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생활에 있어서 컴퓨터는 한시도 떼놓고 살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방대한 정보를 처리해야하는 경마시행에 있어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그런데도 컴퓨터가 매출액을 합산하지 못해 경주를 취소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과부하로 메인컴퓨터가 다운되어 올바른 배당률이 게시되지 못하는 어이없는 사고가 이어졌다. 지난주에는 구좌투표 관련 전산마저 문제가 생겨 발주가 지연되는 사고가 있었다.
컴퓨터가 없이는 시행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컴퓨터가 제기능을 하지 못하는 사고가 연속적으로 발생한 것은 어딘가에 문제가 있다는 증거이다. 지난해 12월5일 제주경마교차경주시에는 매출액이 너무 많아 컴퓨터가 이를 인식하지 못하는 사고가 발생했고, 1월30일 서울경마 11경주에서는 마권의 환급과 발매가 폭주하여 컴퓨터가 다운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연간 입장인원 1천만명, 매출액 3조원을 올리는 한국마사회가 전산시스템의 장애로 인해 정상적인 경마시행의 차질을 빚은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가.
한국마사회는 이러한 전산사고가 발생하기 훨씬 이전인 지난해 9월, Y2K문제 해결을 선언하고 대대적인 홍보에 나선 바 있다. 그런데 뜻하지 않은 곳에서 뜻하지않은 상황으로 컴퓨터 문제가 불거져나왔다. 참으로 당혹스런 일이 아닐수 없다. Y2K문제는 전혀 걱정이 없다고 대대적인 선전을 한 상황에서 매출액이 너무 많아 컴퓨터가 인식을 하지 못한 사고가 발생하고 환급과 발매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건수가 폭주해 컴퓨터가 다운되는 아이러니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그래도 지난해 제주경마 교차경주시에는 아예 컴퓨터가 마권발매액을 합산하지 못해 경주가 취소되고 해당경주 마권 구입액은 환불이 됨으로써 하나의 해프닝사건으로 마무리될 수 있었다. 그러나 1월30일 서울경마장에서 있은 전산기기 장애에 대해 경마팬들은 전산기장애 자체는 인정을 하면서도 그 이후의 처리과정에 대해 납득을 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한국마사회의 경주시행은 법적으로는 합법적이라 판단된다. 경마의 본질을 생각할 때 마권의 판매와 구매는 부차적인 것일 수 있다. 경주 자체가 경마의 가장 중요한 본질이라고 규정할 때 이번에 한국마사회가 시행한 1월30일 11경주의 경주성립은 합법적인 것으로 규정된다. 그러나 법적인 문제 이전에 경마팬들의 감정적인 문제를 포함해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상식적인 차원에서의 매끄러운 일처리가 부족했던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지난해 9월 한국마사회가 Y2K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했다고 선언할 때까지만 해도 모든 경마팬은 물론이고 대부분 국민들도 한국마사회의 전산시스템은 전혀 이상이 없는 것으로 이해를 했다. 그런데 제주경마장에 이어 서울경마장에서도 전산장애가 발생하자 한국마사회에 대한 신뢰는 땅에 떨어지고 있다.
‘소잃고 외양간 고치기’식이 되었지만 이제라도 전산시스템의 종합적인 점검이 필요하다. 특히 오는 4월부터는 쌍승식(1,2위를 순서대로 적중시키는 방식)마권을 판매할 예정으로 있는데 달라지는 상황에 대한 전산시스템의 점검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한국마사회는 연이은 전산사고를 거울삼아 앞으로 티끌만한 실수도 생기지않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향후 이와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적용하는 법과 제도를 명쾌하게 정비하는 일도 잊지말아야 할 것이다. 새로 제정되거나 개선되는 법과 제도는 경마팬을 우선 생각해야 한다는 것도 강조해두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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