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회 아시아경마회의 참관기
제29회 아시아경마회의가 ARF 정회원국 20개국과 옵저버국 5개국 등 총 25개국으로부터 약 600여명의 대표단이 참석한 가운데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 3월 1일부터 6일까지 5박 6일간의 공식일정으로 개최됐다. 차기 회의 개최국으로서 마사회는 회장을 수석대표로 하여 총 26명이 동 회의에 참석했다.
동 회의에서는, 전 세계 경마산업이 전반적으로 침체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경마산업을 둘러싼 환경의 변화와 경마산업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점 및 이에 대한 해결책에 대해 다양한 의견교환이 있었다.  
회의에서 논의된 주요 사안들에 대해 언급하기에 앞서 개최국인 뉴질랜드의 경마산업에 대해 먼저 간단히 알아보기로 하자.
뉴질랜드는 널리 알려져 있는 대로 호주, 일본, 홍콩과 더불어 국제경주분류위원회(ICSC) 국가분류에서 Part1 국가에 속하는, 아시아권에서 가장 수준 높은 경마를 시행하는 경마선진국들 중 하나다.
기본적으로 뉴질랜드의 경마는 영국의 영향을 많이 받았으며, 마사회와 같은 단일 경마시행체에 의해 경마가 시행되는 것이 아니라, 전국에 걸쳐 있는 총 71개의 경마클럽에 의해 경마가 시행되는 클럽식 경마운영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경마장은 약 50여 개가 있으며 71개 클럽에서 연 283일 동안 약 2800회의 경주를 시행한다.
약 370여명의 조교사, 170여명의 프로기수가 활동 중에 있으며, 경주마 운용두수는 5,500여 두에 달한다. 경마시행 규모에 비해 매출액 및 경마상금은 매우 낮은 수준이어서 2002년 기준 경마의 마권매출액은 2700억원 가량에 불과하고, 1경주 당 평균상금도 우리나라에 훨씬 못 미치는 약 750만원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다른 많은 경마시행국과 유사하게 매출액 중 장외발매소가 차지하는 비중이 거의 90%에 달하고 있으며, 경마장 본장의 입장인원과 매출액은 보잘 것이 없다. G1 경주 2개를 포함해 ARF 기념경주가 개최됐던 지난 3월 1일, 뉴질랜드 최고의 경마장인 엘러슬리(Ellerslie)경마장의 입장인원은 수백명에 지나지 않아 보였다.
뉴질랜드에서는 서러브렛 경마 외에도 마차경주와 경견이 인기리에 시행되고 있다. 마차경주의 경우 50개의 클럽이 연 230일간 2,260경주를 시행하고 있었으며, 매출액은 약 1,500억원에 달한다. 경견도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었는데, 11개의 클럽에서 연 약 3,000경주를 시행하며 매출액은 약 600억원 정도다.
뉴질랜드는 사실 경마의 시행보다는 우수한 경주마의 생산지로 더 유명하다. 특히, 뉴질랜드 경주마 생산의 중심지인 와이카토(Waikato) 지역은 마필 생산에 적합한 기후조건과 미네랄이 풍부한 목초지를 갖추고 있어 ‘뉴질랜드의 켄터키’로 일컬어지기도 한다. 2002년 기준, 250여 마리의 씨수말과 7,700여두의 씨암말로 매년 5,000 두 가량의 자마를 생산하고 있으며, 이중 40% 정도를 외국에 수출하고 있다. 주요 수출대상국가로는 호주, 홍콩, 싱가폴, 마카오, 한국 등을 들 수 있다.    

이제 동 회의에서 결정된 사안과 논의된 주요 이슈들을 살펴보자.
아시아경마연맹(ARF)의 의사결정기구인 집행위원회 및 운영위원회에서 가장 중심적으로 논의된 사안은 “좋은 이웃 정책(Good Neighbor Policy)”이었는데, 이는 간단히 설명하자면 ARF 회원국 상호간 사전승인 없이는 경마 베팅시장을 서로 침해하지 않도록 하자는 친선 협약이다. 경마산업 및 경마시행의 규모에 비해 마권매출액 규모가 매우 큰 홍콩과 일본이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거론했는데, 대부분의 회원국이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다만, 호주의 경우, 베팅산업의 통제권이 중앙정부가 아닌 주정부에 귀속돼있는 관계로 통일적인 접근이 어려워 공식적인 협약의 채택(서명)에는 곤란함을 표명했다.
호주의 북쪽에 위치한 노던테리터리주에서는 베팅회사들에게 승인을 남발, 현재 이들 호주 베팅회사들이 홍콩의 주민들을 상대로 영업활동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는 홍콩자키클럽의 마권매출액 감소의 중요한 원인이 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문제와 관련해 홍콩의 대표는 호주측 대표와 논쟁을 벌였으나, 호주측 대표는 자국 주정부의 권한을 통제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못하기 때문에 명확한 답변을 하지 못했다.
결국 GNP의 회원국간 공식적인 채택은 연기되었고, 다만 회원국 전체가 GNP의 기본적인 취지에는 동감한다는 선에서 결론이 났다.
이외에 집행위 및 운영위에서 결의된 사항으로는 아랍권 국가인 오만의 정회원국 가입승인, ARF 트로피 제작, 집행위원회의 권한을 강화시키는 ARF 헌장 수정안의 승인, 신규 ARF 의장(홍콩) 및 부의장(호주, 일본) 선출 등이 있었다.
마사회는 동 집행위 및 운영위에 수석대표인 회장이 참석해 주요 논의 사항에 대한 마사회의 입장을 발표했고, 제30회 회의의 개최 계획을 각 국 대표들에게 간략하게 설명했다.

