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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말산업 칼럼] 용산 경마 장외발매소, 국민 장학관으로 ‘갱생’
벌써 10년 전 일이다. 재개발에 반대하는 세입자들이 용산 4구역 남일당 옥상에서 농성하던 중 경찰의 무리한 진압으로 6명의 무고한 생명을 앗아간 ‘용산 참사’가 발생한 것이. 필자가 1년 후 남일당을 찾았을 때 운동은 목도했지만, ‘진보’는 없었다. 사람 냄새는 났는데 ‘향기’가 빠졌다고나 할까, 그만큼 용산은 애증의 장소로 남아 있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용산은 말산업계 종사자들에게도 상징적 장소로 남게 됐다. 2010년 3월 정부와 용산구가 이미 승인한 용산지사는 이전 개장을 앞두고 반대 시위 물결에 부딪혀 개장 연기(13년 7월) 및 구 지사 폐쇄(14년 1월), 신 지사 시범 운영 개시(14년 6월)에 이어 2015년 공식 개장(1월) 후 마권 발매(5월) 등 다사다난한 과정으로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찬성과 반대, 양측은 처음부터 평행선이었다. 지역주민을 위한 공청회에는 종북 세력 운운하며 무조건적 찬성이, 현장에는 도박 운운하며 무조건적 반대만이 있었다. 사람은 있는데 향기는커녕 냄새도 없었다.

방점은, 정권이 바뀌고 사회적 합의에 따라 2017년 8월 27일 폐쇄 협약식이 열린 뒤 그해 말 역사 속으로 사라진 데 찍혔다. 1,200억 원을 들여 만든 18층 바벨탑은 결국 그렇게 무너지나 싶었다.

폐쇄된 건물의 활용 방안을 두고 말산업계가 또 옥신각신할 때 김낙순 한국마사회장은 새 미래 청사진을 제시했다. 지난해 8월, 말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국민마사회를 표방하며 용산지사를 최초의 인프라형 사회 공헌 사업 대상으로 장학관과 사회공헌센터로 조성한다고 밝힌 것.

오늘날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삼포 세대의 주요 서식지는 ‘지옥고’란다. 반지하, 옥탑방, 고시원을 줄인 말로 월세 시대를 살아가며 주거비 부담에 직면한 2030세대의 생활고를 일컫는다. 이토록 어려운 상황에 부닥친, 특히 농업인 또는 농업인 자녀 대학생을 위해 한국마사회가 본격적인 첫 삽을 든 것이 바로 용산지사의 장학관 사업.

용산지사 아니, 이제는 한국마사회 장학관이라 불러야 할 건물 상층에는 청년층 취업과 주거난 해결 공간으로 총 9개 층에 농어촌 출신 대학생 154명을 수용할 공간을 조성했다. 생활실 외에 식당, 소모임실, 세탁실, 휴게실 등 복지·편의 시설을 완비했다. 하층에는 말산업을 기반으로 창업센터와 심리상담센터 등을 만들어 스타트 기업을 대상으로 컨설팅도 지원하고, 무료 심리 상담 서비스도 제공한다.

장학관 입주의 경우 보증금 10만 원에 월 입실료 15만 원이고 식당 식비는 한 끼에 3천 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이지만, 국민도 아직 낯설어서인지 입주 희망자가 적다는 후문. 마권을 베팅하고, 문화 공간으로도 활용했던 ‘화상경마장’ 인식이 남아서일까. 한국마사회는 그런데도 입주 희망자를 수시로 모집한다는 기지까지 발휘하며 국민을 향해 애정 공세를 펼치고 있다.

2월 28일 목요일 바로 오늘 오후 2시,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등 정치·산업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대한민국 말산업 전환 역사의 한 페이지를 다 함께 쓴다. 사실 그간 한국마사회는 사회공헌재단인 렛츠런재단을 통해 용산지사 이전 과정에서 지역주민과 약속한 대로 장학금 지원 사업을 계속해왔다. 이번 장학관 조성 지원은 사회 공헌을 지속하는 차원을 넘어 실질적이되 외연을 확장했다는 점에 의의를 둘 수 있다.

국민과 교감하는 데 낯설어 마음은 있되 소극적이었거나 무지했다면, 오늘을 기점으로 구체적이고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기대된다. 생업도 뒤로하고 길거리에 나앉는 등 대책위 주민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최악의 비극을 면한 데 감사해야 한다. 손해가 어떻고, 재원이 어딘지 시시비비 가리기보다 한목소리로 축하해야 할 일이다. 바벨탑이 무너져 수백 언어로 흐트러지는 대신 방주처럼 안락하고 안전한 곳을 선물할 기회가 됐으니 말이다.

덧붙이자면, 정부 산하 공공기관이기에 인사권부터 시작해 지도, 감사를 받아야 하지만, 이제는 특화된 전문 분야 사업을 지속하기 위해서라도, 국가가 나서 돈벌이를 한다는 오해를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즉 말산업 백년대계의 실현을 위해서라도 정치 논리에 따라 사업 방향이 뒤바뀌는 관행 역시 혁신할 근본적 방안 모색도 필요하다.

진심이 있다면 돈 냄새 대신 사람 내음은 분명 퍼질 것이고, 그럴 때야 산업은 갱생돼 정상화 궤도에 오른다. 부디 한국마사회 장학관 사업이 도박과 귀족으로 점철된, 대한민국 말산업 인식 전환의 시발점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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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7월 6일,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좌측 가운데)는 사회적 이슈로 공론화된 용산 문화공감센터를 방문, 현명관 전 한국마사회장(우측 가운데)과 설전을 벌였다. 좌측에는 김영록 전남도지사(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당시 의원), 우원식 의원(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당시 을지로위원회 위원장), 김우남 전 의원(당시 농해수위원장)이 차례로 자리했다.

말산업저널 이용준 기자

 
출 판 일 : 2019.02.28 ⓒ KR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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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음   글 [말산업 칼럼] 경마는 ‘도박’인가, 도박이 아닌가
이   전   글 [말산업 칼럼] 봄의 전령, 제주에서는 말(馬)들 ‘허니문’ 한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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