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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말산업 칼럼] 경마, #아싸에서 #핵인싸로 거듭날 수 있을까
▲김낙순 회장은 25일, 설 명절을 앞두고 통인시장을 찾아 기부금을 전달하고 직접 장을 보기도 했다. 소탈한 옆집 아저씨 같다. 말산업 현장 구석구석을 찾는 모습도 보고 싶다.
2022년은 국내에 경마가 도입된 지 100주년 되는 해다. 일제 강점기 시절 미국 선교사들이 당나귀 경주를 선보였다지만, 공식적으로 한국경마 역사는 사단법인 조선경마구락부가 설립된 1922년부터 시작한다.

백 년 가까이 됐는데 이 땅에서 경마는 오락이나 레저가 아니라 도박이었다. 필자가 존경하는 한 언론인 선배는 미완성 원고, ‘경마는 생물이다’에서 “일제 강점기에 시행된 경마는 오락과 레저, 여가 수단보다는 대륙 진출 야욕을 불태웠던 일제의 침략 정책에 따라 군수, 병참 조달 목적이 더 컸다고 한다. 이런 경마를, 반일 감정이 극에 달했던 우리 국민이 곱게 바라보았을 리는 만무였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마사회에서 일한다거나 경마산업 종사자라거나 승마를 한다거나 목장에서 말을 키운다고 하면 대중은 일단 의심부터 하는, ‘역사적’ 배경이다.

의인화하자면, 경마는 요즘 말로 관심을 거부하며 겉도는 ‘아싸(아웃사이더의 줄임말)’요, 사랑이 필요한 ‘왕따’다. 백 년 동안 경마는 자기방어적이었다. 그저 편견이니 오해니 하는 말로 무마하고 남 탓이나 했다. 국민에게 구애하면서도 손가락질은 무서웠고, 말(馬)처럼 겁은 많아 막상 다가가면 도망쳤다. 홍보나 포장은 사치였다. 그런 ‘흑역사’를 매년 반복하면서 고착된 습관은 생활, 일상이 됐다. 먹고는 살아야 하니 ‘아싸’ 되기를 자처했다. 자기 포기란 체념은 기괴한 집단 관행으로까지 번졌다. 저 스스로 국민의 한 구성원이면서 ‘국민’은 안중에 없으니 우물 안에서 편을 가르고 서로 싸우기만을 일삼았다. 어떤 리더가 와도 마찬가지였다. 경주의 경쟁 원리가 엉뚱하게 대입된 꼴이다.

아웃사이더가 진정한 ‘핵인싸(무리에서 잘 어울리고 인기 좋은 사람)’로 거듭나려면, 아이러니하게도 자기 포기가 우선돼야 한다. 일종의 구원(Salvation) 과정이다. 스스로 할 수 없다고 인정하고 포기하는 데에서 기적의 문은 열린다. 그렇다고 손 놓고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된다. 좁은 문으로 들어가려면 몸도 움츠려야 한다. 천국 문인지 지옥문인지를 선택하려면 보신과 입단속이 아니라, 죄를 고해하는 발화(發話)가 있어야 한다.

말(馬)처럼 언어도 생물이다. 살아 움직이는 유기체다. 구원받고, 사랑받기 위해서는 언어를 알아야 한다. 언어는 감정이고 존재다. 사랑이 싹트지 않는 건 대화가 없기 때문이며 혼잣말하듯 일방적이기 때문이다. 철학자 하이데거의 표현대로 “언어는 존재의 집”이며, 비트겐슈타인 말대로 “언어의 한계는 세계의 한계”다. 쉽게 풀어쓰자면 말은 곧 그 사람, 존재다.

