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경마장을 백지화하자는 여론이 뜨겁게 일고 있다. 경주경마장 건설은 김영삼 전대통령의 선거공약으로 계획되었으나 신라 천년고도의 문화재 보존 주장이 뜨겁게 일어나면서 아직까지도 발굴작업이 완료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주경마장 건설이 지지부진해지면서 다른 지방경마장 건설도 발목이 잡혀 있는 실정이다. 지방경마장 건설 문제는 정치주체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충돌해 올바른 정책이 수립되지 못해 경마산업 발전의 큰 장애가 되고 있다. 정부는 돈한푼 투자하지 않고도 경마로 인해 엄청난 재정을 확보하고 있다. 정부가 직접 돈을 투자한 많은 정부투자기관들이 적자에 허덕이는 현상과는 대조적이다. 그러면서도 정책결정에 있어서는 많은 과오를 범해왔다.
지방경마장과 관련한 첫 번째 정책적 오류는 제주경마장을 들수 있다. 지난 89년 당시 전두환대통령은 천연기념물인 제주조랑말을 보호 육성한다는 취지와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한다는 목적으로 제주경마장을 건설했다. 그러나 제주경마장은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채 서울로의 중계 이전에는 적자의 늪에 빠지기도 했다. 오히려 조랑말을 말살하는 현상을 보였으며 외국인관광객 보다는 제주 도민들만 마권을 구입토록하는 상황만 심화시켰었다. 경주경마장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경주경마장은 대통령선거시 선거공약이라는 이유로 무리하게 추진됐다. 94년3월 문체부장관의 일방적인 발표로 진행중인 경주경마장 건설은 많은 난관에 부닥쳐 있다. 한국마사회는 수백억원의 예산을 투입하여 부지를 매입하고 문화재 시굴과 발굴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당초 계획은 97년까지 경마장건설을 완료하고 98년부터 경마를 시행할 예정이었으나 현재상태로 보아서는 앞으로 2-3년 후에도 경마장건설이 완료되기 힘든 상황이다.
경주경마장에 대해 뜻 있는 경마인들은 모두 반대를 하고 있다. 그 첫 번째 이유는 수익성이 없다는 점과 많은 국민들이 경마를 효과적으로 즐길 수 없다는 것이다. 즉 경마장은 기본적으로 대도시 근교에 설치하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기 때문이다. 세계 대부분의 경마장들은 대도시 근교에 자리잡고 있다. 두 번 째는 경주지역은 신라문화의 보고로 문화유적을 훼손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경부고속전철도 비껴 가는 마당에 경마장을 건설하겠다는 정부의 정책은 엄청난 국민들의 저항에 부딪칠 것이다.
최근에는 부산과 경남지역의 경마장 건설을 둘러싸고도 정략적 논리에 이끌려 올바른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부산과 경남의 자치단체는 서로 자신들의 지역에 경마장을 유치하기 위해 경마의 본질을 외면한 힘겨루기를 계속해왔다. 최근에 와서야 양 지자체간 합의를 이뤄 경계구역을 변경하는 조건으로 경마장을 건설할 수 있게 되었다. 이 또한 정치논리에 이끌려 결정한 것으로 향후 다소 잡음이 생길 소지도 안고 있다. 이렇듯 지방경마장 건설을 둘러싸고 정치권의 이해득실만 따지는 편협한 정책으로는 경마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기본적으로 지방경마장 건설은 대다수 국민들이 쉽게 즐길 수 있는 지리적인 문제가 우선 고려되어야하며 경주마의 생산 공급 등 1차 산업과의 연계를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되어야 한다. 이러한 본질을 외면한 채 정치적 이해관계에 얽매이거나 지방의 재정확보만 고려한다면 전체적인 경마를 구성하는 산업의 불균형을 심화시켜 경마존립 근거마저 잃게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현재 진행중인 경주경마장은 당장 백지화시키는 것이 현명하다. 그리고 그 부지는 문화재 발굴 정도에 따라 유적지로 조성을 하던가 문화재 보호와 관계가 없다면 경주마 생산기지 또는 트레이닝센터 등으로 용도를 전환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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