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쌍승식 마권발매가 이뤄진다. 하루 3개 경주에 한해서 제한적으로 시행되는 것이긴 하지만 마권의 종류를 다양화한다는 측면에서 크게 환영할만한 일이다.
78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마에서 마권의 종류는 여러차례 변화를 거듭해왔다. 특히 쌍승식의 경우는 생겼다가 없어지기를 여러차례 반복해왔다.
6.25전쟁이 끝난 이후 지난 1954년부터 1962년까지 발매되던 쌍승식은 사행심을 부추긴다는 사회의 여론에 밀려 사라지게 되었다. 그러다가 다시 쌍승식 마권이 부활된 것은 지난 1966년이었다. 이때 부활된 쌍승식 마권은 1979년까지 계속되다가 또다시 사라지게 되었다. 이후 우리나라 경마에서 마권의 종류는 단승식과 연승식, 복승식의 3종류로 정착되어 오늘에 이르렀다. 3가지 마권의 종류중 복승식이 95% 이상을 차지하며 일반적인 경마의 패턴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그동안 우리나라 마권중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복승식 마권이었다. 대부분 경마팬들이 선호하는 복승식은 1위와 2위마를 순서에 관계없이 알아맞히면 적중하는 방식으로 1위 보다는 2위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마권이다. 복승식이 주류를 형성하다보니 경마팬은 물론이고 조교사나 기수도 1위의 중요성을 상대적으로 폄하하는 경향이 있었다.
경마의 본질은 모든 경주마가 전력질주하여 우승을 하는데 있다. 그러나 복승식 마권은 2위만 하더라도 목적을 달성하기 때문에 경마의 본질에 충실하지 못하는 현상을 빚어내고 있다. 우승가능성이 가장 높은 경주마가 다음 레이스의 부담중량, 경마대회 출전 등을 고려하여 2위를 목표로 질주하더라도 이를 합리화해주는 꼴이 된다.
물론 경마선진국에도 복승식 마권은 있다. 그러나 다른 다양한 마권이 있기 때문에 복승식 마권의 인기가 그다지 높지않다. 적중시키기 쉬운 마권의 한종류로 인식될 뿐이다. 경마선진국에서는 2위를 목표로 경주에 출전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수 없다. 우승을 전제로한 마권의 종류를 다양화하고 적중을 어렵게 할수록 승부조작 등의 경마부정은 시도하기 어렵게 된다.
지금까지 한국마사회는 ‘한탕주의 도박심리를 부추긴다’는 여론 때문에 마권의 종류를 다양화하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제도가 오히려 한탕주의를 부추기는 쪽으로 작용하고 있다.
마권의 종류가 단순하고 쉽다보니 소위 ‘몬도’ 또는 ‘오대’라고 불리는 고액 베팅자들이 활개를 쳐왔다. ‘몬도’와 ‘오대’들은 사설경마와 맞대기까지 하는 경우도 있어 경마부정을 부채질하는 현상이 있었다. 이로인해 경마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인 편견은 더욱 심해지는 현상까지 나타나게 된 것이다.
경마가 가지는 본질에서 어차피 사행심을 없앨 수는 없다. 그리고 사행심은 비단 경마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증권이나 부동산 투자, 기타 사업에 있어서도 모두 나타나게 마련이다.
마권의 종류를 다양화하는 것은 한국경마를 선진화시키는 기본적인 요소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다양한 상품을 내놓고 소비자 스스로가 자신의 기호에 맞는 상품을 고르도록 배려하는 것은 기본적인 서비스에 속한다.
‘사행심 조장’ 운운 등의 여론에 밀려 소신있는 정책을 펼치지 못한다면 경마산업은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마사회는 오늘 시행하는 ‘쌍승식 마권 발매’에 안주하지 말고 중단승식, 삼복승식, 삼쌍승식 등의 마권종류를 다양화하는 것을 지속적으로 실천해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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