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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등 선진 경마국에서는 하등의 문제가 되지 않는 행위들이 한국에서는 범법행위가 된다. 그 대표적인 문제가 마주의 자격에 관한 것이다. 미국의 경우는 특별한 범죄자가 아니면 즉 공무원시험을 볼 수 있는 자격이면 누구나 마주가 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은 그렇지 않다. 여러 가지 까다로운 조건을 통과해야만 마주가 될 수 있다. 경마는 ‘자본주의의 꽃’으로 불릴만큼 모든 부문이 자유로운 경쟁을 통해서 발전해간다. 그러다보니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는 특성이 있고 경쟁력을 잃는 순간 여지없이 도태되는 냉엄함도 존재한다. 그러나 기회는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주어지는 특성이 있다. 샐러리맨 몇 명이 공동 구입한 경주마가 켄터키더비에서 우승하는 결과로 이어져 부와 명예를 한꺼번에 쥐는 특성이 있는 것이 경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그렇지 않다. 마주의 자격을 까다롭게 규정해놓음으로써 많은 부작용을 파생시키고 있다.
2월8일 제주지방경찰청(청장 이상정)은 제주도내 마주 A씨 등 10여명을 한국마사회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6월 22일, 승부 조작과 대규모 비위 사건으로 15명이 구속 기소되는 등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강력부의 수사 결과가 있은 후 이번에는 제주에서 ‘대리·차명마주’ 문제로 마주들이 입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들의 혐의는 경주 출전 등록이 되지 않거나 능력이 좋은 일반 말을 마주의 말로 대리 등록하거나, 마주로 등록이 안 되자 소유 말을 등록 마주 명의로 출전시켜 수억 원대의 상금을 나눠가졌다는 것. 경찰은 일부 마주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으며 나머지 마주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 중이다.
지난해 초 10년 만에 신규 마주를 모집하며 ‘생산자마주’를 배제, 생산자단체와 유관단체의 반발을 샀던 렛츠런파크 제주 측은 위 내용을 제보받은 뒤 자체 조사를 거쳐 의심되는 마주들을 수사 의뢰했었다. 지난해 11월 렛츠런파크 제주 관계자들은 참고인 조사를 받았으며, 근절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본부 차원에서 강력한 대책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지방경찰청 관계자는 “등록할 수 있는 마주 수가 한정돼 있다 보니 경주마를 키우는 마주들이 대리 마주를 통해 경주에 출전시키는 경우가 있었다”며, “수사가 종결이 된 사건도 일부 있고 추가적으로 입건된 것도 있어 수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한국마사회법 제11조(마주의 등록 등)에 따르면, 소유 말을 다른 마주 명의로 등록해 경주에 출주시키거나 소유가 아닌 말을 자기 명의로 등록해 경주에 출주시킬 경우 등록을 취소하거나 활동 정지를 명령할 수 있다. 렛츠런파크 제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마주의 65%는 생산자마주들이지만, 생산 농가의 마주 참여와 고소득자의 일반·법인 마주 전입 및 등의 문제에 대해서는 의견이 상충하고 있다. 특히 생산자단체들은 고액 소득자가 마주가 된 뒤 부업으로 생산에 참여하며 생산자마주 비율이 높아졌고 이들이 농가의 말을 사지 않아 일반 농가의 마주 진입이 어렵게 된 점 등 현재 위기가 닥쳤다고 주장해왔다.
이렇게 되기까지는 한국마사회의 규제 일변도의 경마시행 정책이 큰 영향을 미쳤다. 한국경마는 1922년 일제에 의해 도입된 이후 여러 가지 이유로 부정적인 인식이 깊어졌다. 해방 후 뚝섬경마장시절부터 자주 발생한 경마부정이 경마=도박이라는 인식을 확산시켰다. 언론으로부터 집중 공격을 당한 한국마사회는 승부조작 등 부정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공정성강화’를 핑계로 한국마사회법은 물론 이 법에 따른 시행령과 시행규정, 규칙 등을 통해 규제와 통제를 강화했다. 결국 한국경마는 세계 선진국 경마와는 달리 각종 규제에 시달리면서 경마의 본질에 입각한 올바른 발전 정책을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 당장 과감하게 규제를 풀어야만 한국경마가 발전할 수 있다. 특히 마주 자격을 완전 자유화해야만 대리 차명마주 등의 부작용이 사라진다. 규제를 풀면 하등의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을 무엇 때문에 규제를 강화해 한국마사회 스스로 발등을 찍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