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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말산업 칼럼] 말(馬), 가축인가 가족인가
▲반려동물박람회가 서울 세텍 전시장에서 한창이다. 반려동물의 간식으로 ‘돼지 귀 껌’, ‘오리장각 껌’, ‘송아지 목뼈’ 등 다양한 상품이 전시되고 있다.
새해 들어 말산업육성법의 모법(母法)인 축산법 일부가 개정됐다. 축산법 제47조 제9호를 신설하며 축산발전기금 용도에 ‘말의 생산·사육·조련·유통·이용 등 말산업 발전에 관한 사업’을 명시했다. 개정한 내용은 2020년 1월부터 시행한다. 또한 축산법 시행 규칙 중 ‘축산물 등급 판정 세부 기준’과 관련, 말고기 품질 향상 및 소비자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기존 소, 돼지, 닭, 오리, 계란과 함께 등급 판정 축산물에 ‘말(馬)’을 포함했다. 2021년부터는 말고기 등급 판정제도 순차적으로 도입할 예정이다.

좋은 소식이 있으면 나쁜 소식도 있는 법. 이번에도 축산업 범주에 ‘가축이용업’을 추가하자는 축산농가의 외침은 외면됐다. 승마나 동물 체험 등 가축을 이용해 축산물 생산 외 부가가치를 창출할 필요가 있지만, 가축이용업에 대한 축산법상 정의가 없어 산업 발전에 저해가 된다는 주장이다.

축산법 제2조에 가축이용업을 추가하기 위해 2017년부터 농림축산식품부는 축산법 일부개정법률안 입법 계획을 세웠으나, 축발금 용도에 말산업 발전 사업을 명시하는 선에서 그쳤다. 현행 축산법상 말은 가축에 포함되나(제2조) 등록 대상에서는 제외된(시행령 제14조) 사실도 여러 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있다. 말산업 통계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말 등록 의무화 제도 도입은 당장 현실적인 문제로 저항이 적기에 향후 개정될 것으로 보인다.

말처럼 그 지위가 모호한 ‘가축’이 또 있으니 바로 대표적 반려동물인 개다. 축산법 제2조 가축 정의에 개는 빠져 있지만 시행 규칙에는 노새와 당나귀와 함께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떡하니 명시됐다. 이를 근거로 개고기 식용을 위한 사육과 유통을 정당화했고, 동물보호단체들은 현재 축산법상 어떤 규정도 적용받지 않는 등 개의 모호한 지위, 즉 가축(산업동물)과 가족(반려동물) 사이에서 ‘모순적인 줄타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1963년 축산법 제정 당시 개는 가축이 아니었지만 1973년 개정하며 포함됐다. 동물보호법, 축산물 위생관리법, 가축분뇨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 등이 개고기 논란과 관련해 얽히고설켜 있다. 특히 지난해 5월 축산법상 가축 정의에서 개를 명시적으로 제외하는 ‘축산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에서 발의되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개를 가축에서 제외하라’는 청원이 올라왔고, 개정안 통과를 촉구하는 동의자 수가 무려 10만 명을 넘기기도 했다. 참 부러운 일이다. 동물복지가 최대 화두이고, 여론이 들끓는 상황을 볼 때 조만간 개는 가축에서 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애매한 법이 낳은 개고기 논란이 ‘단계적으로’ 정리되고 있지만, 산업화 초기인 말산업계에서 말고기 논란은 여전히 뜨거운 화두다. 말은 생전에는 사람에게 기쁨과 건강을 주고, 배설물은 천연 비료로 주고, 죽어서는 뼈와 기름, 가죽, 털, 태반, 고기를 아낌없이 내주는 6차산업의 대표적인 경제동물. 또한 수의사법이나 가축전염병 예방법 등 개별법에서는 개나 고양이처럼 반려동물로도 정의하고 있으며 승마인들과 애마인들 사이에서 이미 말은 가족이나 다름없다.

반려동물(Companion animal)이란 말은 1983년 10월 오스트리아 과학아카데미가 동물 행동학자로 노벨상 수상자인 K.로렌츠의 생일을 기념하기 위해 주최한 ‘사람과 애완동물의 관계’ 국제 심포지엄에서 최초로 사용했다. 국내 전문가들은 승마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말을 단순히 도구로 여기는 대신 교감하는 반려동물로 인식하는 문화 수준이 갖춰져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철학에는 ‘범주 오류(category mistake)’라는 게 있는데 대표적인 논리 오류다. 예를 들어 “뽕나무, 소나무, 오얏나무, 사과나무가 가득 있는데 숲은 왜 안 보이지?”라는 식이다. 승마, 경마, 말고기, 최상위 범주인 산업화 단계에 이르기까지 그간 우리는 경제·산업동물이냐 반려동물이냐 논란을 계속해왔고 언제든 바뀔 수 있는 법의 문구, 조항을 따지며 단순한 가축으로 볼 것인지 반려동물로 볼 것인지 다른 세계관, 시각으로 주장만 일삼았다. 수단을 목적으로 혼동하는 오류이기도 하다.

그러니 정작 주인공이자 ‘생물’인 말은 안 보인다. 창조 신화부터 고대 그리스로마 신화까지 등장하는, 진취적이고 역동적인 말은 성스러운 존재 그 자체였다. 시점 논쟁은 있지만, 최초 인간이 태어나기 전부터 동물은 존재했다. 그리고 신은 인간에게 동물 이름을 짓게 했고, 다스릴 권한도 부여했다. ‘옥자’란 영화로 육식(肉食)에 대한 반성이 사회적으로 높아지는 동물복지 시대를 맞아 우리는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까. 서로 옳다, 그르다 논쟁을 떠나 생물이자 존재 그 자체를 인정하는 일이 우선이지 않을까.

칼럼 결론도 어쩌다 보니 여러 조문처럼 모호하게 됐다. 한 지혜자는 의로운 사람과 악한 사람의 차이가 가축을 대하는 태도에서 드러난다고 했다. 의인은 가축도 신경 쓰며 생명을 돌보지만, 악인은 사람이나 짐승에게까지 대하는 데 있어 잔인하다고 했다. 아무쪼록 말을 사랑하고 존중하고 이용하는 방식에 있어 현명한 중지가 모이기를 바란다. 덧붙이자면 말산업육성법이 축산법과 한국마사회법 등 관련 법들과 조화를 이룰 방안을 하루속히 찾아 “농지에서 소를 타는 건 되고 말을 타는 건 불법”으로 집약되는 현장의 실질적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축산농민부터 위정자들까지 힘 모으기를 촉구한다.

말산업저널 이용준 기자

 
출 판 일 : 2019.01.11 ⓒ KR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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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   글 <말산업칼럼> 한라마 한국인의 체형에 맞는 승용마로 거듭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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