다음으로 분과회의에서 논의된 주요 사안들을 살펴보겠다.
홍콩자키클럽의 CEO이자 새로이 ARF 의장으로 선임된 Dr. Lawrence Wong이 주재한 승마투표 분과회의에서는 주로 정보기술 발전에 따른 인터넷을 통한 국가 간 불법적인 베팅문제의 심각성과 이에 대한 해결방안으로서 GNP에 대해 집중적인 논의가 이뤄졌다. 이에 대해 다소의 의견충돌이 있었다는 것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다.
이외 일본의 경마산업도 이러한 불법적인 베팅행위로 많은 피해를 보고있다는 보고가 있었고, 뉴질랜드 정부관계자는 이러한 국가 간 불법적인 베팅문제에 대해 홍콩 및 일본의 입장에 공감을 표시하고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국가 간 불법적인 베팅문제에 개입 해야한다는 요지의 발표를 했다.
영국 대표는 마권세제 개편 및 마권세 인하에 따라 경마매출이 급격하게 신장했다는 요지의 발표를 했고, 국제경마연맹(IFHA) 이사이자 前 미국자키클럽 회장이었던 한스 슈탈(Mr. Hans Stahl)씨는 국제경마연맹 차원에서 어떻게 이러한 국가 간 불법베팅 문제 및 GNP를 다룰 것인 지에 대해 언급했다.  
생산(Breeding) 분과회의에서는 대부분의 연사가 Shuttle Stallion을 주제로 발표했는데, 주로 북반구의 씨수말이 Shuttle Stallion으로 남반구에서도 활동을 하게 된 이후 남반구(특히, 호주와 뉴질랜드)의 경주마 생산산업이 받은 영향과 이의 장단점 분석에 논의의 중심이 맞춰졌다. 생산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서러브렛 경주마의 인공수정문제도 간단히 다뤄졌는데, 국제경마연맹(IFHA)을 대표해 참석한 프랑스 갤럽의 Roland Devolz 박사는 인공수정 문제가 거론되는 자체에 심한 거부감을 나타냈고, ARF의장인 Murray Acklin씨도 국제혈통서위원회(International Stud Book Committee)의 2002년도 결의사항을 언급하면서 서러브렛 경주마의 인공수정에 대한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세 번째 분과회의인 경주마(The Racing Horse)에서는 경주마의 부상감소 방안과 경주 중 부상을 감소시키기 위한 새로운 주로(Polytrack)의 소개, 경마산업에서의 연구개발(R&D)문제가 주로 논의됐다.    
마지막 분과회의인 경마산업 현황(The State of Racing)에서는 전세계적으로 경마산업이 직면하고 있는 현황과 문제점 그리고 이에 대한 해결책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영국, 터키, 한국이 자국 경마산업의 성공사례를 발표했고, 전반적으로 위기에 처한 세계의 경마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미래전략에 대한 의견교환도 있었다.

마사회의 국제협력 업무를 담당하는 실무자로서 분과회의에 참석한 소감은 회의의 주제들이 매우 앞서있는 전문적인 것들이어서 대부분의 발표 및 논의가 경마선진국들(호주, 뉴질랜드, 영국, 미국, 유럽 등) 중심으로 이뤄졌으며, ARF 회원국 다수는 ARF 회의의 핵심부분인 분과회의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당연한 귀결이지만, 마사회가 국제 경마계의 주류에서 나름대로의 목소리를 내고,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경마의 질을 높이고 전문인력을 양성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분과회의 외에 기타 부대행사들은 화려함을 추구하기보다는 차분하고 실용적으로 행사를 진행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뉴질랜드의 경주마생산산업을 회의 참가자들에게 알리기 위해 뉴질랜드 최고의 목장인 캠브리지목장(Cambridge Stud) 및 New Zealand Bloodstock의 카라카경매시장(Karaka Sales Complex) 방문이 일정 중에 있었고, 개회식 및 폐회식에는 뉴질랜드 원주민인 마오리족의 전통문화를 알리는 내용이 많이 포함돼 있었다. 특히, 개회식에는 현역 뉴질랜드 총리(Helen Clark)가 참석해 축사를 하고 각 국 수석대표들을 면담하는 등 정부에서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고 지원했다.
아시아경마회의는 회원국 20개국은 물론 유럽 및 북미지역의 경마선진국 5-6개국으로부터 600명 이상의 대표단이 참석해 최신 경마정보를 공유하고 경마산업 전반에 걸친 주제들에 대해 발표와 토론이 이루어지는 세계 최대규모의 경마관련 국제회의다.
통상 일주일 정도의 기간동안 진행되는 동 회의를 치르기 위해서는 10여 개에 이르는 전문적 주제를 다루는 회의를 구성하고 진행해야 하며, 개회식·폐회식을 포함하는 부대행사, 주최국의 전통문화를 소개하고 관광자원을 보여주는 관광프로그램, 600명 이상의 대표단을 위한 숙소마련 및 교통편 준비 등을 포함하고 있어 전문용역회사를 활용하는 것은 물론 마사회에서도 치밀하게 사전계획을 수립해 장기간 준비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최근 수년간 국내의 경마산업 발전에 따라 세계 경마계에서 한국경마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2005년 차기 회의의 한국개최를 통해 한국경마산업의 현황을 전세계 경마인들에게 소개하는 것은 물론, 동 회의를 한국경마의 양적인 성장에 걸맞는 질적인 도약을 도모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하겠다.
              
한국마사회 국제협력팀 정태인 대리


작 성 자 : 이희경 eheek@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