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유의 경마장 이야기(3)-지하에서 기수들이 2분간의 1차 점검을 받으며

*** 지하에서 기수들이 2분간의 1차 점검을 받으며 ***

나는 글을 전문적으로 쓰는 작가가 아니기에, 기수들의 생활에 대하여 내가 보고 겪은 사실을 자연스럽게 써서 경마팬과 기수가 좀더 친근감을 가졌으면 하는 바램에서 글을 쓰게 되었는데, 몇 번의 글이 기재되고 전화도 여러 번 받고 재미있다는 독자들의 얘기를 들을 때 기분이 매우 좋았다. 그리고 첫 회에 글의 내용 중 "기수들에게 관람대도 보이고 경마 팬을 볼 수 있는 곳이 어디냐?"고 묻는 질문을 많이 받았으며, 그리고 글의 내용 중 틀린 것이 있다는 지적도 받았다. 지난 호에 실린 내용 중, 기수대기실의 나오라는 벨소리가 17 분전이 아니라 20 분전이라는 옥의 티를 지적해주는 소리도 들었는데, 나는 순간 뜨끔했다. 명색이 기수가 벨소리의 시간조차 착각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창피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말 타러 나오라는 벨소리가 17분전이 아니라 20분전에 벨소리가 난다고 정정한다.

20분전, 대기실에는 말 타러 나오라는 음악이 흘러나온다. 대기실에는 기수가 많이 있었는데 그 음악의 제목을 물어보면 매일 듣는 음악 소리이면서도 아는 기수가 없다. 기수들이 음악에는 별로 라고 생각했지만, 하루에도 여러번 듣는 음악의 제목을 모르다니... 어쨌든 음악 제목을 다들 모른다고 하는데 누군가 말하길, 그 음악 제목이 "나오라는 음악이다!" " 나오라!"는 뜻이 다며 큰소리 친다. "어이구 죽겠네!" , 아니 나는 정말 음치 중에 왕 음치이기에 모른다는 것은 이해가 되는데, 그 많은 기수 중에서 아는 사람이 한사람도 없다니, 그저 나오라는 음악이라고만 생각하고 있다니,,,. 그러면서도 기수들은 20분전에 울리는 음악 소리나, 발주 대에 나가서 3분전에 울리는 음악 소리나, 그리고 발주 30초 전에 울리는 음악 소리나 모두다 어디에서든 들리면 매우 긴장된다는 것이다.( 이 음악소리는 기수에겐 전쟁터에 나오라는 뜻과 같기에 이 소리를 들으면 기수들은 반사적으로 매우 긴장된다) 그래서 기수 중에는 이러한 심리 작용을 자신에게 좋은 쪽으로 해석하는 기수도 있다. 지금은 리빙TV 해설을 맡고 있는 홍성호 전 기수는 기수시절 새벽에 일어나는 것이 힘들다 보니, 새벽에 일찍 일어나는 시간을 알리는 알람시계의 벨소리를 발주대에 들어가기 전에 울리는 30초 전의 뻐꾸기 소리로 맞추어 놓고 잠을 잤는데, 뻐꾸기 소리가 울리면 늦지 않고 규칙적으로 일어났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음악에는 무척 둔해서 그런지 음악을 들어도 별 반응이 없으니, 역시 나는 타고난 음치라고 느꼈다. 그리고 나는 노래 잘하는 사람이 세상에서 제일 부럽다.(내가 음치라는 사실은 모든 기수들이 다 인정함))

어쨌든 20분전에 벨이 울리면 해당 기수는 대기실 밖으로 나온다. 밖으로 나와서 기수들이 1차 적으로 줄을 서서 점검을 받는데 이곳이 바로 지하마도이다. 지하마도가 어디냐 하면 말들이 예시장에서 윤승을 하고 지하로 들어가는데, 그리고 조금 있다 보면 지하로 가고 있는 말들이 카메라에 잡혀서 모니터에 방영되는 것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이 곳은 모니터에는 좁은 것 같으나 상당히 넓은 공간이다.( 이곳이 모니터에 방영되지 않을 때는 팬들에겐 보이지 않는 지하에서 무슨 음흉한 작전이라도 이루어지는 줄 알고 오해가 많았던 곳이다. 이러한 오해가 많다보니 이곳에 카메라를 설치해서 모니터로 이곳을 보여주고 있다. ) 이 지하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얘기해 보자면, 이곳에 마필관리사 휴게실이 있어서 자기조의 말을 끌고 와서 관리사 휴게실에 둘러 않아 자기조의 말이 뛸 때 죽어라 응원 한다. 뒤에서 추입해서 나올 때면 목청껏 소리치며 우승을 바라는 제스처를 취한다. 이곳에서도 말들은 주로에서 뛰고 있는데 관리사들이 자신이 관리한 말이 우승하길 바라면서 치열한 응원전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자기가 관리한 말이 우승하면 그 통쾌함이나 흥분은 어떻게 표현 할 수 없을 만큼 고조된다.

