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 경주로인지 갯벌인지!!!

경주로가 너무나 엉망이다. 모래가 아닌 바닷가에서나 볼 수 있는 갯벌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지난주 기수들은 경주를 펼친 것이 아니고 죽음의 사선을 넘는 곡예를 했다고 한다. 말에서 내려 온 얼굴에 흙을 뒤집어쓰고 기수대기실로 들어오는 기수들마다 하는 말이 죽었다가 살아났다고 한다. 정말로 기수 못해 먹겠다고 한다.
이런 경주로에서 말을 탈 때 경마팬에게는 미안하지만 기수들은 이기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고 사고 없이 무사히 돌아온다는 마음으로 경주를 펼친다. 이겨야 된다는 욕심을 갖고 말을 타다가는 대형 사고가 날수도 있다는 염려 때문이다. 도대체 주로가 어느 정도 이기에 그러는지 이해가 가지 않겠지만 기수들이 스타트하고서 골인 할 때까지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런 경주로에서는 기수들이 보안경을 3∼4개씩 쓰고서 출전한다. 흙이 안경에 튀면 앞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기에 발주기문이 열리며 스타트하여 몇 걸음을 가면 흙이 튀어 앞이 보이지 않으므로 요령껏 자리를 잡아 안경을 하나씩 벗으면서 레이스를 펼친다. 안경을 하나 벗으면 흙이 묻지 않은 안경이어서 순간적으로 앞이 잘 보이기에,,, 이 순간에 무리 지어 가는 레이스의 흐름을 파악하고는 흙이 안경에 튀지 않게 머리를 푹 숙이며 간다. 그렇지만 조금 가다보면 또 앞이 보이지 않는다.
앞도 제대로 보이지 않다 보니 말에 끌려 앞말에 넘어 갈까봐 전전긍긍할 수 밖에 없다. 말에 끌리지 않게 단단히 제어하고는 되도록 안쪽으로 들어가지 않으려 하고, 말들과 바짝 붙이려 하지도 않는다. 앞이 보이지 않기에 안쪽에 있으면 너무나 불안하기 때문에 되도록 바깥을 선호한다. 그래서 불리한 줄을 알면서도 바깥으로 붙여서 타려고 한다.(보통 때는 안쪽 좋은 자리를 잡으려고 한다)
앞이 보이지 않을 때는 옆의 말이나 제적을 보면서 레이스 흐름을 판단한다. 거의 동물적인 감각으로 말을 탄다고 보면 된다. 조금 과장 됐나!!! 그러니 추입마를 탔을 경우에는 제대로 제어가 되지도 않고, 상대마도 보이지 않고, 거리 감각도 없으며 앞말과의 거리를 잴 수가 없기에 그 만큼 많이 불리하다. 따라서 추입마들이 못 들어올 확률이 높다.
그리고 이런 주로에서는 말이 발을 디딜 때마다 약간씩 미끄러진다. 그래서 말들에게 무리가 많이 가는데 특히, 어깨가 나쁜 말이나, 구절이 나쁜 말을 타면 무리가 많이 따를 것을 알기에 말이 고장 날까봐 제대로 몰수가 없다.
뒤에 좇아가면 흙이 튀는데 그 흙은 마치 돌덩이 같다. 그러니 레이스를 펼치고 나면 기수들은 얼굴이 얼얼하다. 얼굴을 자갈로 두들겨 맞은 것 같다. 추입마를 타면 무조건 불리한 반면, 이런 날 선행마를 타서 앞에 나서면 그 만큼 유리하고 고생을 하지 않고서 레이스를 펼칠 수가 있기에 행운을 잡은 것이라 생각한다. 꼴찌를 와도 선행을 가면 고생을 하지 않았기에 기분이 좋다.
경주에서 이기려는 자세보다는 사고나 없이 무사히 말을 탈 수 밖에 없는 이런 악조건의 경주로에서 언제까지 말을 타야할지 기수와 말은 답답하다. 경주로가 하나뿐이어서 비만 오면 어쩔 수 없는 현실이지만 그래도 주로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비가 와서 다음날 주로가 얼지만 않게 소금만 많이 뿌리니 소금과 모래가 섞이며 진흙이 되어 배수가 되지 않아서 이러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데 이걸 좀 더 신경을 써서 관리한다면 나아지지 않을까(?)..........

P·S : 이러한 경주로에서 경주가 공정하게 이루어질 수가 없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공정경마 차원에서라도, 그리고 기수나 말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이러한 경주로에서 경주를 하여야 되는지 모두가 생각해 볼 문제다.


작 성 자 : 홍대유 pinklady@krj.co.kr