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203호 경마팬에 대한 서비스 미흡하다

한국경마의 역사는 어느덧 80여년이 가까워 온다. 강산이 무려 8번식이나 변하는 세월이 흘렀다.이러한 세월동안 경마팬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고 의식도 향상되었지만 이들에 대한 서비스는 답보상태에 머물고 있다. 결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사회의 편견에 의한 부정적 인식을 떨쳐버리지 못한채 질곡의 역사만을 거듭해왔다.
일제가 한반도 강점시 식민지 통치정책 중 우민화정책의 하나로 이 땅에 접목시킨 경마는 선진국에서 첨단 레저문화로 꽃피워진 것과는 달리 ''도박''이 강조된 기형적인 문화로 고착이 되어왔다.그런 와중에서도 88서울올림픽의 승마경기가 성공적으로 치러진 이후 경마인구가 급속도로 팽창해 지금은 포화상태를 보이고 있다.
88년 당시 연간 2백34만명에 불과하던 경마인구는 어느덧 1천만명을 넘어 섰으며 동호인 숫자로만 감안하나다면 골프 다음으로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대중 레포츠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폭발적인 동호인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경마를 즐기는 사람은 여전히 ''도박꾼''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국민생활의 한 형태로 인식되는 경마가 한국에서만 유독 부정적 인식에서 탈피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수없이 많은 분야에서 원인들을 찾아낼수 있지만 경마팬을 제대로 대접해주지 않는 것도 중요한 요인으로 지적할 수 있다.
경마팬을 업신여기는 행정과 제도는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국가공인 사업으로 경마판을 벌여놓고 경마를 시행하는 정부와 마사회 자체가 경마를 즐기는 사람들을 ''도박꾼''으로 치부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단적인 예로 저질의 경주마로 판만 벌려놓으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허름한 레이스를 펼치는 것은 물론이고 경마팬들이 구입하는 마권매출액에서 선진국들보다 훨씬 많은 세금과 수입금을 공제하는 것만 보아도 그렇다. 정부가 선전하는대로 ''국민대중이 즐기는 건전레저''가 경마라면 보다 저렴한 요금으로 즐길수 있도록 해야한다.
그러나 정부는 선진경마국보다 10-15%의 세금을 더 징수하면서 경마를 즐기다가 패가망신하는 국민이 늘어나도록 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서울경마장이며 수도권 일원의 장외발매소가 포화상태에 이르렀는데도 경마팬을 효과적으로 수용하기 위한 대책에는 매우 인색한 것이 우리 정부의 경마에 대한 인식이다.
이러한 정책적인 측면 외에도 시행상에서도 경마팬에 대한 서비스가 미흡하다. 우선 마권 판매과정에서의 문제점을 지적할 수 있다. 다른 나라에는 없는 더욱이 지키지도 못하는 소위 마권구매액 상한제도를 정해놓고 마권발매창구의 혼잡을 부채질하고 있다. 마권발매창구의 혼잡은 사설경마나 맞대기를 성행시키는 요인으로도 작용해 경마의 이미지를 더욱 추락시키고 있다.
레이스를 관람할 의자가 없어서 서로 의자를 차지하기 위한 아귀다툼이 벌어지는 현상을 목격하는 것은 참으로 가슴아픈 일이다. 사람이 지나다니기도 힘든 좁은 장소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마권을 구매하는 경마팬은 참으로 위대한 애국자일 수밖에 없다.
마권을 사는 순간 30% 정도를 세금과 시행체 수입금으로 지불하고 70%의 돈을 나눠가지며 레이스를 관람하는 우리의 경마팬은 국가와 사회의 공익에 기여하는 주역이 아니겠는가. 이들이 편안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경마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정부와 한국마사회의 기본적인 의무에 속한다.
한국경마는 현재 갈길을 제대로 찾지 못한채 혼돈 속을 헤매고 있다. 경마역사상 최초의 인위적 경마중단이라는 불상사가 생기질않나 경주마 수급의 가장 원초적인 과정인 국산마경매가 무산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경마팬은 여전히 ''도박꾼''으로 취급받으며 업신여김을 당하고 있다. 이러는 과정에서 경쟁산업은 성장의 탄탄대로를 달리고 있다. 과연 어찌할 것인가.











작 성 자 : 김문영 kmyoung@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