그리고 경주를 뛰고 들어오면 기수가 말에서 내려 안장을 풀어야 한다. 이곳에는 뛰고 온 말이 안장을 풀 수 있는 좁은 칸막이 공간이 있는데, 총 일곱 칸으로 설치되어 있다. 이 칸막이 공간은 1등부터 7등까지 순서대로 들어가 안장을 자신의 등수에 맞는 칸에서 기수가 하마를 하고 안장을 풀어서 들고 후검량을 받으러 검량실로 들어간다. 후검량은 1위부터 7위까지 성적으로 들어온 기수들만 받게된다. 그러다 보니 8위부터는 후검량을 받지 않는데 7-8위가 비슷하게 들어왔을 때는 자신이 8위라 착각한 나머지, 후검량을 받지 않고 있다가 나중에 7위가 된 것을 알고는 후검량 때문에 허둥대는 경우도 생긴다.( 이 곳은 천장에 감시 카메라가 여러 대 설치되어 있다.)

그리고 이곳에서는 다음 경주에 나갈 말들의 안장을 얹고 있는 장면을 볼 수가 있는데, 밖의 예시장에서 안장을 지면 말들이 흥분해서 안장 짓기가 어렵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흥분을 덜하는 이곳에서 안장을 지고 있는 것이다. 안장뿐만 아니라 말의 다리에 감는 붕대도 여기서 감아주고 있으며 말들을 가만히 세워 두지 않고 관리사들이 말을 끌고 다니며 말에게 준비 운동을 시켜주기도 한다

대기실을 나온 기수들은 지하마도에 일렬로 서서 마장취채위원의 점검을 받는다. 마장위원은 기수들이 모자번호는 제대로 씌웠는지, 뭐 잘못된 것은 없는지, 일일이 확인하고 예시장으로 출발하는 것이다. (여기서 출발하는 시간은 발주시간 18분전이다. 대기실에서 나오면서 2분 정도 소요됨) 해당 경주의 기수가 제대로 나왔는지를 점검하는데 팬들은 "거기서 점검 할 일이 무엇이 있겠냐?"고 할지 모르지만, 간혹 자신이 출전하는 경주가 아닌데도 자연스럽게 나와서 줄을 서있는 정신 나간 기수도 있다. 그러다 보면 "너 몇 경주에 나왔어?" 하다보면 자신의 경주가 아닌데 나온 것을 알고 창피해서 헐레벌떡 대기실로 뛰어 들어가는 경우도 종종 있는데, 그 헐레벌떡 뛰어 들어가는 뒷모습이란? 또는 모자번호를 잘못 쓰고 나오는 경우도 있는데 줄의 대열에 서서 점검을 받다가, 똑같은 모자 번호가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누가 잘못 쓰고 나왔는지 모르고 우왕좌왕 하며 서로 "내가 잘못 쓰고 나왔나?" 하며 모자를 벗어보고 확인하는데, 잘못 쓰고 나온 기수는 냅다 대기실로 뛰어 들어가 번호를 제대로 씌우고 나오기도 한다. 정렬해 있던 기수들은 더 이상 기다려 주지 않고 예시장에 걸어 들어가 버려서 번호를 다시 바꾸어 나온 기수는 예시장에 가는 기수들을 ？아 가느라 숨을 헉헉거리며 뒤 따라 간다. 이런 실수를 할 경우 남들은 걸어서 농담도 하며 예시장에 나가는데, 숨을 헉헉거리며 예시장까지 달려오고 보면 말 타고 윤승하는 순간에도 숨을 헉헉거린다,, "아~이~구! 힘들어라..." 그래도 나의 실수로 문제가 발생하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는데, 간혹 기수 중에는 장난을 치는 기수도 있다. 자신이 3번 모자를 쓰고 있으면서도 다른 기수에게 "너, 왜 3번을 쓰고 나왔냐?"고 하면, 다른 기수는 자신의 모자번호를 알아보지도 않고 무조건 대기실로 모자번호를 바꿔 쓰려고 달려간다. 그러면 기수는 한참 달려가고 있는 기수를 향해서, "야! 농담이야" 하는데, 신인 때는 선배들의 이런 장난에 자주 당한다. 자주 당하다가 경력이 쌓이면 기수들이 모자번호를 잘못 씌웠다고 하더라도 일단은 모자를 벗고 자신이 확인한 다음에 정말로 잘못 씌웠으면 다시 씌우고 오고 ,그렇지 않으면 씨익~ 웃고 넘어간다.

20분전에 대기실에서 나와 이곳에서 벌어지는 2분간, 그리고 경주시각 18분전에 예시장까지 50미터 정도의 지하통로를 채찍을 들고 걸어서 간다. 지하마도는 말의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 아주 비싼 우레탄으로 바닥이 깔려 있는데, 경마 팬에게 보이지 않는 이곳에서 기수들은 무슨 생각을 하며 예시장으로 향하고 있을까? ( 그런데 이렇게 늦게 글을 쓰다가는 언제쯤 우승하는 장면이 나올지? 글 쓰는 속도에 채찍을 댈까? 말까?)

작 성 자 : 홍대유 notinell@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