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甲은행의 예금담당대리 A는 乙회사로부터 사채의 조달을 부탁받고, 예금주들이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처리하여 부정인출하여 왔다. 즉 사채중개인을 통해 예금주들이 예금을 하러 올 때는 약속된 암호를 얘기토록 하고, 예금거래신청서에 예금액을 공란으로 하여 도장과 함께 교부토록 하였고, 그에 따라 기계식 통장이 아닌 수기식 통장을 교부하면서 따로 은행금리의 3배에 달하는 이자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예금을 모아왔다. 이러한 소문을 들은 B가 1억원을 예금하였는데, A는 그 예금을 위와 같은 방법으로 처리하면서, 1백만원만을 은행에 정상적으로 입금처리하고 나머지는 횡령하였다. 이에 B가 甲은행에 대해 나머지 9천9백만원에 대해 예금반환청구를 하였다.
위 사안에서 B의 청구는 인용될 수 있는가?
답) 진의 아닌 의사표시(비진의 표시)란 자기가 하는 표시행위의 객관적인 의미가 자신의 내심의 진의와는 다르다는 것을 알면서 한 의사표시를 말한다.(민법 107조) 비진의표시이기 위해서는 최소한 의사표시로서의 평가는 받아야 한다. 따라서 사교적인 명백한 농담·배우의 무대 위에서의 대사처럼 법률관계의 발생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 명백한 경우에는 의사표시가 있지 않으므로 비진의 표시의 문제는 생기지 않는다. 비진의 표시는 표시된 대로 그 효과가 발생한다.(민법 107조 1항) 가령 사직할 의사가 없으면서 고용주에 대한 자신의 신임의 정도를 알아보기 위해 사직서를 제출한 경우 원칙적으로 사직으로서 효과가 발생한다. 그러나 상대방이 표의자의 진의 아님을 알았거나 이를 알 수 있었을 경우에는 그 비진의 표시는 무효이다.(민법 107조 1항 단서)
위 사안은 대리인(A)이 내심으로는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도모할 목적이 있으면서 겉으로는 예금주를 위한 것임을 표시한 경우이다. 이 경우에는 엄격하게 말하면 표시의 객관적인 의미와 진의와의 불일치를 인정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대리인이 그러한 행위를 할 때의 진의는 그 행위의 법적 효과, 특히 그 의무부담은 본인에게 귀속시키려는 것이고, 단지 그 행위로 인한 경제적 이익만을 자신에게 돌리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에도 판례는 「민법 제107조 1항 단서의 유추적용」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대방이 대리인의 배임적 의도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에는 그 대리인의 행위는 본인의 행위로 성립할 수 없다고 한다.〔대판 1987.7.7(86다카 1004)〕
따라서 B의 예금계약의 유효한 성립을 전제로 한 예금반환청구는 인용될 수 없다.


작 성 자 : 양건식 margo@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