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새천년 첫 경매 무산 유감

6월28일 제주도의 한국마사회 제주육성목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2000년 1차 국산마경매가 무산되고 말았다.
사단법인 한국경주마생산자협회 주관으로 실시한 이날 경매에는 경매 희망자가 단 한명도 없어 결국 경매 자체가 무산되고 말았다. 이날 경매가 무산됨으로써 가뜩이나 경주마자원 부족에 허덕이는 우리나라의 경마가 더욱 볼품없게 진행되지 않을까 심히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번 경매가 무산된 것은 한국경마의 총체적인 위기상황이 그대로 반영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현재 당면하고 있는 한국경마의 총체적 위기는 어디에서부터 온 것일까.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경마산업의 특수성을 인정하지 않은 정부의 무리한 구조조정에서부터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정부는 다른 산하기관이나 공기업에 적용하는 구조조정 안을 경마산업에도 획일적으로 적용함으로써 경마산업의 급격한 위축을 초래하고 말았다. 구조조정의 여파는 일파만파로 퍼져나가 경마산업 각 분야의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다.
우선 한국마사회 직원을 무리하게 정리해고함으로써 남아 있는 직원들의 노동강도가 급격히 높아져 원활한 경마시행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또 20% 이상 경마상금을 삭감함으로써 마주 조교사 기수 관리사는 물론이고 생산자들에게 까지도 심각한 생계 위협을 안겨주고 있다. 생계위협에 대한 불안은 관리사의 집단행동으로 이어져 결국 사상 최초의 인위적 경마중단이라는 불행한 사태까지 몰고오고 말았다. 경마중단의 여파가 계속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산마경매까지 무산됨으로써 위기상황이 점점 심화하고 있다는 것을 감지할 수 있다.
관리사들의 집단행동으로 인해 발생했던 경마중단사태가 경주마자원의 부족으로 인해 또다시 재연되지않을까하는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경마계 전체는 정부의 시각 변화를 요구하는 일에 발벗고 나서야할 것으로 보여진다. 경마에 대한 정부의 왜곡된 인식을 변화시키지않고는 경마산업의 발전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 것같다.
그런 가운데서도 이번에 국산마경매가 무산된 것은 경마산업 관련단체에게 그 책임이 전가될 수밖에 없다. 우선 직접적인 당사자인 서울마주협회에게 가장 많은 비난의 화살이 쏟아질 전망이다. 서울마주협회는 경마상금에서 파생된 경주마원가 보전을 요구하는 마주들의 입장을 받아들여 한국마사회와 정부를 상대로 문제해결을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펼쳐왔다. 그러나 가시적인 성과를 얻어내지 못하자 마주 개개인이 경매에 참여하는 것은 막을 수 없지만 마주협회가 조직적으로는 경매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그결과 단 한명의 마주도 경매에 참여하지 않음으로써 ''새천년 첫 경매 무산''이라는 역사적 오명을 남기게 되었다.
마주들이 이번에 보여준 결의는 마주의 중요성을 부각시키는 것으로 작용이 될지는 몰라도 도덕적으로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되었다. 이미 직거래를 통해 경주마를 확보한 마주들이 상당히 많이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한편에서는 개별적으로 경주마를 구입하면서 또다른 한편에서는 경매에 참여하지 않는 이중성을 보여 마주에 대한 신뢰에 흠집을 남겼다.
이번에 경매가 무산된 것은 경마산업 발전에 큰 장애가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사실이다. 각 단체마다 서로 다른 입장의 차이가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더라도 경마산업 전체의 발전을 위해 조금씩 양보하는 자세가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이다.
            


작 성 자 : 김문영 kmyoung@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