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풀그림의 투혼에 찬사를 보낸다

97년 그랑프리 경마대회를 비롯해 경마대회 4관왕을 차지하며 과천벌 최고마로 군림하던 ''풀그림''(뉴질랜드산 거세마 7세)이 부상과 휴양을 반복하면서도 2년2개월만에 우승을 차지해 화제가 되고 있다.
''풀그림''은 지난 98년6월21일 한국마사회장배 경마대회에서 63kg의 과도한 부담중량을 극복하지 못한채 10위로 주저앉은 이후 치명적인 부상을 입었다. 그해 8월16일 일반경주에 출전신청을 했으나 앞다리의 건염이 발병해 출전이 취소되는 불운을 겪어야했다. 이후 1년 동안 장기 휴양에 들어간 ''풀그림''은 마주와 조교사가 모두 바뀌는 상황을 맞이해야 했다. 지난해 8월26일 능력검사를 여유있게 통과한 ''풀그림''은 공백기의 부담을 안은채 10월31일 1,800m 경주에 출전했다. 인기 2위로 떠올랐으나 레이스결과는 총 8두중 4위를 차지했다. 이 결과를 놓고 대부분의 경마전문가들은 ''풀그림''이 더 이상 경주마로서의 명성을 떨치지 못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았다. 아니나다를까. ''풀그림''은 다시 건염이 도져 휴양에 들어가야 했다. 약 5개월간의 휴양을 마친 ''풀그림''은 올해 3월9일 능력검사에 출전해 1분2초4의 기록으로 능력검사를 여유 있게 통과하고 3월19일 1,800m 경주에 출전했다. 이 경주에서 인기 2위를 차지한 ''풀그림''은 최선을 다해 레이스를 펼쳤으나 8위에 그쳐 경마팬들을 실망시켰다.
이어 5월28일에 벌어진 호주자키클럽배 경마대회에 출전했으나 10두의 출전마중 7위를 차지해 관심권 밖으로 밀려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대부분 예상전문가와 경마팬들의 관심을 끌지 못한 상태에서 7월9일 1,900m 레이스에 출전하게 된 것이다. 이날 레이스에서 ''풀그림''은 54.5kg의 부담중량을 짊어지고 레이스를 펼쳤다. 인기 순위는 ''그랜드슬래머'' ''코맨더'' ''쿨터피'' ''나이트온더무브''에 이어 5위를 마크했다. 출발신호와 함께 발주기의 문이 활짝 열리자 ''풀그림''은 3위로 출발하면서 호시탐탐 선두탈환의 기회를 노렸다.
뒷 직선주로 중간부분부터 힘찬 선입작전을 감행한 ''풀그림''은 앞서 달리던 ''쿨터피''와 ''플락스''를 순식간에 따라잡고 여유있게 앞서 나가기 시작했다. ''풀그림''의 폭발적인 질주에 놀란 최고 인기마 ''그랜드슬래머''는 곧바로 추격전을 펼쳤으나 3마신 차이로 준우승을 차지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풀그림''이 투혼을 불사르며 전력질주를 감행하자 관중석에서는 색다른 광경이 펼쳐졌다. 수만명의 경마팬이 일제히 기립하여 환호와 박수를 보내며 ''풀그림''의 선전을 환영했다. ''풀그림''은 이날 경주에서 우승함으로써 18전11승으로 승률 61.7%를 기록했다.
''풀그림''이 선전하여 2년2개월만에 극적인 우승을 차지하자 이 경주마를 관리하는 이희영 조교사도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전성기의 기량에 비교하면 30% 정도밖에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것이 조교사의 경주마에 대한 진단이다.
성공은 역경을 딛고 쟁취한 것일 때 더 아름답다. 모든 조건과 환경이 유리한 상황에서 성공을 하는 것보다도 많은 장애와 난관이 많을 때 이를 뚫고 성공을 쟁취해내는 것이야말로 값진 것이며 또 아름다운 것이다.
부상과 휴양을 반복하며 어려운 난관을 극복하고 우승을 차지한 ''풀그림''에게 한없는 찬사와 박수를 보낸다. 또한 ''풀그림''을 지극한 정성으로 보살펴 우승의 금자탑을 세운 마주와 조교사, 기수, 관리사에게도 축하의 박수를 보낸다. 이번 ''풀그림''의 우승을 교훈삼아 우리 모두는 일상의 모든 일에서 자신감을 갖는 자세를 확립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  



작 성 자 : 김문영 kmyoung@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