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마에게 있어 그 가치를 결정하는 것들 중에 하나가 바로 다리일 것이다. 국산마 경매가 점차 활성화되면서 국산마에 대한 가격이 천정부지로 솟구치고 있다.
경매장에 나선 마필들의 다리 생김새는 그 말의 값을 큰 폭으로 좌우할 정도로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다리의 모양에 따라 그 말의 경주능력에 차이가 있고, 또 다리에 질병이 잘 생기고 안 생기고 하기 때문이다.
사람에서도 다리의 모양이나 길이를 보면 그 사람이 잘 달릴 수 있을지 어떨지가 어느 정도 짐작이 된다. 특히 최근 청소년들의 영양섭취가 좋아져 다리에 관련된 수많은 유행어와 우스갯소리가 사용되고 있기도 하다.
경주마의 비절은 발굽부터 시작되어 굽어지는 부위까지, 즉 사람의 장딴지라고 생각하면 된다. 바로 이 부분이 뒷다리가 추진력을 낼 수 있게 하는 중요한 부위이다.
보통 비절을 평가할 때는 전체적인 모양 그리고 위치와 높이를 본다. 말 관찰에 초보자라 할 지라고 비절이 잘 생겼나, 튼튼하게 생겼나, 바른가 하는 정도의 기준은 알고 있는 것이 필요하다.
많은 마필관계자들이 낮은 비절을 선호하는 편이지만 그것이 어느 정도의 각도와 높이를 말하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고, 서로 조금씩 차이를 보이고 있다.
낮은 비절이란 사람으로 말하자면 허벅다리는 길고 장딴지는 짧은 형태라고 볼 수 있는데, 이런 말은 하퇴골이 길어 비절이 엉덩이 끝보다 뒤쪽에 위치하게 되므로 뒷다리가 바르질 못하다. 그러므로 균형을 잡는데도 어느 정도 문제를 보이게 된다.
또한 낮은 비절은 굽은 비절일 확률이 많으며 그렇게 되면 발목에 심한 무리를 주게되고, 비절의 모양도 구부러져 이상한 모습이 된다.
반대로 높은 비절을 가진 말을 선호하는 사람들도 있다. 높은 비절이란 위쪽의 하퇴골은 짧고 비절 아래쪽의 중족골은 긴 것을 말한다. 이런 형태의 다리는 비절과 슬관절 사이에 있는 근육들이 짧고 단단하게 뭉쳐져 있으며 비절 뒤끝이 엉덩이 끝보다 안쪽으로 들어와 있다. 이런 말은 뒷다리의 보폭이 크다.
그러므로 빨리 달릴 때는 뒷다리의 발굽이 앞다리의 발뒤꿈치나 굴건을 찍어서 상처를 입히게 된다.
비절의 모양이 너무 굽은 경우는 위로부터 내리누르는 말의 체중과 달릴 때 땅으로부터의 충격 때문에 관절에 무리를 주어 비절에 물이 차거나 부어오르는 일종의 관절염이 생긴다.
그렇게 되면 비절의 관절과 건의 운동이 제한을 받아 운동효율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비절의 내부에 압박이 가해져 완충효과도 감소하게 된다.
일단 비절에 이상이 생긴 말은 마체의 균형이나 추진을 앞다리에 더욱 부담시키게 되어 앞다리에도 무리를 주게 된다.
미국의 어떤 수의사가 비절의 높낮이와 운동기 질환 발생과의 관계를 분석해 본 결과 뒷다리의 운동기 질환이 가장 적게 발생한 그룹에서 비절의 높이에 공통점을 찾아냈다고 하는데. 그것은 바로 앞다리 무릎 위쪽 내측에 붙어 있는 밤눈의 높이와 뒷다리의 비절 높이가 같은 경우였다.
다시 말하자면 앞다리 안쪽에 있는 밤눈의 상단과 뒷다리의 비절 끝 볼록한 곳을 줄로 연결했을 때 그 줄이 수평이 되는 것이 가장 적당한 높이의 비절이라는 것이다.
좋은 비절이란 비절이 높거나 낮지도 않고 구부러져 있지도 않으며 그 외 다른 구조적 결함도 없는 것을 말한다. 균형 잡힌 비절은 지면에서부터 비절 끝까지의 높이와 비절 끝에서 슬관절의 비골두까지의 높이가 같은 것을 말한다.
비절의 관절면은 크고 넓을수록 충격 흡수 정도가 좋은데, 이것은 경마팬이 관찰하기 힘들기 때문에 비절의 둘레 크기를 가늠하여야 한다.
적당한 각도도 중요하다. 말이 바르게 서 있을 뒷다리는 뒤에서 보아 양다리가 균형이 맞아야 하며 각각 수직으로 똑바로 서 있어야 한다.
옆에서 볼 때는 궁둥이 끝에서부터 내려그은 가상 수직선이 비절의 끝과 중족골 후면을 나란히 스치며 지면과 직각을 이루는 것이 좋다. 그것이 비절의 가장 이상적인 각도이다.
비절의 위치와 모양이 바르게 형성된 말은 운동시에 발생되는 충격을 잘 분사시킬 수 있기 때문에 어떤 특정 부위에 과도하게 충격을 주거나 스트레스를 입히지 않는다. 반면에 비절의 모양이 불량하면 뒷다리에 스트레스를 가중시켜 결국에는 파행, 만성적인 운동기 질환 또는 아주 못쓰게 되는 손상을 초래하게 된다.

작 성 자 : 권순옥 pig2@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