시대가 바뀌니 정권도 바뀐, 그야말로 국민 주권 시대다. 이 시대 언어는 말처럼 역동적이다. 젊은 세대의 언어가 낯설고 장난 같지만, 그들 존재는 우리에게 긍정적이다. 경마, 말산업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는 신호다. 경마도 젊은 층에게 이제 하나의 놀이로 자리 잡아가는 추세다. 경마 신규 고객 모집이 어렵다고 하소연하지만, 인스타그램을 보라. 젊은 마사회 직원들은 직장 일과, 동료들과의 모임을 자랑하면서 사진을 올린다. 경마장에 온 젊은 사람들은 베팅하고 마권을 찍어 “돈 따서 맛있는 거 사먹어야지”라며 계정에 올린다. 돈 잃어도 쿨하다. 과거처럼 돈에 목숨 걸지 않는다. 돈, 자본을 대하는 가치관이 세대 변하듯 바뀌었다.

언어를 기반으로 한 소통은 일방통행이 아니다. 국민에게 구애하는 경마 언어도 달라지고 있다. 소통 채널이 막히니 팬들은 ‘경마소통방’ 밴드를 열고 대화한다. 김혜선 기수, 길용우 마주는 먼저 나서서 고객, 팬들과 대화하고 있다. 이아나 기수도 페이스북과 방송을 통해 일상을 알린다. 팬들의 비난이 있어도, 생생한 의견을 들을 수 있고 팬 카페가 있어 위로된다며 응원을 바란다고 말이다.

<center><img src=/photograph/article_picture/imfile/20190002319/Temp_fu_20190002375_291548405029465168.JPG width=100%></center>
▲불통의 상징인 아재, 아싸가 아니라 인싸, 핵인싸로 거듭나려면 귀를 열어야 한다. #해시태그에도 익숙해지고 SNS는 물론 현장 관계자들과 직접 만나는 일이 필요하다. 젊은 층이 많이 이용하는 인스타그램에서부터 이미 말산업, 경마, 승마에 대한 터부는 줄고 있다(사진= 박기량 인스타그램 갈무리).

취임한 지 벌써 1년이 된 김낙순 한국마사회장은 1월 24일, 세종에서 출입 기자 간담회를 갖고 창립 70주년을 맞이한 한국마사회가 새로 태어나고자 신경영전략체계를 수립했으며,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적폐청산위원회 활동을 했고 반성과 청산 과정을 밟았다고 밝혔다. 올해는 특히 경마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쇄신하는데 온 힘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일진월보(日進月步)’, 날로 달로 끊임없이 진보하고 발전한다는 말처럼 취임 후 일관된 철학과 목표를 가지고 국민에게 신뢰와 사랑을 받는 새로운 한국마사회가 되고자 작은 걸음들을 큰 걸음으로 일구는 과정에 있다.

위기를 넘기니 기회가 왔다. 다시 강조하지만, 예전처럼 감 떨어지기를 기다리며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된다. 경마는 원래 특별한 분야라며 스스로 현장과 대화 창구를 단절하면 그간 모든 노력은 공염불이다. 우리만의 언어와 존재에 우리 스스로 가두지 않기 위해서는, ‘아재’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젊은 세대와 소통은 필수다.

물론 소통 방식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잘 기획해서 불특정 다수에게 좋은 뉴스만 뿌리는 일은 항상, 누구나 할 수 있고 그래왔었다. 목표가 아무리 좋고 훌륭해도 미봉책이다. 암을 도려내는 일은 고통스럽다. 재발하지 않으려면 숨기지 말고 ‘아프지 않게 도와 달라’고 떠들어야 한다. 무엇보다 현장 사람들을 만나고 직접 소통해야 한다. 구애 대상에 고백하기 전에, 일종의 ‘을’의 지위에 있는 종사자들, 관계자들 즉 제 식구를 향한 구체적인 메시지부터 있어야 한다. 어떤 리더도 가지 않았던, 걷지 않았던 구원의 길이다.

‘아싸’의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고 ‘인싸’로, 국민의 사랑을 듬뿍 받는 ‘핵인싸’로 경마가 거듭나기를 바란다.

말산업저널 이용준 기자

 
출 판 일 : 2019.01.25 ⓒ KR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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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음   글 <말산업칼럼> 민간 승마대회 활성화를 통해 승마 대중화 앞당겨 국민건강 확보하자
이   전   글 [말산업 칼럼] 단발성 승마 체험 지원 사업, 제도 개선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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