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얽히고 설킨 경마산업의 혼란 정부가 풀어야 한다

조교사협회노조의 단체행동으로 인한 초유의 인위적 경마중단 사태가 발생한데 이어 경주마의 공급을 책임지고 있는 서울마주협회가 경매에 불참함으로써 처음으로 국산마경매가 무산되는 등 경마산업의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같은 혼란은 근본적으로 정부의 경마산업에 대한 획일적인 구조조정으로부터 기인하고 있다.
경마산업에 대한 구조조정은 그 특수성이나 이익창출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다른 산업의 구조조정 형식이나 틀에 억지로 꿰맞추었다.  그동안 한국마사회는 정부의 방침에 따라 매우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강행해왔다. 정규직 89명과 계약직 1백70명 등 2백59명을 감축했으며 임금 및 각종 경비를 삭감했다. 인건비의 경우 지난해에는 98년에 비해 22.5%를 삭감해 운영하고 있으며 경마상금의 경우도 20.8%를 삭감해 경마를 시행한 바 있다. 기타 경상비의 경우도 25.3%를 삭감해 집행했다. 이밖에 자회사의 처분, 경주경마장건설 타당성 검토, 사업이익률 제고 등도 정부의 방침에 따라 시행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한국마사회의 구조조정을 미흡하게 평가하여 사업이익률 6%를 달성하라는 지침을 내린 바 있다. 이러한 지침은 경마산업의 특수성을 인정하지 않은 채 내려진 무지의 소치로 치부할 수밖에 없다. 지난 93년까지 시행되던 금요일경마를 폐지한 상태에서 사업이익률 6%의 가이드라인을 정한 것은 결국 경마를 중단하라는 것이나 마찬가지의 명령으로 볼 수밖에 없다.
사업이익률이란 기업이 사업을 통해 얼마만큼의 이익을 실현하였는가를 나타내는 비율로 매출원가 및 판매관리비의 합리적인 관리에 그 목적이 있다. 따라서 한국마사회가 사업이익률을 올리려면 매출원가에 해당하는 세금과 환급금을 줄이거나 인건비를 비롯 경마상금, 경마시행에 필요한 비용 등 사업비와 일반 관리비를 줄여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매출원가는 현행대로 유지한 채 인건비가 포함된 사업비와 일반관리비를 삭감하여 사업이익률을 높이라고 지시했다.
결국 사업이익률 6%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경마상금과 인건비에서 4백15억원을 줄여야 한다. 한국마사회직원은 물론이고 생산자 마주 조교사 기수 관리사 등 모든 경마인들의 희생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결과 경마사상 최초의 인위적 경마중단과 새천년 첫 국산마경매 무산이라는 역사의 오점을 남기게 된 것이다.    
모든 사안에 대한 옳고 그름의 판단은 바라보는 입장에 따라 판이하게 달라질 수 있다. 자신의 입장에서만 모든 사안을 생각할 경우 자신의 고통은 크고 상대방의 고통은 가벼워 보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입장을 바꿔서 생각하는 지혜가 필요한 것이다. 입장을 바꿔서 생각하다보면 상대방의 고통이 점점 커보이게 되고 문제해결을 위한 돌파구도 마련될 수 있는 것이다.
선진 경마국과는 달리 정부가 독점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우리 나라의 경마체제 하에서는 정부의 정책이 경마산업 전분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법률상으로도 시행체인 한국마사회가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극히 제한돼 있다. 그러다보니 자율경영을 펼치기가 매우 어렵고 정부의 지시나 정책결정에 따라 움직여야 하는 부문이 너무나 많이 있다.
정부는 경마산업의 특수성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특수한 상황에 걸맞는 구조조정이 이뤄져야 한다. 다른 기업이나 기관과 똑같은 형태로 구조조정을 강행하려 한다면 더 큰 문제점이 야기될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작 성 자 : 김문영 kmyoung@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