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경마 8경주에서 최외곽 게이트 12번 ‘클래스매스터’가 발주기 안에 진입하고, 카메라가 정면을 비추는 순간 끝번 ‘클래스매스터’가 요동을 치고있는 상황에서 발주기 문이 열렸다. 그 순간 이주용 기수가 중심을 잃고 낙마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클래스매스터’는 기수를 떨어뜨린 채 다른 출전 마들과 함께 달린다. 경주 내내 아나운서는 낙마한 기수의 부상이 없기를 바라는 안내방송을 하랴∼ 중계방송을 하랴∼ 숨이 넘어가는 듯 했다. 말들이 출전 마들이 결승선에 골인하는 순간에, 기수 없이 혼자 뛴 ‘클래스매스터’도 3위로 결승선을 통과하는 모습을 보였다.(기수 없이 뛴 말은 실격처리 됨)
출발할 때 낙마나 늦발주는 팬들로부터 마사회와 짜고 한다거나 고의로 낙마한다는 비난과 오해를 받고 있으면서도 이러한 사건이 종종 일어나고 있다. 경주를 펼침에 있어 스타트는 대단히 중요하다. 일단은 출발이 좋아야 다른 출전마들보다 힘을 덜 소모하며 좋은 자리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경마일에 출전하기 전, 조교사를 만나서 작전을 지시 받을 때 항상 빠지지 않는 충고는 스타트를 잘 받으라는 것이다. 스타트가 중요하기에 기수나 조교사가 항상 무의식적으로 강조하는 말이다. 그러나 이렇듯 스타트가 중요하다는 이유를 잘 알면서도 막상 경주에 출전해서는 맘먹은 대로 안 되는 어려운 것이 바로 스타트다.

출발할 때의 낙마나 늦발주로 인해서 팬들의 거친 항의나 비난이 나오는데, 최고의 기수인 박태종 기수도 92년 인기마‘케뷔’에 기승해서 출발할 때 낙마한 경험이 있다. 경주마만 2등으로 골인했는데, 관람대의 관중들이 난동을 부려서 유리창과 마사회 기물들이 모조리 부서졌고, 관중들의 과열된 흥분을 진정시키기 위해 경찰을 투입하여 난동을 수습한 예가 있었다. 작년 6월에는 ‘다리얄’에 기승한 안병기 기수의 출발시 낙마로 곤욕을 겪었던 사건도 있었다. 이렇게 일류기수들도 출발할 때 가끔은 일어나는 사고가 바로 낙마다. 기수들이 기승하는 모습을 보면 알겠지만, 기수들은 경주 때 등자끈을 짧게 하고, 등자쇠에 얹는 발바닥도 깊게 넣지 않은 채 등자쇠에 발바닥 앞부분만 살짝 대고 말을 탄다. 그러다 말이 순간 요동을 치거나 중심을 잃을 때, 낙마를 하는 사고가 심심찮게 발생하는 것이다. 기수가 출발할 때 낙마나 늦발주는 하지 말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사고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 사항들을 알아보자. 가장 좋은 출발은 기수나 말이 흥분하지 않고 침착하게 발주대에 들어간 다음, 경주마는 네다리를 가지런히 딛고 선 자세로 코 부분이 발주기 문 앞에 가까이 있다가 최외곽 끝번 경주마가 들어오면 발주기 문이 열림과 동시에 출발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발주방법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이게 뜻대로 되지 않는다. 기수도 발주기 안에 들어오면 긴장되는데, 경주마 중에는 좁은 발주기 안을 싫어하는 말도 있고, 부들부들 떠는 말도 있다. 그 때문에 모니터에 나타나는 화면을 보면, 말이 발주기 안에 들어가지 않아서 가면을 씌우고 넣거나 꼬리를 잡고 억지로 밀어 넣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이렇게 억지로 들어간 경주마는 양발을 동동 구르는 등 가만히 있지 못하는 흥분된 모습이 자주 목격된다.

