을 보니 처음 우려와 달리 잘 운영될 것으로 기대된다.

자문단이 활동할 수 있었던 건 경마본부의 의지가 가장 주요했지만, 김낙순 한국마사회장 부임 이후 ‘국민과 함께하는 말산업’을 모토로 혁신 방안을 세우고, 자정 노력과 더불어 변화를 꾀하고 있기에 가능했다고 필자는 판단한다. 특히 과거 사업 실패와 적폐 논란이 지속되는 원인을 특정인의 독단적인 의사 결정이 제어가 안 되는 조직 문화라고 진단했다는 데서 과거를 정확히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 감명을 받았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한국마사회는 적폐청산위원회 등 각종 소위원회를 활성화하고, 내부적으로는 중요한 경영 방침을 결정하기 전 공감대를 확산하기 위해 간부급 중심의 운영위원회를 재운영하며 공정과 책임, 투명성을 높여 효율적으로 조직을 운영하도록 준비 중이다. 특히 공공성과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해 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위한 거버넌스를 구축, 과거 취약했던 시스템 탓에 정책과 사업 실패란 과오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도 엿보인다.

지금은 말산업육성본부가 한국마사회 선임본부로 편제됐지만, 경마본부는 일종의 한국마사회 ‘장자(長子)’다. 그간 역할을 못한 큰아들이 각성하고 자정 노력을 기울이는 만큼 다른 본부, 차자도 이를 본받아 현장 문제와 현안을 해결하는 데 적극 나서주기를 주문한다. 그래서 우리 경마가, 말산업이, 한국마사회가, 별난 신세계나 그들만의 놀이가 아니라 레저 문화로, 대한민국 대표 공기업으로써 국민에게 봉사하는 가치를 실현하는 장이 되기를 국민 한 사람의 입장으로 간곡히 바란다.

말산업저널 이용준 기자

 
출 판 일 : 2019.04.18 ⓒ KR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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