기수들이 왜 늦발주를 하는가에 대해서 알아보자.
첫째, 말이 네다리를 가지런히 하고 있지 않고 불안해하며 한 발짝씩 뛰며 제자리걸음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 기수가 방심하면 늦발주하게 된다. 그리고 늦발주하지 않더라도 나가면서 스텝이 엉켜서 고꾸라지는 경우가 발생한다. 출발할 때 말의 착지가 불량하거나 요동을 치면서 나오게되면 기수들이 순간 중심을 잃고 낙마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의 말에 기승하고 있으면 빨리 출발하기보다는 서두르지 않고 자연스럽게 밀고 나가야 하는데, 기승경험이 부족한 기수들은 당황해서 늦지 않으려고 서두르다 보면 오히려 스텝이 엉켜서 기수가 균형을 잃고 낙마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다.
둘째, 발주기에 들어가면 말이 엉덩이를 문 뒤쪽에 기대거나 오른쪽이나 왼쪽 벽에 기대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경우 기수는 발주기에서 말의 엉덩이를 때리며 기대지 말라고 주의를 전달하기도 하고, 발주 보조원에게 문이 열릴 때, 말의 엉덩이를 때려 달라고 부탁을 한다.(지금은 발주 보조원이 발주기에서 말을 때려 줄 수가 없음) 이런 경우는 영락없이 늦발주를 하게 된다. 어떤 때는 말이 너무 심하게 기대다가 아예 발주기를 나가지 않는 경우도 있다.
셋째, 말이 요동하는 경우는 말이 발주기에 들어가서 요동을 하지 못하게 발주 보조원에게 발주기안에서 말을 잡아 달라고 하는데, 대체로 말의 머리를 오른쪽이나 왼쪽으로 꺾어 놓는다. 말의 목을 꺾어 놓고 있다가 말이 들어오면 정자세로 놓아주는데 이때 발주기문이 열리는 것과 타이밍이 맞지 않으면 늦발주를 한다. 발주기에서 요동을 하는 말을 기승하고 있으면 기수는 오줌을 쌀 정도로 덜덜덜 떨며 긴장을 하게되며 발주기에 들어오지 않은 기수들에게 빨리 들어오라고 애원한다.
넷째, 발주기문이 열리려는 순간 말이 요동을 하거나 앞발을 드는 경우 이것 또한 영락없이 늦발주를 한다. 말이 앞발을 들다 뒤로 넘어지는 사태가 발생하면 기수가 크게 다치기에 말이 앞발을 많이 들 때는 기수가 말에서 내려 발주기 발판에 서서 말을 진정시키는 경우도 있다.
다섯째, 기수가 마지막 말이 들어와서 늘 하던 대로 문이 열릴 것이라 믿으며 말을 치고 나가는데 순간 발주기 문이 열리지 않아 다시 뒤로 물러서는 순간에 문이 열리니 당연히 늦발주를 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있다. 황당한 경우지만 의외로 자주 발생한다. 이것은 순전히 기수의 잘못이기에 기수 스스로가 자신에게 바보라고 한탄을 한다. 이럴 때는 미칠 만큼 괴롭다.

** 발주를 끊는 발주위원이 여러 명 있고 발주위원마다 스타일이 조금씩 다르기에, 기수는 발주위원이 누구냐에 따라 스타트의 템포를 조절하는 기수가 있는가 하면 그냥 발주위원이 누구냐는 것에 관심도 없이 발주기문이 열리는 것에 맞춰서 자연스럽게 나가는 기수도 있다. 모든 기수들은 자신의 발주 스타일을 갖고 있는데, 기수들의 소망은 늦발주를 하지 않고 빠른 스타트를 하는 것이다. 기수들이 안전하고 빠른 발주를 해서 팬에게 실망을 주지 않고, 말이나 자신에게도 실망을 주지 않는 발주를 해서 기수가 스트레스를 덜 받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작 성 자 : 홍대유 ssho@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